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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소수부족 카렌족 선교사의 꿈과 순종

▲ 한국에서 카렌족 자비량선교사로 삶을 살고 있는 드린 한 형제의 고향집

2021년 2월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국 김해의 공장에서 일하는 자비량 선교사 ‘사왕’이 보내온 것이다. 나의 한국 통장으로 88만8888원을 송금한 영수증을 첨부하였다.

“목사님께 드립니다”라는 짧은 글도 보냈다. 이 헌금의 의미는 숫자의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이것은 약자도 선교에 동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고 교훈이다. 헌금의 목적과 그 가정의 형편을 보면 알 수 있다. 헌금의 내용이 궁금하여 사왕에게 전화를 하였다.

“어머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사왕의 어머니가 나에게 전달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다음날 사왕어머니에게 연락을 하였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통화를 하면서 헌금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선교를 위한 헌금이었다.

“3년 전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3년 전 사왕이 한국으로 가기 전에 그의 교회를 방문하였다. 사왕을 자비량 선교사로 파송 할 목적으로 갔다. 매홍손도 빠이군에 있는 므앙노이라는 교회였다.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전형적인 카렌 마을이다. 사왕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자비량 선교에 대한 설명을 한 후 헌금에 대한 안내도 하였다. 십일조뿐만 아니라 신학교와 선교를 위한 특별헌금이다. 그들은 주저함 없이 약속을 하였다.

이후 그들은 그 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하였다. 2019년 말까지 십일조와 특별헌금을 잘 하였다. 코로나 발생 이후 이동이 제한되었고 나도 급하게 한국으로 갔다. 이후에 헌금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낸 것이다.

“이번에 밀린 것 2만 4000받을 모아서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보내준 헌금은 사람을 세우는 일과 선교를 위한 일입니다.”

88만 8888만 원은 태국 바트화로 정확히 2만 4000받이다. 그의 부모는 내가 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밀린 특별헌금을 하라는 것이다.

선교사로서 개인적으로 소망이 있다. 그것은 ‘소수부족 카렌교회가 주민족인 타이민족을 위한 선교적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 ‘선교하는 교회’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지금도 도전이다. 이들은 ‘선교’라는 것을 떠올리면 대개 미국이나 유럽 아니면 한국에서 온 선교사를 생각한다. 그들보다 경제적, 교육적, 사회적으로 발전된 나라 교회의 일이라는 것이다. 선교라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통로로 이해하는 경향이 크다. 선교사역이라는 것은 아직 카렌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사왕가족의 고백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빛줄기 같은 느낌이다. 선교의 주체로서 선교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그 가정을 방문하였을 때는 이들이 선교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할까 확신이 없었다. 가정적으로는 아들을 선교사로 파송한다는 의미보다는 경제적인 원인이 더 큰 것 같았다. 오랫동안 삶을 고달프게 하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런 목적도 있겠지만 동시에 가족이 선교적 삶을 실천하는 기회가 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외적으로 보면 그들은 선교를 하는 주체자보다는 선교의 대상처럼 보인다. 그 가정은 시골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밭에 옥수수를 심고, 30가마니 정도의 수확하는 벼농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옥수수 작황이 안 좋아 수입이 15000받(50만 원)정도였다. 옥수수와 쌀을 합하여도 2만4000받은 안될 것이다. 소를 몇 마리 키우지만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다. 사왕이 한국에 가기 전까지 가구 수입이 1000불 조금 넘을 정도이다. 부모는 고작 초등학교를 졸업한 저학력자이다. 허름한 집은 그들의 형편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깊은 시골에 사는 주변인이다. 그런데 그들은 확신 있는 목소리로 고백한다.

“약속을 잊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선교’를 생각할 때 미국이나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본인들도 해야 할 일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신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그들의 열악한 형편과 대조적인 헌신이다. 헌신을 약속하지만 당사자도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고백이 이어진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크고 감사합니다.”
“오 선교사님도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내가 한 것은 거의 없었다. 안내하고 헌신하도록 격려한 정도였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헌신을 통하여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선교적인 공동체로서의 희망을 발견한다. 약한자도 선교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왕의 페이스북 이름이 특이하다. 태국어로 되어 있는데 ‘คนจน ผู้ยิ่งใหญ่’(콘쫀 푸잉야이)이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가난한 사람 위대한 사람’이다. 어떤 의미로 그 이름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그의 가족은 그 이름에 딱 어울리는 가족이다. ‘가난하지만 위대한 사람’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대하면 내가 작게 느껴진다. 약자들도 선교로 부르심을 받았다. 사왕 가족은 약자가 어떻게 선교에 동참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난하지만 위대한 가족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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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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