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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영지주의 에로티시즘

사진: unsplash의 Worshae

눈먼 기독교(52)

도마복음과 같이 묶여서 발견된 빌립복음은 예수의 동정녀 탄생과 부활 등에 관한 기독교의 정통 신앙이 오해라고 말한다. 이 문서에 나오는 예수는 그냥 사람일 뿐이지 결코 구원자가 아니다. 빌립보서는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고 인성만을 강조하는데, 특별히 그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의 에로틱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충실하다. 이 문서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를 제자들보다 더 사랑하시고 아끼셔서 그녀에게 키스를 하셨다고 묘사한다.

(구세주)의 친구(는)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제자들보다도 그녀를 더 (사랑하셨으며), 그녀의 (입에 자주) 키스하시곤 했다. 나머지 (제자들은 이것 때문에 감정이 상하였다….) 그들은 예수께 물었다. “왜 당신은 우리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십니까?” 구세주께서는 그들에게 “왜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너희를 사랑하지 않겠느냐?”라고 대답하셨다.[1]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관계를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빌립 사도가 진짜로 이런 글을 남겼을 리가 만무하지만 적어도 그의 이름을 빙자하여 이런 야릇한 글을 쓴 사람의 후예는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제로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청년 예수를 향하여 흠뻑 사랑에 빠진다.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는 아예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가 결혼을 했고, 그 후손이 현재 프랑스 땅에 살고 있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 두 작품보다 더 강렬하게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를 육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바로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다. 동명의 소설을[2]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예수가 구세주 역할에 회의(懷疑)를 느꼈지만, 가룟 유다의 배신 때문에 십자가에 달린 것으로 묘사한다. 그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 천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 준다. 그 후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들을 낳지만, 마리아의 언니 마르다와 통간을 하기도 하는 보통의 사람으로 산다. 세월이 흐른 후 예수는 그 천사가 사실은 마귀였으며, 이 지상의 행복은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꿈에서 깨어난 예수는 여전히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숨을 거둔다. 이런 식의 성적인 묘사는 당연히 예수의 거룩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영지주의 문서 가운데는 이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예수의 인격을 모독하고 그를 변태 성욕자로 묘사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다.

예수는 어느 날 (막달라) 마리아를 데리고 산에 올라간다. 그 산꼭대기에서 예수는 자기 옆구리에서 한 여자를 만들어 내어 막달라 마리아가 보는 앞에서 그 여자와 신나게 성교를 벌인다. 그리고 자기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빨아먹으며 예수는 마리아에게 우리가 함께 생명을 얻으려면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설교한다. 마리아는 너무도 충격을 받아 땅으로 기절초풍하며 엎드린다. 예수는 마리아를 잡아 올리며 말한다. “왜 너는 나를 의심하느냐? 아, 신앙이 없는 그대여!”[3]

“막달라 마리아의 위대한 의문들”이라는 영지주의 문서에 나오는 이 글은 영지주의가 과연 어떤 영성에 근거한 사상인지 짐작게 만든다. 어떤 학자들은 이 문서가 비록 노골적이긴 하지만 단지 성적인 은유에 불과하다며 이를 옹호한다. 이 괴문서를 발굴해 보급하는 데 앞장 선 사람은 심리학자 칼 융인데, 그는 평생 영지주의를 믿고 전파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유다복음, 뱀(사탄)을 옹호하는 복음서

유다복음은 예수를 은 삼십에 팔아넘긴 가룟 유다를 옹호하는 문서다. 이 글은 유다야말로 진정으로 충성스런 예수의 제자라고 묘사한다. 유다는 비밀스러운 진리를 가장 잘 깨달은 자였기에, 예수가 총애하는 제자 유다에게 비밀스러운 지침을 내려 자신을 팔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가룟 유다는 배신자가 아닌 충직한 제자라는 것이다.

연구가들은 유다복음이 영지주의의 한 분파인 배사교에서[4] 나온 문서라고 추정한다. 배사교는 에덴동산에 나타났던 뱀을 인류를 위해 진짜 신이 보내준 빛의 사자(使者)로 숭배하는 종교다. 뱀을 저주의 대상이 아닌 숭배의 대상으로, 가룟 유다를 저주의 대상이 아닌 칭송의 대상으로 주장하는 것이 바로 배사교의 입장이다.

배사교의 관점으로 기록된 또 다른 영지주의 문서로 “진리의 참 증언”(Testimony of Truth)이 있다. 이 문서 역시 뱀은 인간과 영적인 지식을 공유하고자 했는데, 주(主)는 그것을 방해하고, 죽음의 위협을 가해 결국은 인간을 낙원에서 쫓아 버리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고,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선과 악이 뒤집히고, 하나님과 마귀가 뒤바뀌었다. 영지주의의 이러한 모습은 2천 년 전의 경향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도 존재하는 사상이다. 대표적인 영지주의 추종자이면서 유명한 신화(神話)학자인 조셉 캠벨은 그의 책 『신화의 힘』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악을 아는 것이 왜 아담과 이브에게 금지되어야 했던가요? 그것을 모르고 있었더라면 인류는 삶의 조건에 동참하지 못한 채로 아직도 에덴동산에서 멍청한 아이처럼 살고 있을 테지요. 결국 여자가 이 세상에 삶을 일군 겁니다. 이브는 이 속세의 어머니입니다.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살던 꿈 같은 낙원은 시간도 없고, 탄생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입니다. 그것만 없습니까? 삶도 없어요. 죽어서 부활하고, 허물을 벗음으로써 그 삶을 새롭게 하는 뱀은 시간과 영원히 만나는, 이 세계 중심에 서 있는 세계수(世界樹)입니다. 결국 뱀은 에덴동산의 실질적인 신이었던 겁니다. 시원한 석양의 바람을 쏘이다가 그곳에 들른 야훼[5] 나그네에 지나지 않아요.[6]

영지주의자들은 뱀 곧 마귀를 신이라 부르고, 하나님을 동산의 나그네라고 주장하는 신성모독을 거리낌 없이 행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정당한 평가며, 종교적 소수의 의미 있는 항변이라고 주장한다. 소위 ‘강의석 사건’으로[7] 잘 알려진 전(前) 대광고 교목 류상태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유다복음을 비롯한 다른 외경과 위경을 옹호하며 정경만 인정하는 보수 기독교를 ‘밥통’이라고 비웃으며, 정경은 단지 역사에서 승리한 자의 선택일 뿐이라는 케케묵은 주장을 하고 있다.


[1] 일레인 페이젤, 『성서 밖의 예수』, 정신세계사, 18쪽 一 ( ) 표시는 원문 번역자가 첨가한 부분이다. 이하 동일.

[2] 원작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철학자 니체를 신봉했고, 자연을 숭배한 사람이었다.

[3] 김용옥, 『절차탁마대기만성』, 통나무, 118쪽

[4] 拜蛇敎, Ophites

[5] 여호와, 즉 하나님

[6]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 공저, 『신화의 힘』, 고려원, 106쪽

[7] 영락교회에서 세운 미션스쿨인 대광고에 재학 중이던 강의석이란 학생이 의무적으로 시행되던 학교 채플(예배)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개인 시위를 벌였는데, 개인 종교의 자유와 학교 설립 취지의 갈등이 결국 재판으로 이어져 강 군이 승소했던 사건이다. 이때 대광고 교목이던 류상태는 학교가 아닌 강군 편에 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류상태의 신학이 영락교회가 속한 교단(장로교 통합측)이 수용하지 않는 자유주의라는 것이 밝혀져 학교로부터 재임용을 받지 못했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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