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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답 목회의 은혜… 돌아보니 전부 주님이 하셨습니다” – 이춘자 목사

날마다 믿음의 걸음을 걷는 이춘자 목사 (주소망교회)

이춘자 목사 (주소망교회)

311호 | 사람풍경

평범한 주부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20년 동안 목회의 길을 걸어온 이춘자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취재진에게 따끈한 생강차를 내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깊게 우러나는 생강의 향기가 코끝을 적시는 동안 들려진 이 목사의 고백 속에서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깊은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되었다. ‘모두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하는 이 목사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소망교회 원로 목사 이춘자입니다. 저의 외가는 뿌리 깊은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친가는 불교였고 벽장에 우상을 두고 살았어요. 제가 어려서 몸이 약했기 때문에 할머니는 절밥을 먹어야 한다며 저를 절에 데리고 다니셨어요. 종이를 태우는 행위인 소지(燒紙)를 올리고, 초사흘마다 떡시루를 해놓고 빌었어요. 그러나 외가에 있을 때는 장로님인 외할아버지, 권사님인 외할머니를 따라서 교회에 나갔지요. 그러나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어요. 이후 가톨릭 계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난생 처음 수녀를 봤는데, 천사 같은 모습에 매료되어 가톨릭에 20년을 있었습니다.”

– 어떻게 기독교로 개종하게 됐나요?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있는 수녀원을 가려고 준비하러 집에 갔어요. 그때 할머니께서 날마다 가지 말라고 말리셔서 실랑이를 하는 중에 계속 중매가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다 생각지도 않았던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낯선 시댁 생활이 어려웠던 터에 시어머니가 위암으로 일찍 돌아가시면서 홀시아버지와 시동생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살림을 혼자 하니, 생활하면서 결국 몸에 병이 나고 일어날 수조차 없게 되었어요.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걷지도 못하게 됐어요. 그러다 조금 회복되어 퇴원 후 재활치료나 병원 문턱이 높아 방에 줄을 매달아 놓고 걷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계시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의심과 원망, 불평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툇마루에 앉아 있었는데 쨍쨍하게 비치는 해가 세상을 비치는 빛이 아닌 저만을 위한 빛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나는 너만 보인다.’고 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어났습니다. 마침 시외숙모께서 총동원 주일이라며 저를 데리러 오셨어요.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는데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흘렀습니다. 돌아온 탕자를 맞아 주시던 아버지처럼, 저를 오래 기다리셨던 하나님께서 ‘네가 돌아오니 기쁘다. 고맙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로는 늘 기쁨으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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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한 어린이, 교사들과 함께. 이춘자 목사 제공

어느 날 보게 된 한줄기 햇살… 하나님의 부르심

– 목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느 날 꿈에 하나님이 저에게 카운슬링(counseling)을 하라고 하셨어요. 벌떡 일어나서 ‘상담을 하라는 건가?’ 생각했는데 베드로전서 3장 15절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가 무엇을 알아야 소망에 관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신학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시는 자녀들이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제가 신학교에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의 집 사정을 아는 지인을 통해 신학교 등록마감일 마감시간을 얼마 앞두고, 어떤 분이 등록금을 보내주셨어요. 저는 너무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등록금을 들고 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는데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나님이 저를 포클레인으로 퍼다가 여기 놓으셔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48세에 여학생 중 최고령자로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 신학교 생활은 어떠셨어요?

“공부를 안 한 지가 오래돼서 많이 어려웠고 특히 외국어는 힘들었습니다. 날마다 커피를 마셔가며 버스 안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그렇게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재정은 시작하신 이가 하나님이시기에 마치는 것도 하나님이시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계속 섬겨주시는 분이 계셔서 무사히 졸업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당시 여성목회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던 때라 친정어머니는 목사가 아닌 전도사로 사역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어느 날 새벽, 잘 모르는 분이 사촌오빠 교회에서 저를 보았다며 제가 신학대학원에 가야 된다면서 등록금을 가지고 오셨어요.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셨다면서요. 친정어머니는 “누가 하나님의 일을 말릴 수 있겠냐.”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순종하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또 허락하셔서 신학대학원을 들어갔습니다. 이후 교회를 개척하는 과정에서도 신대원 등록금을 섬겨주셨던 분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며 재정을 주셨어요. 이렇게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친히 하셨습니다.”

