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이름으로 마감하는 인생’…노숙인에서 회심한 성도의 고백
서울역 노숙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인생의 벼랑 끝에 선 노숙인들이 죽음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때는 가장이요, 남편이요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이 실직과 전과(前科) 등의 이유로 낙망하다 삶의 극단으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한 성도 이호성(가명)씨가 이같은 노숙인들의 상황을 본지에 전했다. 그는 또 인생의 실패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신음하고 있는 이들 노숙인들의 상황을 알리며 본지 독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노숙인 생활에서 벗어나셨나요?
“주님 은혜로 그곳에서 벗어났어요. 정말 기적 같아요. 제가 그곳을 빠져나오고 보니 여전히 그곳에서 마음과 육체의 병으로 살아가는 분들을 잊을 수가 없네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서울역 노숙인들이 어떻게 쓰러져 가는지 그 실상을 알리고 싶었어요. 노숙인의 삶에 한번 빠져들면 정말로 빠져나오기 어려워요. 서울역은 떠나는 곳이지 노숙하러 가는 곳이 되면 안돼요. 서울역은 노숙인들에게 죽음의 늪이에요.”
서울역은 ‘죽음의 늪’
늪은 한번 빠져들면 나올 수가 없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곳이다. 호성씨는 서울역을 그런 곳으로 표현했다. 남루했지만, 이제 단정한 옷차림을 한 그는 한때 가족처럼 지냈던 노숙인들이 서울역과 같은 곳에서 하나님을 알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마음 아파했다. 그는 더 이상 죽음의 장소로 사람들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자면 서울역과 같은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오실 수 있었나요?
“사고로 죽을 뻔 한 경험이 계기가 됐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위기감을 갖게 됐습니다.”
– 어떤 사건인지요?
“서울역 노숙인들은 수시로 술자리를 만듭니다. 돈이 조금 생기면 그렇게 모이곤하죠. 어느 날, 담배가 없어서 한 친구가 갖고 있는 담배를 얻어 피웠어요. 약간 싸한 냄새가 나긴 했는데 그냥 피웠어요.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온 세상이 꿈틀거리는데 지진이 난 줄로만 알았어요. 그 담배에 마약이 있었던가 봐요.”
–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나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나중에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어요. 머리가 깨어지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갔던 거죠. 그런데 병원에 누워있는데, 의료진들이 제 몸에서 마약 성분이 발견됐다고 하는 말이 들렸어요.” 사실 꽤 오랜 세월을 서울역에서 지내면서 노숙인들 사이의 마약 사용 소문을 노숙인들의 행동을 통해 짐작은 했어요. 그러나 이 사건을 계시로 마약의 위험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되었죠.”
담배에 묻어 있는 마약가루
“제가 비록 노숙을 했지만, 살아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몇 년간 다른 곳에서 일을 해보기도하고, 그러다 현실에 실망하고 돌아가곤 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달랐어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그러다 주님을 만나게 되는 일련의 일들이 일어났어요.”
– 어떻게 노숙인의 삶을 살게 되셨나요?
“저도 한때 단란한 가정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내가 외도를 하는 바람에 행복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풍비박산 나고 말았죠. 노숙인이 되기 전에는 제가 이곳의 노숙인을 돕기도 했어요. 그러다 오갈 데 없어 방황하다 저 역시 이곳에 와서 노숙인으로 전락해버린 것이죠. 그러나 저는 노숙인의 삶을 청산하고, 이제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꿈을 꾸고 있어요.”
– 주님 은혜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하시던 마약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노숙인들 사이에 마약이 널리 퍼져 있나요?
“제가 원치 않게 그런 일을 겪고 보니, 마약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실 예전에는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주사바늘로 마약을 투입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노숙인들 중에서도 증류수통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담배에 넣고 한다고 해요. 그러니 건네주는 담배를 잘못 피우다가 마약을 경험하고, 중독에 빠질 수도 있겠죠.”
– 마약을 한 분들의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간혹 마약을 한 듯한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어느 날 멍하니 앉아 옆 사람과 한두 마디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방금 전 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푹 고꾸라지면서 쓰러지는 거예요. 노숙을 하면서 심신이 약해진 상태에서 마약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죠. 그리고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그게 서울역 노숙인들의 삶이죠. 그렇게 허망하게 인생이 죽어가는 거죠.”
– 아. 그렇군요. 너무 황망하군요.
