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57)
6개월 동안 신앙훈련을 받았습니다. 평일에는 공동체 생활로, 주말에는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가는 여정이 익숙해질 무렵 두 가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먼저는 핸드폰을, 그 다음엔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과 속상함이 밀려왔습니다.
답답하고 어려운 마음이 잘 추슬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님의 이름만 불렀습니다. 사실 전 훈련만 받으면 없던 믿음도 생기고, 복음이 저절로 내 것이 되어 누려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익숙해지는 생활에 오히려 요령이 생기면서 점점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주말은 그동안 갇혀있던 나의 생활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옛 자아의 욕구를 힘써 충족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바로 이 사건들이 터진 것입니다.
나에게 의지가 될 만한 것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너 진짜 나로 충분하니? 네가 누리고 있던 것, 나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없어져도 나 하나면 정말 충분하겠니?’
이 질문에 비로소 진실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싼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내 마음이 온전히 담긴 고백을 드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네.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다 없어진다 해도 주님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으로 돌아가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전 단호히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아니었으면 평생 주님 한분이면 충분하다는 고백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테니까요.
히브리어로 ‘미드바르’는 ‘광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디베르, 내가 말했다.’라고 하는 동사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얼핏 보면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단어 속에는 사실 엄청난 성경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주님은 광야에서 말씀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풍요롭고 익숙하고 여유로운 때가 아닌, 황폐하고 메마르고 척박한 광야에서만 오직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직 심령이 가난하고 마음이 낮아진 자가 누리는 복을 저에게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눈이 어둡고 마음이 우둔하여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나를 위해 진리를 몸소 체험케 하시고 습득하게 하신 주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습니다(시 23:1).”
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