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로아학교 이야기 (2.끝)
이 땅에 온지 넉 달 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여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이제는 학생들의 형제가 어찌 되는지 가족구성도 눈에 들어오고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이 된다.
학교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다섯 마을 중 이곳 부하사 마을의 꼬맹이들은 이제 눈감고도 맞출 정도가 되었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어디 사는지 남편이 누군지도 알게 되었다. 가까운 이웃이 되어 동네 아주머니들과의 수다도 나의 일상 중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결혼 전 아프리카 케냐에서 몇 년 간 선교사로서 사역하며 배운 스와힐리어 실력 덕분에 이들과 비교적 쉽게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마을을 걸어 다니면 주민들이 인사를 하고는 자기가 어디 아픈데 무슨 약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속내도 비친다. 남편이 자신을 때린 이야기, 아이들이 어제 저녁 먹을거리가 없어 그냥 잠든 이야기, 루닝구 시장에 갔다 걸어온 이야기, 이웃 아저씨가 자전거 타고 가다 넘어진 이야기 등…. 어느 나라든 여인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
손님을 반기는 이곳 풍습때문에 어느 집을 가든 환영을 받는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이 몰려든다. 물이 귀해 잘 씻을 수 없어 처음엔 비릿한 생선냄새와 소변냄새에 곤혹을 치뤘다. 그러나 아이들의 말똥말똥한 눈을 보면 안아주고 싶고 작은 고사리 같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가난할수록 출산율도 높고 영아 사망률도 높다고 했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다. 많이 낳아야 그나마 몇 명은 산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많이 낳는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날 날을 미리 이야기하면 악운이 온다는 미신으로 출산일을 알리지 않는 풍습이 또한 영아사망률을 높이기도 한다.
이곳 아주머니들은 글을 모른다. 또 문명의 이기나 현대사회의 삶을 들어본 적도 없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고 있으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집안 식구들을 촬영하면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사진을 현상할 수 없어 찍은 사진들을 다 나누지 못해 못내 아쉽다. 감사하게도 사진을 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없고 삐치는 사람도 없다. 언제나 싸와싸와(좋아요)를 말하며 기다려준다.
그러나 존재적 죄인의 본성은 여전히 하나님을 반역하고 자신을 숭배하는 자리로 이끈다. 모기장과 회충약과 약을 나누어주고 좋을 때는 ‘하하호호’지만 자신에게 뭔가 손해가 생기면 정색을 하고 따진다. 아이들도 자신의 요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금새 화를 내고 사탕 하나에 울고불고 요란스러워 진다.
어느 주일 오후에 축구하며 노는 아이들에게 당근이랑 양파를 넣어 부침개를 만들어 먹였다. 그런데 어느새 소문을 듣고 와서 달라고 한다. 더 이상 줄 것이 없다고 하자 아이는 속상해한다.
이렇게 뭔가를 해서 주는 것도 쉽지 않고 나누어 먹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내 마음이 불편하다. 어린 아이도 아니고 열두 살이나 먹은 녀석이 와서 너무나 당연하게 부침개를 달라고 하는 말에 화가 났다.
‘나 잡아먹고 너 살라’는 ‘열방의 먹잇감’이 되겠다고 이곳으로 달려왔지만, 이런 작은 일에 기분이 상하여 분을 내는 나를 본다. 잡아먹히는 이 일이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데 내 뜻대로 안된다고 속상해하고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실망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작은 이 일을 통하여 아이들처럼 사랑을 받아도 자신이 사랑을 받는지도 모른 채 은혜를 홀랑 까먹는 나를 보게 하신다.
더 나아가 부하사 마을의 꼬맹이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하나님의 원형인지를 모른 채 살고 있어 안타까워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부어주신다. 가난하든 부하든 우리의 소망은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임을 더욱 알게 하신다.
남편 윤 선교사는 말라리아에도 걸리고 발가락에 알을 까는 푼자라는 벌레를 파내야 하고 모기에게 많이 물렸다. 그러나 이런 것이 우리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이 모든 것 위에 계신 주님의 생명이 더욱 실제이기에 주님이면 행복하다.
주님과 함께 걷는 행복한 선교사로 끼워 주신 은혜가 오늘 더욱 크다. 그래서 콩고민주공화국 부하사 마을에 떠오르는 해는 날마다 새롭다. [복음기도신문]
김경희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