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편집인 칼럼] 선량(選良)으로 가는 길

사진: unsplash의 Holden Baxter

“아저씨 ㅇㅇ동 ㅇㅇ번지 가려고 하는데 저를 데려가 주세요”

1960년대 중반 어느 날이다. 지금 초등학교로 불리는 국민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우리 가족은 그날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나들이를 떠나 부산역으로 갔다. 요즘으로 치면 산업박람회 같은 행사를 보기 위해 나섰던 것 같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눈에 모든 물건들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가족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만 손을 놓친 것을 알았다. 그 순간 당황했지만, 왠지 나 혼자 집에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을 걸려 방황하던 끝에 인적도 드문 자정 무렵, 갈래길이 많은 서면 로터리에서 한 아저씨에게 그렇게 집 주소를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녘 집에 도착했다. 그 사이에 우리 가족들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느라고 몸과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파출소, 고아원, 그 밤 시간에 곳곳을 다 헤매고 다니다 기진맥진해 들어온 아이를 부둥켜안고 눈물 어린 감격의 재회를 했다고 한다. 수십년이 지났어도 이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나이에 아이가 어떻게 집 주소를 외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주소를 알고 있었기에 그 어린 꼬마가 과감하게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확실한 목표를 안다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 인생의 첫 기억이다.

그러나 한 번의 경험이 또 다른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보장은 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지나온 세월 동안 많은 방황이 있었다. 실패와 좌절.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절망감으로 깊은 심연을 헤맬 때가 있었다. 바둑 기사들이 복기하듯 그 시간들을 다시 되짚어보면,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들은 잘못된 목표였거나 잘못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정표도 볼 수 있었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교만의 결과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에 황당하리만치 무모한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보이스 피싱으로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들. 상황판단이 어눌해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갖 사기성 범죄. 최고학부를 마치고 금융권에서 프라이빗뱅킹을 담당하는 금융 엘리트들이 고위험상품을 고객들에게 권하는 무모한 투자 권유. 사회초년생을 비롯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세사기를 비롯 온갖 사기성 범죄. 또한 전세계에서 기록적인 범죄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보험사기. 특히 우리나라 한 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 원을 넘고, 적발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도덕적 불감증은 누구를 비난할 정도를 뛰어넘는다.

더욱이 한국사회에서 그중 최고 압권은 ‘한때’ 선량(選良) 즉, ‘선택된 양심’으로 불리던 국회의원들이나 소위 고위 정치인들의 일탈이아닐까 싶다. 가짜뉴스나 말뒤집기로 드러나는 거짓말과 거친 막말, 그리고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들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혼란함 등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과 목표로 인생을 살아가기에 이렇게 남의 인생을 난도질하듯 하며, 나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 속임과 거짓을 자행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한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와 아픔을 남겨준 기억들이 있기에 나 자신의 언행을 포함해서 갖게 되는 한탄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 정치인이 시도하는 정치개혁의 이유는 필자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일반 다른 직업군에 비해 너무나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란 직업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고, 그들이 이 자리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을 덜 매력적인 직업으로 특권을 줄이는 것이 정치 개혁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각종 여러 가지 특권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그밖의 여러 가지 주장에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선량’이 선량다워지도록 하는 목표와 방향 제시는 온당해 보인다.

실제 한 정치전문매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국민 평균 연봉의 4.7배, 1인당 국민 총소득(GDP) 대비 4배 가량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4개국 의회 의원의 연봉은 국민 평균 연봉이나 1인당 GDP의 2~3배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연봉이 우리보다 GDP가 상위권 국가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혜택이 많다는 것은 이 땅의 정치인이 매력적인 직업으로 여겨지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차제에 필자는 국회의원을 최소한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봉사직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연륜을 쌓고 국가에서 마련한 다양한 혜택을 누려본 경험의 전문인들이 노후에 자신이 쌓아온 다양한 식견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조건 없이 제공하는 것만큼 보람찬 인생이 있을까 싶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기에 특별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한 이러한 일이 현실화하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을 ‘선량’으로 표기할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불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요한복음 8장 44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

선량(選良)으로 가는 길은 먼저 선량(善良)한 시민이 되기로 태도를 결정하는데서 시작될 수 있다. 모두에게 바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칭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은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가진 자임을 의미하기에, 그 선량의 길에 도전해보기를 감히 제안한다. [복음기도신문]

김강호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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