– 교회 개척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교회와 사택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딱 맞는 집이 눈에 들어왔는데 제가 가진 재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하나님, 이곳이 예비하신 곳 같은데 제가 가진 돈하고는 너무 차이가 나니 어떡하죠?”하고 기도했을 때 빌립보서 4장 19절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말씀을 통해 응답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을 믿고 집주인과 만나 여러 과정 끝에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집이었는데, 하나님이 집주인의 마음을 움직여 주셔서 집을 온통 새집처럼 수리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큰 교회의 집사로, 성가대원이라고 했습니다. 집을 내주면서 다시 하나님을 깊게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배드릴 때 마룻바닥이 차가울 것을 생각하여 보일러를 새로 놓아주었고 새집처럼 단장을 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다 하신 일입니다. 그 곳에서 창립예배를 드리고 교회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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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교 시절 동기들과 함께. 이춘자 목사는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춘자 목사 제공

풍성한 대로 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다

– 너무 놀라운 간증이네요. 진짜 주님이 다 하셨네요. 그런데 목회는 어떠셨어요?

“제가 집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오랫동안 믿음 생활을 쉬고 있던 한 성도를 찾아갔어요. 쉬고 있는 동안 그 교회에서 한 번도 심방을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교회를 안 나가겠다고 하기에 우리 교회에 나오도록 권면하고 주일에 오기로 했는데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에 그 교회에서 찾아왔더라며 이제는 전의 교회도, 우리 교회도 다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 영혼을 살리려고 했는데 결과는 안타깝게 됐죠. 그 일을 계기로 울며 기도하면서 ‘하나님, 사람 숫자 세지 않겠습니다.’라고 결단했습니다.”

– 그러면 어떤 것을 중점으로 목회를 하셨나요?

“우리 모두의 심령에 말씀을 아구까지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늘 말씀을 붙들고 살았거든요. 말씀이 없으면 온갖 다양한 사역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주소망교회는 말씀통독, 성경암송, 말씀묵상을 하고 있어요. 첫째, 셋째 주에는 빵 전도를 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교회 주변에서 전도합니다. 몇 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일로 교회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순종하고 있어요. 그래서 성도들이 말씀 안에서 믿음이 자랄 수 있도록 합니다. 믿음이 자라면 하나님께 자연스럽게 순종하게 되죠.”

– 힘드신 적은 없으셨어요?

“저는 주위의 믿는 사람들로부터 ‘천수답(天水畓·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는 논) 목회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죠. 시편 84편 11절 “여호와 하나님은 해요 방패이시라 여호와께서 은혜와 영화를 주시며 정직하게 행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아끼지 아니하실 것임이니이다”라는 말씀처럼 내가 정직히 하나님의 길로 행하면 하나님이 다 주심을 믿고 오늘에 이르렀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교회로 사용되는 건물의 월세나 공과금을 밀려서 못 낸 적이 없습니다. 성도가 적은 데도 하나님이 늘 책임져 주셨습니다. 처음 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회계록을 보면 기적의 연속입니다. 어떤 달은 간혹 모자랄 때도 있죠. 그렇지만 월세나 공과금은 늘 제때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목사 사례비조차 없지만 연말이 되면 처음 예산을 세웠던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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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 세례 후 세례받은 아기와 함께. 이춘자 목사 제공

회계록에 나타난 기적의 흔적들

– 주님의 공급에만 의존하셨는데, 그 모든 것을 채워주신 걸음이었군요.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씨름, 때론 원망, 불평, 조바심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친히 하시는 일들을 보면서 부족함이 없으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면서 기도하면 선하신 하나님께서 늘 그 선함과 평안함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굶게 하지 않으시고 꼭 필요할 때마다 재정을 채워주셔서 미루지 않게 하셨습니다.”

– 선배 목회자로서 목회에 부르심을 받고 순종하는 후배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목회의 길은 소명이 있어야 해요. 소명이 확실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내가 하나님 앞에 확실한 부르심의 소명과 사명이 있다면 붙들림을 받아요. 돈이 있어 신학하고 돈이 있어 목회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하나님의 부요하심과 권능으로 공부도, 교회도 할 수 있어요. 교회를 창립하고 신명기 말씀처럼 농사짓지 않아도 농사지은 것처럼, 제가 집을 짓지 않아도 집 지은 것처럼 풍성하게 살았어요. 나그네의 삶인 자가 뭐가 많이 필요하겠어요. 나 혼자 먹고 살라는 것이 아니기에 늘 뭐가 생기면 누구에게 필요한가 생각하게 됩니다. 자녀들이 우리 엄마는 무엇이든 한 차 가득 있어도 주위에 나눠주느라 곳간은 비어 있다고 얘기합니다. 목회자의 삶이, 그리고 믿는 자들의 삶이 비워야 채워지는 삶이기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은 창조주이시고 나는 피조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나는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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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헤미야52 기도에 참여한 교회 성도들과 함께. 이춘자 목사 제공

– 끝으로 기도제목 나눠주세요.

“저희 주소망교회가 지금 2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교회 이전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어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계시고, 말씀기도, 느헤미야 기도로 함께 동역하시는 분들이 계단 오르기가 힘들고 상가 건물이다 보니 주차 공간이 없어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쉼이 필요한 분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서 1층의 넓은 공간이 있는 곳으로 이전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복음기도신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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