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통신]
탄자니아에 2023년 1월에 도착했습니다.
2023년 12월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필요를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일을 하고 갈 계획입니다.
킬레오 마을의 주 수입원은 옥수수, 토마토, 양파 등의 농작물인데 최근 기후변화의 악화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은 현저히 낮고 사람들은 온순한 편이지만 ‘함나시다(문제없어)’라는 낙천적이지만 체념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라 게으릅니다.
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게으르게 살아야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100실링(한국 돈으로 50원) 정도만 있으면 바나나 한 개는 사 먹을 수 있어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딱 바나나 한 개만으로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살아가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킬레오 마을의 가장 큰 문제는 물 문제였습니다.
깊이 우물을 팔 수 없다보니 얕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석회질이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겨우 생계를 유지하게 했던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누렇게 바싹 말라비틀어진 옥수수밭과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각종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초췌한 어린아이들이 비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우물을 파기 위해서는 8천 달러의 경비가 필요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킬레오 마을의 상황을 전해 들은 방송작가 신우회 여러분들이 십시일반으로 재정을 모아주셨습니다.
방송작가 신우회는 시에라리온의 학교 건축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들입니다.
땅을 판 지 이틀 만에 지하수가 터져 나왔고 물탱크를 올리고 수도관을 놓는 공사를 거쳐 한 달 만에 마을에 공동 수도가 생겼습니다.
이제 마을 모두가 킬리만자로 기슭에서 터져나오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선의가 한 마을을 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물 문제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미혼 엄마의 문제였습니다. 미혼 엄마의 문제는 이곳뿐 아니라 탄자니아 전체의 문제입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아빠가 없습니다.
남자가 결혼 지참금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마하리’라는 결혼 문화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동거부터 하는 연인들이 많은데 문제는 남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엄마들은 미혼인 상태에서 혼자 아이를 낳습니다. 복지시설이 전혀 없는 나라에서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다른 여러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 엄마들도 많이 있습니다.
돌쟁이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와주마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성폭행당한 와주마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와주마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고 있지만 갈 곳이 없었던 그녀에게 아이와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이 절실했습니다.
올해 9살이 된 바라카입니다. 스와힐리어로 축복이라는 뜻입니다. 바라카의 엄마 역시 미혼 엄마입니다. 할머니 역시 미혼 엄마였습니다.
마마 바라카는 언제부터인가 정신을 놓아버렸고, 비비(할머니) 바라카는 치매를 앓는 중입니다. 정신을 놓아버린 엄마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바라카는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인생이 이름처럼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안전한 거처,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이면 충분해 보였습니다.
저 역시 미혼 엄마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미혼 엄마들과 그녀들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만만치 않았지만 그런데도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미혼 엄마가 되었지만, 그녀들의 생존권과 모성권은 보호받아야 하기에 물이 터진 곳 옆에 미혼 엄마들을 위한 쉘터를 지었습니다. 오갈 데 없는 미혼 엄마들을 위한 쉘터, 피난처입니다.
이곳에서 그녀들은 아이를 낳고 일 년 정도 머물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할 것입니다. 또한 오갈 데 없는 와주마와 바라카 가족들 같은 이들도 이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물을 파고 남은 재정으로 기초공사를 하면서 여러 곳에 소식을 알렸더니 이번에도 역시 방송작가 신우회 여러분들이 재정을 모아 흘려보내 주셨습니다.
잔지바르에서 재봉 기술을 배우고 있는 여자들은 킬레오같은 시골 마을에 사는 친척들에게 아이를 맡겨놓은 미혼 엄마들과 남편에게 버림받은 싱글맘들입니다.
비록 지금은 행상을 하면서 제 한 몸 누울 공간 없이 동가식서가숙의 생활이지만 이곳 엄마들의 가장 큰 소망은 어서 빨리 돈을 벌어 작은 방 한 칸 마련해서 아이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재봉틀 기술만 있어도 자립에 큰 도움이 되는 곳이 바로 잔지바르입니다.
하지만 탄자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관광도시라서 시골 마을에 비해 일자리가 많은 잔지바르라고 해도 일정한 거처와 직업이 없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그녀들에게 자립의 기회는 요원해 보입니다.
작은 방 한 칸, 재봉틀 한 대만 있어도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자립의 기초를 닦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그늘에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누리면서 자랄 것이며, 아이와 함께 살게 된 엄마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러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 잔지바르에 모자가정을 위한 작은 공동체, 모자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지금 당장 오갈 곳이 없고 더 이상 아이의 양육을 맡길 가족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4가정의 엄마와 아이가 함께 살 수 있는 방 4칸과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재봉과 미용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동 작업실과 주방이 있는 거처가 필요합니다.
우물과 미혼모 쉘터가 그러했듯이 모자원공동체 역시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선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관심의 표현이 한 가정이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으며, 한 아이의 장래가 바뀔 수 있으며, 그렇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탄자니아=김봄
[복음기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