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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악이 성행하는 때에도 긍휼 베푸시기를 멈추지 않으셨다

▶ 제주도 송악산 해안에 일본이 만든 굴 형태의 군사 진지(출처: 문화유산뉴스 캡처)
조선선교열전 (23) – 제주도편 | 이기풍 선교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긴 2018년,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133주년을 맞았다. 구한말부터 본격화된 개신교 선교 역사는 문화, 교육, 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한반도의 근대화와 함께 진행됐다. 우리나라 곳곳의 선교역사를 통해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사랑을 되새겨본다. <편집자>

이기풍 선교사는 이호리 공동체가 세워지는 통로가 된 김재원 장로와 함께 전도하여 얻은 홍순흥, 김행권과 함께 향교골 김행권의 집에서 기도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행정기록상 첫 교회인 제주성내교회의 모태가 되었다. 또한 조봉호 선생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던 금성리의 기도 모임도 함께 했다. 이렇게 예수 믿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며 교회들이 세워져 갔다.

제주 초기 교회의 특징은 예수님을 영접한 누군가의 집에서 기도 모임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사도행전의 초대교회같이 그들은 성도의 집에 모여 기도하고 예배했고, 참여인원이 늘어나면 그보다 조금 더 큰 다른 성도의 집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때 예배처소를 짓거나 매입했다.

또한 제주 초기의 교회는 하나로 연합된 생명으로 서로를 돕고 섬기는 교회였다. 네 구역, 내 구역 혹은 네 교회, 내 교회 할 것 없이 함께 전도하고 기도하며 섬겼다. 먼 거리에서 와야 하는 성도들을 위해 여기저기 여러 곳에 기도 모임이나 교회들이 세워졌기 때문에 목회의 책임이 있는 자들은 여러 지역들을 순회하며 목회를 해야 했다. 이기풍 선교사가 1915년 1차 선교를 마칠 무렵에는 제주도 성내교회를 비롯해 금성, 삼양, 성읍, 조천, 모슬포, 한림, 용수, 세화 등에 13개의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은혜

그러나 제주에도 일제침략이라는 아픔의 시간이 찾아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제주도를 군사기지로 사용했고, 도민들을 강제징집해 군사시설을 세우거나 활주로를 닦도록 하는 등 과도한 노동을 시켰을 뿐 아니라 농사지은 것들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약탈해 갔다. 그러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어느 날 일본군은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연합군이 일본으로 진격할 때 제주를 먼저 점령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규모 폭격을 준비한 것이다. 이를 ‘결 7호 작전’이라고 이름했다.

일본은 바닷가 절벽에 제주도민들을 끌어다 굴을 파게 하고, 땅에도 보이지 않게 비행기 격납고를 만들게 했다. ‘가미카제(神風)’(신이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뜻. 2차 세계대전 말기 쯤 전세가 기울고 있을 때 기적 같은 일을 바라며 편성한 자살특공대)라는 자살폭탄테러를 하기로 단행한 것이다. 격납고나 일본군이 파놓은 진지동굴은 지금도 제주 관광지에서 심심치 않게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군은 하늘의 도움을 바라며 연합군을 격퇴할 최후의 보루를 터뜨릴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히로시마 폭격 후 일본이 항복함에 따라 제주는 통째로 불바다가 되는 길을 면하게 되었다. 히로시마에 폭격이 없었더라면 1945년 9월~10월 어느 즈음 제주도에는 오키나와에 버금가는 대학살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저 역사의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일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조선 팔도 중 가장 극심한 일본군의 횡포에 시달려야 했던 곳이 바로 제주였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압제당하며 고통받은 제주 땅을 하나님께서 그저 긍휼히 여겨주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제주는 광복의 기쁨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4·3 사건’에 휘말렸다. 이 사건이 일어난 1948년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최초로 정치지도자를 뽑는 5·10선거를 앞두고 좌우 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이때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하며 일으킨 반란 중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폭동이 4·3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이같은 남로당 중심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군과 경찰은 제주도 산간지대에서 가혹한 진압작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9만 명의 이재민과 1만 명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좌우 이념 대립이 얼마나 큰 아픈 결과를 갖고 오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진실 논란을 일으키며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체에 다가설수록 분명한 것은 인간의 악함이 드러날 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화해는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정사와 권세와 악한 자와의 싸움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김성옥 선교사
참고문헌 :한국교회 첫 선교지 살리는 공동체 100년, 제주 성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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