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기 목사는 ‘교회와 선교는 하나’라는 주장을 이론만이 아닌, 선교적 교회 개척 실행의 순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그같은 생각과 순종의 여정을 저서 <끝까지 가라> 등 10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칼럼은 그의 저서 발췌와 집필을 통해 선교적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소명의 비용
홍대 거리에서 노래하는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6년째 매일 거리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곡을 쓰는 무명가수였다. 안양의 허름한 원룸에 혼자 살면서 홍대를 매일 오간다고 했다.
나는 문득 그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월세, 휴대폰비, 교통비, 밥값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생활비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투로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데 직장이 없으면 어때요?”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돈을 만드는 것은 상식이다. 나는 그 상식을 잊고 있었다.
또 그는 충무로에 놀고 있는 감독이 3천 명이 넘는데 왜 그런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다 자신의 길을 걷기 때문이라고 했다. 직장에 들어가면 더 이상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거리의 예술가들도 자신의 소명대로 살기 위해 가난을 무릅쓴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길을 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서 각종 파트타임 일을 닥치는 대로 한다.
‘그런데 나는?’
내 소명의 비용은 인생 전부였다. 웨이처치 개척은 그 정도로 중요했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딸의 인생까지 걸 만큼 가치가 있었다.
그 청년의 태도는 내 게으름을 깨뜨렸다. 그래서 나도 먹고 사는 비용을 만들기 시작했다. 웨이처치를 개척하고 3년 동안 사례비 없이 살던 내게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자주 물었다(요즘도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거리의 예술가들을 떠올렸다.
어떻게 먹고 살아요?
사람의 생각이 서로 비슷한가 보다. 사실 웨이처치를 개척하기 직전에 나도 예수께 같은 질문을 했다.
‘개척자는 무엇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합니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주님이 대답해주셨다.
기도하는 내게 이 말씀을 떠올려주셨다.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어차피 텅 빈 통장이었는데, “전대(통장)”에 아무것도 넣어 가지 말라고 하시니 기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순종이 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 등 아무 재산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셔서 기쁘게 순종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아내와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짐들 대부분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다만 자동차와 큰 가구는 중고 시장에 팔아서 돌아오는 항공료로 썼다.
이어진 주님의 기도응답은 이랬다.
우리에게 “어떤 성이나 마을에 들어가든지”는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합당한 자를 찾아내어… 떠나기까지 거기서 머물라”는 처가에 머무는 것이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만한 “합당한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분은 우리의 귀국에 열광하셨고, 거의 모든 필요를 제공해주셨다.
든든한 후원
당시 생활비는 정명호 목사님(내가 청년부 부목사로 사역했던 혜성교회의 담임목사님)이 후원해주셨다. 나는 그분을 “정담목”이라고 불렀다. 그분은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셨다. 군림할 수 있는 위치인데도 오히려 내가 진정성 있게 사역할 수 있도록 늘 물심양면으로 후원하셨다.
내 전도사 시절부터 정 목사님은 스승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내 연애의 조언자였고, 결혼식 주례자였으며, 내가 목사가 될 때는 안수자이기도 했다. 내 가장 중요한 시기의 큰 변화들을 가까이에서 이끌어주셨다.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관계다.
우리는 사역의 현장에서 이미 교회론에 대해 4년 가까이 대화했다. 그리고 웨이처치 개척 직전에는 8개월에 걸쳐 거의 매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교회의 시작과 동시에 그 분은 내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셨다.
만날 때마다 자신의 지갑의 돈을 생활비로 쓰라며 지정헌금으로 내게 주셨다. 한국에 와서도 자주 혜성교회로 불러 설교를 시키고 후원금을 모아주셨다.
또 웨이처치 첫 모임 직전 주일에는 나를 주일 1, 2, 3부 예배 설교자로 초대해주셨다. 그리고 각 예배의 광고시간에 2년 동안 내 생활비와 교회 사역비를 후원해주자고 제안하셨다. 그러면서 오래 생각해왔던 현실적인 후원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셨다. 그 사랑은 정말 놀랍고 컸다. 목사님 역시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합당한 자”였다.
비용 계산
생활비로 필요한 금액의 삼분의 일이 혜성교회를 통해 채워졌다. 그 나머지 금액이 채워져야 했다. 예수님의 교회를 실행하는 한, 나는 그분께 필요를 받아서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머지도 채워달라고 기도했다. 주님은 그때도 말씀으로 즉시 응답하셨다.