“또 어떤 날은 서울역 노숙인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아주 느려지는 때가 있어요. 아주 고요해요. 다들 어디에서 술을 마시고 마약을 했는지, 앉아 있는 사람들의 눈의 초점이 풀려져 있어요. 이들을 이렇게 내버려두면 살아남지 못하고 다 죽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으면 합니다.”
한 번 빠져든 노숙, 헤어날 길 없어
– 처음부터 노숙인의 삶을 원하지 않았을 텐데요?
“집을 나오거나 거리를 배회하다 서울역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이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옷이 깨끗하죠. 그리고 얼마 동안은 노숙을 하더라도 깨끗하게 씻고 단정하게 지내죠. 다른 노숙인들 눈치도 보면서 그 무리에 끼지 않아요. 그러다 한 두명 얼굴을 익히게 되고 담배도 건네고, 술 한잔 주고받으면서 인간적인 교제가 이뤄집니다. 그렇게 이곳 사정에 익숙해지면서 노숙인의 삶으로 빠져드는 거죠. 그러면 당장 모든 걱정에서 해방되잖아요. 식구들 걱정, 돈 걱정,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거죠. 그러다보면 아주 본능만 남죠. 조그만 일에 울고 웃고, 화를 내고, 싸우고….”
–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사실 서울역 같은 곳에서 굶어 죽지는 않아요.”
– 이곳에서 의식주가 해결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서울역으로 구제를 오는 사람이나 단체가 참 많아요. 노숙인들에게 너무 감사한 사람들이죠. 노숙인들은 식사를 제공하거나 각종 구제활동을 하는 단체나 교회 등의 일정표를 갖고 다녀요. 그렇게 챙겨먹으면 적어도 굶지는 않아요. 그러다 기초수급 대상자가 되면 매월 몇십만원의 지원금이 나와요. 아무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죠. 그런데 수급일이 되면 하루 이틀 사이에 유흥가에서 술을 마시는 등 그 돈을 다 탕진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 그러나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조건이 까다로울텐데요?
“물론 그렇죠. 저같은 경우는 그렇게 기초수급자가 되고 싶어도 대상이 되지 않았어요. 적어도 수급자가 되려면, 장애가 있거나 알콜중독 등 재활능력이 없는 사람이어야 가능하죠. 그러나 막노동 등으로 일을 하면서 수입이 생기면, 기초수급이 끊어져요. 그러니까 한번 기초수급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게 돼요.”
재활의지 꺾어버리는 무상복지
– 그게 무슨 말이죠? 기초수급자가 일을 하지 않으려한다니.
“사실 기초수급제도는 노숙인들에게 정말 고마운 제도죠. 그 제도로 도움을 받고 재활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요. 그러나 한번 수급자로서 정부 지원을 받게 된 사람은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사람은 일부러 자신의 몸을 자해해서 수급자격을 만드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무상으로 도와주는 수급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사람들을 노숙인 상태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기도 해요.”
그는 자신이 이같은 수급대상에서 제외 돼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역설적으로 노숙인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로 생각하는 듯 했다.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 오직 복음
분명 무상복지 정책이 경제적 취약계층을 돕는데 유익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제도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재활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도 있다는 딜레마를 동시에 갖고 있다.
– 그래도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그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어느 해 여름날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한 노숙인이 환풍기 위에 누워있었어요. 그때 구제활동을 하시던 분이 다가가서 얼음과 주먹밥을 쥐어줬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것을 받아들고 통곡을 하는 거예요. 이곳을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다는 거예요. 서울역은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 실제 저도 그랬지만 몇 년씩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그런 곳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군요.
“네, 저도 과거에 서울역에서 폭행과 폭음을 일삼고, 정말 벌레 같은 인생을 살았어요. 그러다 몇년 전 한 전도사님이 복음을 들려주셨어요. 그리고 계속 찾아와서 복음을 전하셨어요. 그러다 교회에 가게 됐어요. 그때 그 교회 목사님이 과거에 노숙인들을 도와주다가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폭력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제 마음이 복음을 들을 준비를 하게 됐어요.”
– 그러면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그 노숙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성경 말씀이었어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우리에게 주신 기쁜 소식인 복음이 저를 그 기가 막힐 웅덩이에서 건져내게 한 것이죠. 저는 앞으로 노숙인들의 구원을 위해 제 삶을 바치고 싶어요. 제가 그곳 노숙인의 절박함과 고통을 온 몸으로 경험했으니, 그 누구보다 제가 그들의 아픔을 알죠. 그들이 회복되는 길은 복음밖에 없어요. 노숙인들이 복음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