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26)
“아들아. 오늘 묵상은 다 했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10살 된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묵상노트를 가지고 오더니 자신 있게 펼쳐 내밀었습니다.
아이답게 한 절을 취했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묵상의 내용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자신도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묵상본문은 사무엘상 15장. 사울이 아말렉을 치고 나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가장 좋은 짐승들을 남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사무엘은 이런 사울에게 말합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형식’과 ‘실제’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사라는 형식을 그럴 듯하게 드리지만 실제의 순종은 전혀 드리지 않는 삶은 주님이 받으실 수 없었습니다.
무심코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는 장난감의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변신하는 미니카가 등장하는 만화와 그 장난감에 빠져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묵상은 ‘형식’이었고 그 미니카가 ‘실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울 마음이 있을까? 나는 아들을 불러 내 앞에 앉혔습니다.
“아빠는 네가 오늘 묵상했던 것처럼 너와 함께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싶어. 괜찮겠니?” 아들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너, 하나님이 좋아? 네가 들고 있는 그 장난감이 좋아?”
“이 장난감.”
아이는 정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대답도 갑자기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빠는 네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 그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야. 그런데 하나님보다 이 장난감이 더 좋다는 건, 그건, 죄야. 너는 이 장난감 때문에 하나님을 미워하게 될 것이고, 너를 막으려고 하는 아빠도 미워하게 될 거야.”
아들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아들아! 지금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워! 하나님은 오늘 너에게도, 그리고 아빠에게도 말씀하셨잖아. 아빠도 지금 진짜 순종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몇 분 지나 아들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포기하고, 그 만화도 다시는 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도 들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하게 될 수는 없잖아.” 정직한 심령이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만 사랑할래요.’ 저도 주님께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