내 기도제목은 “생활비를 주소서”였고, 그 응답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였으니, 그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했다. 돈을 마련하는 것이 내 십자가였다. 예수님을 따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마련하라는 응답이었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생활비와 사역비를 이중으로 마련하는 십자가를 지고 가야 했다. 기도 응답이 확실해지자 나는 행동했다.
10년 가까이 신학생이었으니 첫 액션은 ‘연구’였다. 누군가 성(城)을 수비하는 중에 망루를 세워야 한다면 그 비용을 세밀히 계산해보고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눅 14:28).
그래서 개척에 필요한 비용을 다른 선배들은 어떻게 구했는지 연구했다. 책에는 항상 길이 있었다. 내가 했던 모든 질문은 이미 누군가가 이미 했던 것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피땀 어린 실행을 통해 최적의 답을 내어 직접 기록해두었다.
교회 개척의 역사가 수천 년이다. 책에 다 나온다. 그들이 바다라면 웨이처치 개척은 약수터의 물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역자들이 이미 먹고 살아왔고, 그들의 질문과 명답은 이미 책에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척가들의 책이 더 눈에 띄었다. 특히 에드 스테처(Ed Stetzer), 오브리 맬퍼스(Aubrey Malphurs), 프랜시스 레드포드(Francis Jackson Redford), 밥 로버츠(Bob Roberts), 더글러스 크럼블리(Douglas Crumbly), 앨런 허쉬(Alan Hirsch), 데이브 얼리(Dave Earley), 닐 콜(Neil Cole), 제프 아이오그(Jeff Iorg), 톰스 라이너(Thoms Rainer)는 책을 통해 내 멘토가 되어주었다(나는 이들에게 지혜의 빚을 크게 지고 있다).
생활비 마련
그들이 돈을 마련한 일곱 가지 방법이다. 첫 번째는 교파의 지원이다. 교회마다 소속 교단이 있다. 교단이란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등을 말한다. 교단별로 미자립교회 후원비, 교회 개척 지원비 같은 예산이 있다. 그것은 주로 노회를 통해 전달되며, 선배 목사님들과 관계와 보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두 번째는 모교회의 지원이다. 이 부분은 주로 한 지역교회에서 캠퍼스 교회를 추가로 개척할 때 이뤄진다.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모교회에서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여 목회자 후보생을 개척자로 키워서 내보낼 때도 후원이 이뤄진다.
세 번째는 협력 지원이다. 교단 개념이 아닌 네트워크 관계에서의 개척 지원 방법이다. 같은 교회론을 가지고 교회 개척을 통해 복음 전파 사역을 하고자 하는 교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둔다. 여러 개척교회들이 또 하나의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 계(契)를 들어 때에 맞게 나눠주는 방법이다.
네 번째는 선교 후원자 모집이다. 청년들이 해외 단기선교를 가는 항공료를 모금하기 위해 선교편지나 기도편지를 써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모금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때 주로 교회 개척 제안서를 마련해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개척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 제안서는 목적이 무엇인지, 대상은 누군지, 어떤 개척모델인지, 누가 그 일을 하는지, 언제 어떻게 시작하는지, 재정 확보 전략은 무엇인지를 쓴다(이 부분은 부록으로 첨가했다).
다섯 번째는 모금이다. 이는 선교 후원자 모집과 비슷하다. 하지만 보다 일시적인 일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교회를 시작하려는데, 2만 원짜리 접이식 의자 100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200만 원을 모금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다.
여섯 번째는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이다. 앞의 다섯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어느 한 가지 방법을 통해 모든 필요를 채울 수 없을 때는 모든 지원을 다 받아야 한다.
나는 위의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생활비와 사역비를 마련한다. 장로교 교단 지원, 혜성교회의 지원, 웨이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지원, 후원자 그룹 모집하기, 일시적인 필요들에 대한 모금 등을 필요에 따라 쓴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두 직업 목회자 되기”이다. 흔히들 “바이보케이셔널(Bi-Vocational)”이라고 부르는 모델이다.
두 직업 모델
총신대학원의 양현표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두 직업 목회자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전통적으로 교회 개척자는 하나님만을 의존해야 하며 목회자가 세속적인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회 개척은 지금까지의 까마귀 의존 교회 개척에서 두 직업 목사 교회 개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양현표, <한국교회 현실과 교회 개척 패러다임의 전환>, 복음과 실천신학, No.40, 2016, 148쪽
두 직업 목회에 대한 현실적 논의는 3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 예로 뉴호프처치를 들 수 있다. 1991년에 러스티 코람(Rusty Coram) 목사와 모든 개척 리더들은 일하면서 자비량으로 교회 개척을 했다. 그러면서도 교회를 성공적으로 시작했고, 그것은 오늘날 두 직업 목회에서 주목하는 사역철학이 되었다.
