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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안식년 전 마지막 빈민식사 사역

사진: 원정하

우리 감리교단의 선교사는 6년을 사역하면 1년간 안식년을 갖습니다. 저는 2012년에 만 스물아홉의 나이로 인도로 파송되어 2018년에 첫 안식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오는 2025년은 저희 가정의 두 번째 안식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몇 가지 사정으로 안식년을 3개월 정도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안식년이 시작되면 바로 자세한 사정을 나누겠습니다.)

두 아들인 석정이와 송정이를 한국 서산의 ‘헤브론 원형학교’에 입학시키고, 기숙사 입주까지 확인한 후, 저와 아내는 다시 인도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내년 초에 비우려던 집을 일찍 비우고, 성도들과 동료 선교사님들에게 인사도 하려고요.

그리고 저는 바로 첫날에 그리운 봄베이 빈민 자선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모처럼 밥이랑 계란이랑 실컷 먹이고, 앞으로 일년 가량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보고 싶었던 모든 아이들을 한 두명 빼고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왔다고 팔짝 팔짝 뛰더니, 곧 울상이 되더군요. 하지만 아이들답게 바로 다시 명랑한 모드로 돌아와서 음식과 장난감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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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그러면서 아이들이 한명 씩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누나들(생수의 강 기독학교)이 왔을 때, 얘(이스마일)가 막 울렸지요.”

“1년 후에 돌아올 때 그 누나들이랑 같이 오세요?”

“1년 말고 5일 후에 또 오세요!”

“나는 형들(모로뷰 팀 같습니다.)이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난 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손을 꼭 잡으며 달라 붙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럼 오늘은 아이스크림도 사 주세요.”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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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어른들도 망연자실하더군요. 한 할머니는 “그럼 이제 삶은 계란은 누구에게 받나?”라 하는데 그 말에 눈물이 핑 돌고 말았습니다. 자선식당에서 밥 사주는 사람은 있어도 계란 사주는 사람은 정말 드물거든요. 아주머니들과 어린이들은 보통 각각 열 개씩 삶은 달걀을 주고, 남자 어른들은 너무 조르면 두 개씩 주곤 하는데… 걸인 한 무리가 그걸 모으면 제가 다시 올 때 까지 꽤 오래 버티곤 했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1년이나 한국에 간다니, 속상하겠지요.

물론 이들은 안식년이 꼭 필요한 제 사정에 관심도 없을 것이고, 혹시 말해줘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워하는 건 원정하도, 원정하가 전해준 메시지(만화전도책자)도 아니고, 다만 계란과 밥일 뿐이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도 종종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을 볼 때 저는 불쌍함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다른 걱정들을 덮어버리더군요.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보실 때 그러실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갖고, 한참 못 돌아올지 모르는 봄베이의 길거리를 다시 걸었습니다. 이미 절제회 전도팩(만화전도책자 + 금주금연 팜플릿 + 껌 세통)은 식당에서 다 썼지만, 예비로 들고 나온 마지막 만화 전도책자가 떨어질 때 까지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만화 전도책자와 20루피(320원)지폐를 세트로 약 30여 명의 걸인들, 넝마주이들, 그리고 매춘녀들(이들도 고마워하며 잘 받습니다.)에게 나누어주며 한참을 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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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인도 집의 짐을 다 처분하는 대신 월 30만원 가량 내며 임시 보관소에 맡기기로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1년간 그 재정을 낼 돈이면, 안식년 후 복귀해도 대부분의 짐은 다 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관소에도 습기가 차고 해서 다시 못 쓰게 되는 물건들도 많지요. 차라리 처분하며 나누어주고, 또 팔기도 해서 안식년 재정착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신 분들은 안식년 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는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자비롭게 허락하신다면, 꼭 다른 곳으로 가라고 직통 계시로 명령이라도 주지 않으신다면, 아내와 함께 이들에게 돌아오고 싶습니다. 안식년 이후에는, 아이들도 방학마다 인도로 다시 데려오고요. 여건이 되면 안식년 중에도 종종 돌아오고 싶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빈민 식사 재정 및 혹 안식년 중에도 보내주실 빈민 식사 지정 헌금들은 안식년 이후에, 혹은 안식년 중에도 선교지를 방문하게 될 때 반드시 잘 집행하겠습니다. 함께 마음을 품어 주시고, 재정으로 동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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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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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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