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9)
80세 되신 엄마는 흔히 말하는 명목상 신자, 이름만 기독교인이셨습니다. 천국은 죽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해 간혹 저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몸살기가 있는 어머니는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받고 옮겼던 큰 병원에서 엄마는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엄마가 그 고통의 침상에서 자신의 죄인 됨과 예수님을 믿기로 결단하며, 믿음의 고백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 일고 있고난 직후, 저는 해외 선교여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직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나 가지 말까?”,
“아니야, 잘 다녀와~” 떠나기 전날에도 엄마는 내게 이렇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엄마 다시 볼 땐 여기 말고 집에서 봐.” 그러나 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인사가 될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주님이 부르신 땅 러시아에 도착했습니다. 수요일 밤, 백야를 지나고 있던 그 곳에서 저는 죄인 된 나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제 순서를 마치자마자 ‘엄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함께하는 지체들과 예배를 드리고 엄마의 믿음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남편에게 인사말을 전달하고 잠자리에 누운 그 새벽, 어머님의 소천 소식을 듣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었을 때 어머님의 소천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집에서 보자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집에서 보자고 했는데…. 그 집은 하늘본향 이었구나!
주님이 다양한 말씀으로 위로해주셨으나, 정오가 되기 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나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나 집에 보내주세요. 집에 갈래요. 근데요. 주님,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때에 주님 뜻을 따르고 싶어요. 내 뜻대로 마시고 주님 뜻대로 해 주세요.”
그러나 선교 현장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 있었습니다. 마트에 다녀오고, 마실 물을 길러오고, 여러가지 나의 손길이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이래도 괞찮은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주님은 이런 마음을 제게 주셨습니다. 순종은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있으라 하신 자리에 있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종의 자리에 있을 때 그냥 그 자리가 순종의 값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모인 나의 삶의 자리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일상을 나는 얼마나 힘들어 하는가? 내게는 무엇을 해내는 능력보다 순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영원토록 안식하실 어머니는 내가 돌아갈 본향에서 뵙게 되겠지요. 저도 이제 주님이 허락하신 곳에서 안식하며 순종의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