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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정겹고 괴로운 빈민식사

사진: 원정하

원래 한 주에 두 번 가는 빈민식사를, 요즘은 두 주에 한 번 꼴로 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4주 전에는 ‘마니푸르’ 주의 내전 지역에서 사역했고, 3주 전에는 북인도 ‘비하르’ 주에 가서 한국의 주일학교 프로그램(히즈쇼)의 힌디어 더빙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2주 전에는 남인도 ‘깨랄라’주에서 감리교 인도 선교사 총회에 참석했고, 저번 주에는 캄보디아에서 문서선교(땅에 쓰신 글씨) 지부를 오픈하고 왔으니… 저의 주무대인 서인도 뭄바이에서 일상 사역을 하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여독이 쌓여서 움직이기도 힘든 지경인데, 모처럼 뭄바이에 이삼일 시간을 보내게 되어도 빈민 식당 사역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빈민가 어린이 사역은 제가 없어도 다른 청년들이 잘 맡아서 해 주기에 정 몸이 안 좋으면 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민식사는 아직 제가 해야 할 상황입니다. 또 거액의 지정헌금이 집행되고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자선 식당으로 가면서 주님, 제발 화장실도 멀고 열악한 그곳에서 설사가 나지는 않게 해 주세요.. 같은 기도를 했지요.(결국 주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가면서도 참 마음이 설레더군요. 두 주 만에 보는 아이들, 얼마나 저를 기다렸을까, 얼마나 행복해 할까.. 아주머니들은 얼마나 싱글벙글하며 계란들을 싸 가실까, 남자 어른들은 얼마나 많이 먹을까, 오늘 나뉘어질 100여 개의 절제회 전도팩의 만화 전도책자들은 얼마나 읽혀지게 될까?

그러나 그 정겨움 뒤에, 또 다른 불안감들도 있습니다. 몇 번을 가도 절반 정도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저지를 패악이 또 한숨을 쉬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터번을 곱게 쓴 한 무리의 10대 초반의 무슬림 남자 아이들이 대여섯 명 왔습니다. 밥도 주고 장난감도 주고, 절제회 전도팩도 주었는데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방금 받은 아이가 ‘저는 못 받았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럼 옆에 있는 아이들도 ‘이 아이는 못 받았어요.’라고 입을 맞춥니다. 제가 바로 그 녀석의 주머니에서 5초 전에 받은 장난감을 찾아버리자 씩 웃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절제회 전도팩’은 진짜 못 받았답니다. 저도 그 녀석의 바치춤에서 1초 만에 방금 받은 것을 찾아버리니 기가 막혀합니다. 저도 이제 웬만한 마술사 못지않은 빠른 손을 가졌거든요. 소매치기로 전직을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자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바로 귀를 잡고(인도인의 미안하다느 제스처) 쏘리를 연발합니다. 그러나 저는 빼앗은 절제회 전도팩과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립니다. 어차피 몇 개를 가져가도 모자라니, 그 아이 보다는 받을 자격이 있는 다른 이에게 주는 게 맞습니다. 이 정도 리스크는 주어져야, 거짓말이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아주고, 혹 알게 되어도 좋은 말로 타이르고 돌려주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서슴없이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이거든요.

사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다섯 명 무리에서 두세 명이 그렇게 하다가 저에게 받았던 것들을 빼앗겼습니다. 그래도 밥은 안 뺏었고, 다섯 명 중 한둘은 절제회 전도팩을 유지했으니 돌려본다면 복음의 기회도 있는 셈이지요. 한숨이 푹 나옵니다.

자기들은 이것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속여서 무리에 한 두 개 더 물자가 들어오면 영웅 취급을 받았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로 인해 자선가 자체가 줄어들고, 또 자기들도 나중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 할 때 이미 형성된 주변의 이미지와, 또 본인의 몸에 밴 거짓말하는 습성들로 인해 잘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거짓말과 도둑질은 막심한 손해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그걸 알지 못해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일을 계속 해 나가는데도, 저는 사실 할 수 있는 게 적습니다. 그나마 자선 식당 스탭들이나 오래전부터 저에게 밥을 먹던 아이들이 저를 도와주기에 ‘미치지 않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인자와 진리가 우리 곁을 떠나지 말게 하라는 잠언 말씀을 묵상하며 갔는데… 진리 없는 인자함이 인본주의라면, 인자함이 없는 진리는 율법주의겠지요. 저는 이제 눈이 띄일데로 띄였으니, 전자보다 후자를 더 경계하며 최대한 친절하게 행동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주님께 거짓말 안 하나, 뻔한 거짓말을 얼마나 자주 늘어놓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당신만 따르겠다고, 겸손하겠다고, 그렇게 기도하면서 원래 행실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용서를 구하는가를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선인과 악인에게 동일하게 햇빛과 비를 주시지요.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같이 저도 그러하기를… 인자와 진리가 둘 다 떠나지 않는 사역이 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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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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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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