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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통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방법

사진 : 김봄 제공

학교가 갑자기 휴교란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비롯하여 인형과 소품 등 만반의 공연 준비하고 학교를 찾은 나는 당황했다. 공연 날이었다. 그것도 학교가 직접 정해준 날짜였다.

전날 오후, 담당 교사와 통화할 때만 해도 별 이야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휴교라니. 담당 교사에게 전화했더니 전날 저녁에 휴교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학기 초에 일정을 정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상황을 봐서 방학이나 휴일, 행사 일정 등을 정한다. 이러한 무계획 시스템이 여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런 나라에 왔는데.

‘왜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냐?’ 했더니 ‘왜 뉴스를 보지 않았냐?’고 오히려 나를 타박한다.

이런, 목구멍까지 차올라오는 화를 삼키느라 명치께가 욱신거렸다.

지난달에는 공연 일주일 전 연락이 와서 1학기 방학을 일주일 앞당겨서 하게 되었다며 방학이 끝나고 다시 공연 일정을 정해주겠다며 일방적으로 통고하더니 오늘 또?

‘지난번에도 이러더니 오늘도 이러면 어떡하냐?’며 화가 난 나에게 교사는 ‘일주일 연기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짜증을 내었다.

‘다음 주에 하라’는 교사의 말에 ‘이런 식으로는 공연 안 하고 만다!’라는 말을 겨우 집어삼키면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 뒤의 날짜를 덥석 잡지 않은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지난 2월, 현지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동네 중학교에서 인형극 동아리를 만든 나는 지원한 18명의 아이와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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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봄 제공

여학생들 대부분이 히잡을 쓰고 있었고, 남학생들 역시 무슬림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여학생들 90%가 히잡을 쓴 학교지만 무슬림 학교는 아니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있는 종교 시간에는 현지 목회자가 와서 예배를 인도한다.

옆 교실에는 가톨릭의 신부와 무슬림 리더가 와서 미사를 집전하고 기도하는 그런 학교였다. 그렇기에 이 학교에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학교 측은 매주 목요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서 인형극 연습을 하라며, 종교적인 내용이어도 상관없다며 허락을 해주었다고 책임 담당 교사도 배정해주었다.

일주일에 하루, 1시간 연습해서 언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대본을 외울 시간이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일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남아서 교과서를 베껴 써야 했다. 인형극 공연을 위해 아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일주일에 1시간이 전부였다. 하지만 꾸준히만 한다면 우기가 끝날 때쯤인 7월, 시험이 끝나고 방학을 앞둔 어느 날에는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 목표를 정하고 부활을 주제로 한 대본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이 대본을 통해 전해졌다. 히잡을 쓴 여학생들이 대본을 읽으면서 복음을 들었고, 자기 입으로 고백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이었는데 공연을 통해 자신들이 듣고 알게 되고 고백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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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봄 제공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목요일마다 학교에서는 행사가 계속되었다.

마치 인형극 연습을 방해하듯 시험을 비롯한 대청소. 작물 재배 등의 행사가 목요일에 있었다. 알고 보니 애초부터 목요일 방과 후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인형극 동아리를 만들 수 있게 해준 것은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었다. 행여 내가 학교 운영과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마지못해 허락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대본 외울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모일 때마다 처음처럼 새로워했다.

그나마 재능을 보였던 아이 중 몇 명은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었고, 몸이 아프다며 자주 자리를 비우던 담당 교사마저 학교를 그만두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몸이 아픈 게 아니고 겸직하다가 아예 도시로 갔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교사의 이중직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난생처음 공연을 한다는 소망에 최선을 다해주었다.

학교 측과 공연날짜와 장소를 정하기 위해 의논했지만, 담당자가 없다 보니 번번이 좌절되었다. 한 달 전과 오늘처럼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한국에 가는 날까지 공연을 못 하고 연습만 하다가 마무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솔직히 나의 계획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낙담한 나는 그동안 난 최선을 다했다는 핑계를 들어 그러고 싶었다. 학교의 상황이 이런데, 공연을 못 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그러겠는가? 이쯤에서 포기한다고 해도 할 말은 있었다. 공연이 목적이 아닌, 복음이 목적이었으니까. 그동안 연습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지 않았는가? 라며 공연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되면 오매불망 공연할 날만 기다린 아이들은 실망하겠지.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순간, 공연을 이렇게 막으시는 이유가 하나님의 때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어쩌면 하나님이 아이들과 나에게 더 연습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더 알아가라고 계속 기회를 주시고 있는 것일지도.

또한, 공연을 향한 열망 때문에 공연의 주도권을 하나님이 아닌 학교에 넘겨주었던 나를 보게 하면서 회개하게 하셨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공연 일정을 통고받은 탓에 분주하고 약간은 두려워했던 마음이 정리되었다.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사라졌다. 공연을 올릴지 말지는 학교 관계자가 아닌 하나님의 손에 달린 것인데, 번번이 좌절된 공연의 기회를 잡기 위해 잠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상한 마음을 포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소망으로 덮었다. 그리고 다시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정중하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다음 주는 무리다.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좀 더 연습하고 나은 모습으로 공연하고 싶다고. 그리고 공연날짜는 통고가 아닌 함께 의논했으면 좋겠다고.

담당자는 흔쾌히 ‘오케이’ 하더니 다음 주에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다시 한번 겸손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방법을 배운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나님이 열어주시고 올리게 하실지 알 수 없지만, 행여, 막으실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완벽한 하나님의 방법을 신뢰하며 나의 계획과 생각을 내려놓고 기다리며 순종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하나님을 소망한다.

탄자니아=김봄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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