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20)
저의 하루는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돌보는 일로 시작됩니다. 틈틈이 갓난아이를 돌보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갑니다.
일 년 전 주님은 고아와 과부,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섬기는 긍휼사역으로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선교사가 된 후 여러 선교 현장에서 섬겨왔지만 이것은 전혀 다른 섬김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열매나 성취감 있는 결과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복음으로 회복된 생명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낮춰 몸소 섬기는 일은 오히려 낯설었습니다. 무한한 사랑과 섬김이 나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아프고 연약한 처지에 있는 자의 형편을 헤아릴 수 없는 저의 교만함을 보았습니다. 계속되는 육체의 돌봄에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게 힘이 되신다는 것을 붙들었습니다. 죄인을 섬기신 그 분의 끝없는 겸손과 섬김이 저의 본이 되어주셨습니다.
나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누군가를 위해 드려지는 것이 그리스도로 충만해지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의 만족과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비워져 ‘0(영)’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삶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계시는 할머니가 가끔 저에게 미소지어 주실 때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던 선교사님도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 아기가 밥을 잘 먹어서.”
지체의 작은 반응 하나에 웃음이 나고, 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도 우릴 이렇게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잠자리에 들 때면 아이에게 불러주는 축복송이 있습니다.
“그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주시기 원하며, 그 얼굴을 네게 향하사 평강 주시기 원하네.
네 주의 은혜와 평강이 항상 너를 지키시리. 주의 은혜와 평강이 항상 함께 하시리라.”
저에게도 이웃과 지체를 사랑하며 섬기게 하시고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