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마감 후 6시간 침묵하다 감시하던 시민 내쫓고 승리 선언
미·EU·아르헨·칠레 등 “결과 어떻게 믿냐” 투명성 보장 촉구
러시아 “투명하고 신뢰있는 선거”…쿠바 “형제의 역사적 승리”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서방 언론의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현역인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이 당선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특히 친(親)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개표 참관을 원하는 시민 그룹을 차단한 채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화하면서 주변국에서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0시 10분께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80% 개표)을 기록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서방 언론의 출구 조사에서 민주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74)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분석기관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65%로 마두로 대통령(31%)보다 배 이상 높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에 주변국들은 당장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선거 당국의 발표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소망이나 투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미래를 위해 투표했고, 그들의 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세부적인 개표 결과와 투표 기록을 포함해 선거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마두로 정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온전한 투명성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 “칠레는 검증할 수 없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루는 사태 논의를 위해 주베네수엘라 대사를 즉각 소환했다.
하비에르 곤잘레스-올라에체아 프랑코 페루 외교부 장관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정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페루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에 반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발표는 사기로 의심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아메리카대륙의 민주 정부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지가 존중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전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지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부정 선거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승리를 낙관해온 미국과 주변국의 격한 반응과 달리 러시아와 쿠바 등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형제’로 칭하며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쿠바의 실권자인 라울 카스트로(93)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도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세르게이 멜리크 바그다사로프 주베네수엘라 러시아 대사는 “투명하고 신뢰 있는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는 국제 무대에서 베네수엘라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도 선거 결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고 베네수엘라와 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국제사회의 반응이 이처럼 갈리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도 부정선거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선거 결과를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데다 투표 마감 이후 친정부 지지자들이 개표 절차 감시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을 포위해 충돌이 벌어졌다는 등 부정선거를 의심하게 할 만한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베네수엘라 유권자는 블룸버그에 “한쪽은 모든 자원을 다 가지고 있고 다른 쪽은 간신히 버텨야 하는 매우 고르지 못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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