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거리 빈민식사 사역을 했습니다. 빈민 자선 식당에서 밥을 사 주는 게 아니라, 빈민가 한복판에 가서 직접 밥을 나누어 주는 것이지요. 이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새치기도 많이 하고, 또 얌전히 줄 서서 받은 후에 옷을 갈아입거나, 혹은 남자아이들의 경우 웃통을 벗거나, 여자들의 경우 갑자기 무슬림이나 아주 보수적이고 정숙한 여인들처럼 천으로 얼굴을 가린 후 다시 줄을 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적발하기도 하지만, 적발되면 아니라고 더 소리 지르고 욕하며, 군중을 선동해서 달려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살짝 못 본 채 웃음과 관대함으로 나누어주면, 은혜롭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앞에 약삭빠르게 서너 개를 받은 이들 때문에 정당하게 줄을 섰던 이들이 한 시간을 기다리고도 못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의 욕과 눈물은 정말 우리 잘못 때문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따로 챙겨주려 하면 이미 받은 이들이 자기들도 못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달려듭니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이번에 닭고기 도시락을 200인분이나 가져왔는데, 보통 어린이들이나 그 시점에 그 슬럼에 앉아있던 빈민들이 받았거든요. 일을 나갔던 사람들까지 다섯 명이 한 식구인데 두 명만 받았다면 아무래도 모자라겠지요. 할 수 있으면 사람 수 대로 받고 싶겠지요.
우리나라 50년대나 60년대를 생각해 보면, 다섯 식구가 굶고 있는데 배급소에서 정직하게 줄을 서서 일 인분을 받아온 아이와, 백인 선교사를 속여서 2인분을 받아온 아이 중 누가 효자로 칭찬을 받았을까요? 두 개 받아온 아이를 정직하지 않다고 혼내는 사람은 정말 적었을 것입니다. 도리어 하나밖에 못 받아왔다고 혼나지 않으면 다행이었겠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희는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습니다.
(1) 먼저 모두가 조끼 유니폼을 입습니다.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통제가 됩니다. 나보다 어리거나 혹은 여자이거나 아니면 외국인의 말은 안 듣겠다는 식의 억지가 통하지 않고, 군중 앞에서 공통적인 보호막이 되니까요. 하다못해 할아버지 할머니나 인도어를 못 하는 외국인, 열 살 남짓 어린이라도, 조끼 입고 서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2) 그리고 빨랫줄로 행동 유도선을 만듭니다. 적어도 심리적으로 그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지요.
(3) 또 각자에게 1~200까지 번호가 적힌, 위조가 불가능한 카드를 나누어 줍니다. 그래서 번호가 호출된 사람들만 나와서 그 쿠폰을 내고, 도시락과 절제회 전도팩(금주금연 팸플릿 + 만화 전도책자 + 껌 세 통)을 받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이미 받은 이들은 오른쪽 검지손톱에 유성팬으로 마킹을 합니다. 이건 웬만큼 노력해서는 하루에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나누어 줄 때, 손톱에 마킹 자국이 있는 이들은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해도, 온갖 방법으로 속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는 각 파트에 사람들을 배치하고, 속이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악역이지요. 음식이나 전도팩을 나누어주는 천사 역할, 손톱에 마킹하기나 줄을 들고 서 있기처럼 단순하고 쉬운 역할은 단기 팀이나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비롯, 가장 경험이 많은 이들은 질서 유지 및 부정행위 방지라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다섯 번째 안전장치는 바로 저, 원정하 선교사입니다.
속이고 새치기한 사람을 화내지 않고 예쁘게 돌려보내면, 뻔뻔하게 또 시도하다 나중에는 본인들이 화를 냅니다. 그러나 서툰 힌디로 화내고, 경고하고, 한 명이라도 더 이런 사람이 나오면 바로 철수한다고 경고해야 합니다. 때로는 실제로 실행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봉사자가 적으면, 소리쳐 가며 혼내놓고 웃으면서 축복과 밥, 전도 팩을 주는 일을, 정신병에 걸릴 것 같은 더욱 힘든 일을 해야 합니다. 내적으로 힘들기만 하고 끝나면 괜찮은데, 혹여 저희의 메시지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더 문제지요. 다행히 어제는 악역에만 집중할 수 있는(ㅜ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오병이어를 생각해 봤습니다. 다들 남도록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저희는 이번에 200인분을 갖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는 어차피 5000명분을 갖고 와도 결국은 못 받을 사람은 못 받거든요. 그리고 십 수명이 각자 파트에서 집중해야 200인분을 겨우 나눌 수 있고, 만약 음식이 더 많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다 먹고 다시 와서 줄을 서는 경우도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현재 저희의 능력으로는 200인분이 한계입니다.
예수님 오병이어 축제 같은 임재와 풍성함, 기쁨을 소망합니다. 그래서 육체의 빵(음식)과 함께 나누어지는 생명의 빵(복음)이 거침없이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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