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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연약한 마음의 형제를 위해 찾아 오신 분

프레이포유 제공

오늘 세운교 위에서 몸을 누이고 있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세운교(世運橋)는 조선시대 효경교(孝經橋)가 있던 자리로, 이 근처에 소경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맹교(盲橋)·소경다리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항상 세운교를 지날 때 만났던 형제님 두 분은 자리에 계시질 않았고, 처음 본 한 분의 모습이 눈에 크게 들어왔습니다. 옛날 조선시대 때 몸이 불편하고 소외된 분들이 계셨던 세운교라는데, 수백 년의 시차를 두고 현재도 몸이 불편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분들이 세운교 주변에 계셨습니다.

오늘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가까웠고, 점심시간 때에는 낮부터 내리쬔 햇볕이 아스팔트 도로를 달궜고 세운교 주변은 그 열기로 흡사 찜질방에 온 듯 느껴졌는데 그 도로 위에서 마치 죽은 듯 누워계시는 형제님이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준비한 간식을 머리맡에 놓아두며 말했습니다.

“형제님, 김밥 좀 드세요.”

주무실 줄 알았던 형제님이 조금 힘이 있는 목소리로 자신은 김밥은 먹질 못한다고 답하셨습니다. 그러면 삶은 계란과 음료도 있으니 그것이라도 좀 드세요. 라고 하니 그것은 먹을 수 있다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습니다.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쳐다보니 벌써 몇 년간 거리에서 생활을 하셨는지 얼굴이 까맣게 변해있었고, 주름살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올해로 62세의 아버님이셨습니다.

“아버님, 좀 그늘진 곳에 계시질 않고 왜 햇볕이 내려쬐는 이곳에 계세요?”

그러자 주변에 쉴만한 장소는 모두 사람들이 있어서 결국 발길을 돌려 여기에 누워있다고 하셨습니다.

먼저 물어본 것도 아닌데 그냥 아버님은 본인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큰 형을 찾아서 지금 7년 째 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하셨습니다. 큰 형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재혼한 형수와 함께 유산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형수가 세운교 주변 상가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올라왔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형님을 찾아내면 그 앞에서 사생결단을 내고 말겠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고 또 하시는 말씀이 큰 형이 만약 본인이 받을 돈을 얼마라도 준다면 그것으로 어머님의 고향이 보이는 이북 접경 지역에 가서 조그만 땅이라도 사서 혼자 그곳에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만약 앞으로 통일이라도 된다면 어머님의 고향에 가서 어머님의 형제들도 찾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그 아버님의 소원이셨습니다.

하루는 너무 힘이 들어 한강에서 뛰어내렸는데 시퍼런 물이나, 도로 위가 아니라 얕은 물과 모래가 가득한 곳에 떨어져 살았다고 하시며 지금까지의 힘든 삶의 여정을 짧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하나님, 이렇게 소박한 꿈을 가진 형제님은 왜 오늘도 세상의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을까요? 또 이렇게 연약한 마음을 가진 형제님은 왜 오늘도 세상 가운데서 강자의 횡포 가운데 지쳐 쓰러져 있을까요?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그 아버님 가운데 하나님께서 함께 계심을요.

하나님께서 왜 이 땅의 가장 낮은 분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 분들 곁에 올 수밖에 없는지, 그 분들과 함께 계실 수밖에 없는지 또 한 번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버지가 필요한 분들 가까이에 함께 계십니다. 하나님 아버지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분들이 거리에는 너무 많습니다. 그 분들은 하나님 아버지 한 분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켜주실 분, 도와주실 분, 의지할 분이 오직 하나님 한 분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님 또한 그 분들 곁에 함께 계십니다.

하나님! 신OO 형제님을 지켜 보호하시는 하나님, 형제님께서 기도할 때 ‘아멘’ 이라고 하며 마지막 기대와 소원과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하나님께 형제님의 삶을 인도해주시고 그 발걸음에 동행해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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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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