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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따뜻한 음료 두 병

출처: Unsplash

2020년 2월 19일, 우리 부부는 잠시 한국에 나왔다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본에 돌아가지 못하고 기나긴 순례의 여정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12월3일)이 되었다.

긴 시간이 말해 주듯 짐을 싸고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끌고 메고 들고 할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기도가 절로 나왔다. ‘한번만 더 누구라도 전화가 온다면 이번에는 응할텐데요..’

이른 아침 비행기여서 새벽 첫 전차로 공항에 갈 예정이었다. 환승도 해야 하고 힘이 들 것 같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공항까지 섬기기를 원하는 지체들에게 괜찮다고 했다.

짐 뭉치들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데 늦은 저녁시간 한 형제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교사님이 거절하셨지만 어떻게든 공항에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어서 다시 용기를 내었다고 하는 문자이다. 글이었지만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다시 용기를 낸 그 마음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지금 일본 땅과 그 땅에서 기다리는 이들과 만날 생각에 내 심장은 멈추질 않았다. 처음 사랑처럼 말이다.

‘주님이 내 심장이 다시 이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셨구나’

다음날 새벽, 차가운 겨울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짐을 다 싣고 차에 탔다. 차 안은 이미 1시간을 달려오느라 훈훈했고, 잔잔히 들려오는 찬송가 피아노 선율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자리 보조석 받침대에 나란히 두유가 든 음료 두 병이 놓여 있다. 만져보니 따뜻했다. 준비한 형제의 마음이 녹아져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두 손에 따뜻한 음료병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밤새 멈추질 않고 두근두근 도끼질로 너무 쓰린 속은 따뜻한 두유 한 병으로 충분했다. 나는 작은 유리병 음료를 들고 있다 보면 그 때의 교회오빠가 생각이 난다.

여러 사정으로 여러 날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던 내게 교회오빠는 작은 오렌지 쥬스 한 병을 사 주었다. 단단한 뚜껑을 열어 ‘자~마셔’하며 손에 쥐어 주었다. 내 마음이 녹기엔 그 오렌지 쥬스 한 병으로 충분했다. 그 교회오빠가 지금 남편이다.

어떠한 큰 사건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필요를 채우는 자상함이다. 그것은 사랑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이후에 아침 일찍 디베랴 바다에 낙심하고 소망을 잃은 제자들을 찾아 가신다.(요21장) 그리고 숯불을 피우고 빵과 고기를 구우신다. 밤새 고기를 잡느라 힘을 썼지만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낙심한 제자들을 위함이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예수님은 가까이 오셔서 친히 빵과 생선을 집어서 제자들에 주셨다. 그리고 힘을 내라고 하신다. 주님이 피워 놓으신 숯불 앞에서 빵과 생선을 먹은 제자들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기에 이제는 더 이상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아니라 소망을 따라 영광의 기쁨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일본 땅에 도착했다. 잠시 잊고 지내던 일본 냄새가 편안하게 맞아 주었다. 이 땅에는 예수님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민족의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측량할 수 없는 최고의 필요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믿는 것이다.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롬1:16)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를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려 하지 않음이라’(롬15:20)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복음을 전하겠다는 바울의 거룩한 열망이다. 이 거룩한 열망을 나도 동일하게 안고 어떠한 모양이든 사랑의 형태로 이들의 필요를 채우길 소망한다.

때론 따뜻한 두유 한 병으로…
때론 오렌지 주스 뚜껑을 열어주는 자상함으로…
때론 구운 빵과 생선으로…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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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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