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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통신] 일할 때는 벗고 퇴근할 때 깨끗한 작업복을 갈아입는 이유

사진: 김경희 선교사

잠비아의 우기철이다. 몇 주 동안이나 내리지 않던 비가 옥수수가 다 마르고 나서야 폭우로 찾아왔다. 사일리 마을 입구엔 어김없이 물이 범람했다. 이 정도 크기의 트럭이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는 주변의 말에 동의해 고인 물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데 구정물 한 가운데서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이런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이웃들의 도움으로 트럭을 우선 물에서 건져 냈다. 여러번 시도를 해봐도 시동이 걸릴 기미가 안 보였다.

결국 다음 날 루사카 시내까지 견인해 가서 엔진을 열어본 결과, 엔진에 공기 대신 물이 들어갔다. 그 결과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못 하는 바람에 피스톤 암이 휘었단다. 이유를 찾았으나 다음 큰 과제는 부품 조달이다. 흔치 않은 부품들을 직접 시내 구석구석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알게 된 유능한 수리공과 루사카 시내를 며칠 동안 뒤져서 부품들을 모두 찾아냈고, 트럭의 심장이 만 1주일 만에 다시 뛰게 됐다. 잠비아에서 이렇게 일 처리가 빨리 된 것은 기적이다. 생각해 보면 수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지속해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믿을 만한 든든한 인연들을 만나게 됐는지 참 신기하다. 이 위기를 통해 사람을 얻을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가 넘치는 한 주였다.

잠비아에서 행정 처리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내가 필요하다. 간단한 행정 절차를 위해 관공서를 여러 차례 방문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전에는 악수하며 점심값이라도 제공하면 몇 개월 걸릴 것이 바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덕분에 사일리 부지 관련 행정 진행이 2019년부터 지금까지 만 4년째 진행 중이다. 그런 잠비아에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잠비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가 부도를 막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IMF의 제재를 피할 수 없어 많은 부처가 IMF의 관리하에 운영하게 됐다. 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나라이기에 갑자기 삶에 많은 변화를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변화가 나타났다. 모든 정부 기관에서 더 이상 행정 비용을 직접 받지 않고 온라인 혹은 은행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 라고 한다. 웬만한 서류 신청도 이제 모두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서명마저도 전자 서명으로 이뤄진다. IT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국민이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을 아는 곳이라면 온라인화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대혼란을 맞게될 것이다. 지금의 잠비아가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 작년 사일리 땅문서를 받기 바로 직전에 국토부의 모든 행정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모두가 다음 스텝을 모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부서씩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어느듯 우리 차례가 왔고 사일리 땅 서류도 드디어, 전자 서명을 완료하게 됐다. 할렐루야.

이제 사일리의 땅문서가 나올 날도 정말 멀지 않아 지체하고 있었던 학교 본관 건물의 기초를 이어서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 부활주일에는 건축에 가담하고 있는 형제들의 교회에 초대받아 말씀을 전하고 왔다. 매일 출퇴근 이동이 어렵기에 형제들이 건축하는 동안은 초소나 그늘막에서 자겠다고 한다. 한 번은 3일 동안 비가 와서 밤에 엄청 추웠는데 아침에 가보니 초소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추위에 떨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추운데 며칠 전에 사준 작업복을 왜 껴입지 않고 있냐고 물으니, 주말에 집에 갈 때 깨끗한 작업복 입은 모습을 식구들과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아껴두고 있다고 했다. 드디어 금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직전, 모두가 단정하게 작업복으로 갈아 입었다. 작업할 때 입어야 할 작업복을 주변에 일자리가 생겼다고 자랑하고 싶어 퇴근할 때 입는 이들의 순박한 마음이 느껴져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난다. 건축하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던데 더불어 웃게 해주는 이들과 함께 하니, 같이 젊어지는 것만 같다. 계속해서 사일리 마을에 복음과 교육의 통로가 예수님의 사랑으로 메워질 수 있도록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잠비아=이찬양, 이정선 선교사
제공 : 바울선교회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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