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 | 선교 통신
어느 날 집 앞 야채 밭에 가는데 초등학생 6학년 정도 되는 여자 아이가 지나가면서 내게 인사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K의 막내딸 마리암(가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그녀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막연히 그 아이가 주님께 속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리암을 키즈클럽에 초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며칠이 지났을까. 마리암이 귀신이 들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가족들은 마리암을 이곳 감비아에서 세네갈의 마라부(주술사)에게 데려갈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교회 목사님과 함께 그 집에 가서 기도하자는 약속을 잡고 다음 날 방문했다.
그 집 안은 현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칙칙하고 어두웠다. 준비한 성경 말씀을 들려주고 예수님을 믿고 기도한다면 귀신이 쫓겨나갈 것이라고 말씀을 나누었다. 마리암은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도를 하기 위해 아이의 손을 잡는 순간 아이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소리를 너무 크게 높이지도 않고, 너무 길지도 않게 기도하며, 마리암이 주님의 딸임을 선포하고 귀신을 쫓는 기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날 저녁 세네갈에 있는 마라부에게 갈 예정이라는 것을 듣고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집을 나서야만 했다.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까. 마리암이 세네갈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집을 방문했다. 마리암의 엄마인 K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를 본 K는 우리가 함께 가서 기도한 뒤로 딸이 좋아졌다고 했다. 마라부가 준 약은 사실 일주일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데 우리가 기도한 후로 귀신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뜻밖의(?) 답변에 기쁘기도 했지만, 너무 놀랍기도 해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이전에 계획했던 대로 마리암을 키즈클럽과 어린이 성경공부에 초대하려고 하는 시점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마리암의 아버지는 학교에는 진(Jinn, 악령)이 많아 딸을 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대신 도시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키즈클럽을 통해서 만날 아이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리고 마리암의 아버지는 전학 갈 학교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아이를 도시로 보내버렸다. 나는 그 후에 한참 동안 마리암을 보지 못했다. 물론 나는 그 가정을 기억하면서 늘 기도했다.
얼마 전에 이곳의 큰 명절인 코리테(Korite, 라마단 금식을 끝내는 축제)를 맞아 마리암이 시골집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일반 학교에 입학이 안 되어 아직 학교는 다니지 않고, 다만 오후에 코란을 배우는 곳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동안 핸드폰이 망가져 말씀을 듣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리스도인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그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 가끔 말씀을 듣는다고 했다.
귀신 들린 마리암을 위해 기도하러 갔을 때 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두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믿었던 것은 오직 진리의 말씀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난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리암이 듣고 있을 그 말씀의 능력을 통해서 그녀가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고백하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감비아=신은경 선교사
제공: 한국WEC국제선교회 RUN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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