모든 교회 개척에는 돈이 든다. 건물이 없더라도 돈이 든다. 전도 후에 편지 한 통을 보내더라도 우표 값이 든다. 이메일로 보내도 와이파이는 써야 하고, 휴대폰비를 내야 한다. 모임의 인원이 많아질수록 비용도 커진다. 정기적으로 임대비를 지급하며 빌리는 장소가 없더라도 커피나 점심 값이 든다. 심지어 성경책 한 권을 새로 사려고 해도 몇 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개척자가 일주일에 7일, 80시간을 일한다면 ‘언제 교회 개척에 신경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것은 일과 사역을 따로 진행해야만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예수님은 장소나 상황의 한계에 제한받을 정도로 작은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그분이 함께 계시기만 하면 세상 어느 곳에서든 교회를 시작할 수 있다.
두 직업 목회자는 일과 사역을 따로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소명을 따라, 사역 타깃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두 직업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돈만 벌어서도, 사역만 해서도 안 된다. 일터와 사역이 공존하는 곳에서 두 직업 모델이 탄생한다. 예를 들면, 노인 사역에 소명이 있는 목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주중에 일하거나, 어떤 농촌 선교사가 유기농 농산품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경작해서 도시로 가져다 팔거나,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사역자가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두 직업 목회자에 대한 네 가지 오해
전통적으로 ‘두 직업 목회자’에 대한 네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만약 그의 믿음만 충분하다면 직접 돈을 마련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오해다. 하지만 바울의 텐트 메이킹(tent making) 사역을 보라. 그는 사역 타깃이었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의 직업에 함께했다(행 18:1-3). 돈을 버느냐 벌지 않느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유와 목적이다. 교회 사역에 더 효과적이라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더 성경적이다(살후 3:8~9).
둘째, 설교 능력과 관련된 오해도 있다. 만약 어떤 목사가 훌륭한 설교자가 된다면 그에게 월급을 주는 교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다. 하지만 두 직업 목회자는 세련된 설교 한 편을 쓰는 것보다는 잃어버린 영혼들 자체에 더 관심이 있다. 그는 ‘만약 내가 두 직업 모델을 받아들인다면, 적은 숫자의 영혼들을 대상으로도 충분히 목회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셋째, 성도의 숫자가 적으면 목회에 실패한 것이라는 오해다. 하지만 두 직업 목회자는 한 번에 한 영혼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넷째, 헌금이 적은 교회는 진짜 교회가 아니라는 오해다. 많은 사람들이 두 직업 목회자가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성도들을 데리고 사역하는 모습을 보며 돈 걱정을 해준다. 돈이 적으면 건물을 렌트할 수 없고, 임대차 계약서상의 주소지가 없으면 대부분의 교단에서 정식 교회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두 직업 목회자는 전혀 다른 가치 우선순위를 가지고 사역한다. 그들은 일대일로 심방하며 성경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에 집중하느라 헌금 액수나 교단 등록은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
두 직업 목회자들은 ‘더 큰 교회가 더 나은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예수님이 함께하신다고 철석같이 믿는다(마 18:20). 그들은 풀타임 월급을 못 받고 아주 적은 급여를 받더라도 개척을 할 수 있는 것에 기뻐한다.
또한 그들은 교회 건물 안에서뿐만 아니라 일터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회가 사역자들에게 주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사역 비용으로 직접 사용하길 원한다.
그들은 교회를 세우기 정말 어려운 지역에서도 교회를 시작하는 탁월한 개척자들이다. 그들의 사역 범주는 단순히 커피숍 하나, 일당 노동 현장 한 군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은 교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비즈니스 수단을 개발하고자 도전하기도 한다.
내가 두 직업 목회자들을 응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가정 사역에 있다.
“내가 의도적으로 두 직업 개척자가 되려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손으로 번 돈으로 내 가족을 먹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사역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하나님 사역의 도구가 되기를 원한다_김병삼 목사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끝까지 가라(도서출판 규장)>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송준기 | 총신신대원 졸. 웨이처치 담임 목사. ‘교회와 선교는 하나’라는 주장을 이론만이 아닌, 선교적 교회 개척 실행을 통해 순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서 <끝까지 가라> 등 10권의 책에 그동안의 생각과 순종의 여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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