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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다

▲ 고베의 외국인묘지(본지 자료사진)

고정희 선교사의 주님이 사랑하시는 것(14)

나는 일본에서도 아름답다고 하는 도시, 고베(神戶)에서 살고 있다. 고베(神戶)는, 한자로 풀면 하늘의 문(출입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에는 산(六甲山)으로 둘러 싸여 있는 작은 항구도시이다.

산세가 어찌나 크고 아름다운지 많은 등산가와 관광객으로 붐을 이룬다. 그중에 내가 정말 놀랐던 것은 울창한 나무숲 속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십자가 묘지였다. 일본인도 잘 모르는 순교자들의 무덤이다.

일본에 살다 보면 이 나라에서는 예수님이 참 인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는 휴일이 아니고 산타 생일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천황 생일(天皇生日)이 이들에겐 크리스마스 같다. 그런데 이 땅 곳곳에 너무 가슴 아픈 순교의 피가 절절히 흐르고 있다.

일본인도 잘 모르는 기독교 흔적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프란치스코 자비에르 선교사가 1549년 큐슈(九州) 남부의 카고시마(鹿児島)에 상륙하면서 일본 땅에 복음이 시작된다.

하지만 복음이 심겨진지 40여 년 만인 1597년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금교령이 선포된다. 고베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쿄토(京都)에 가면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긴 하천이 있다. 그 하천 끝 한쪽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풀숲에 작은 돌 하나가 세워져 있다. 처음 봤을 때 쓸쓸하고 버려졌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기독교인들을 화형 시킨 사건을 후대에 전하려고 세운 돌이다. 화형당한 기독교인 중에는 뱃속에 아이를 가진 여인도 있었다고 한다.

쿄토(京都)와 오사카(大阪)에서 복음을 전하던 선교사 등 26명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한 겨울 귀와 코가 잘린 채로 1000km 이상을 끌려와 나가사키(長崎)에서 십자가에 달려 순교를 당한다.

나가사키(長崎) 히라도(平戶)에는 1587년 6월19일에 발령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선교사 추방령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기독교인을 고발하는 사람에겐 상을 주고 다섯 가정을 역어 서로 감시하게 했다.

예수 그림을 밟고 지나가는 ‘후미에’(踏繪)를 시행해서 기독교인을 찾아내기도 했다. 전 국민에게 강제로 절에 신자로 등록하게 해서 신자생활 관리를 받게 했고 기독교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기독교인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1860년대 후반 기독교 박해가 없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기독교가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됐던 기독교인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억압되고 갇힌 사회에서 7대 이상 신앙을 지켜온 이들이 평생을 살고 있었다. 철저한 박해 속에도 하나님의 은혜는 멈추지 않았다. 그 당시 그렇게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기독교인이 나가사키에 2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이 땅에도 거룩한 남은 자가 있었다.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찌라도 이것도 삼키운 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6;13)

지금도 나가사키(長崎)에 가면 1500년대 후반부터 250년간 기독교인들이 숨어 지낸 집들 11곳과 성당 한 곳을 볼 수 있다. 일본인도 모르는 이 기독교 흔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토록 구원을 염원했던 자녀들에게 아버지 하나님은 침묵 하시는 걸까? 하나님은 이 땅에 흐르는 순교의 피를 잊으셨을까?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무성하게 피어 기쁜 노래로 즐거워하며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샤론의 아름다움을 얻을 것이라.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라. 사35;1~2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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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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