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일본에도 마트나 시장에 우메(매실)가 많이 나와 있다. 큰 것, 작은 것, 익은 것, 안 익은 것, 좋은 것, 덜 좋은 것. 매년 매실을 따서 가져가 주는 일본 성도님이 있다.
가지고 있는 조그만 산에 매실나무가 있단다. 자연이 주는 그대로인 열매는 크기도 제각각이고 주근깨가 많이 있다. 올해도 마트나 시장에서는 비싸기에 엄두도 못 내는 양을 이렇게나 많이도 따다가 주셨다. 하나하나 꼭지를 떼며 씻었다. 매실과 설탕을 동일한 양으로 섞어 통에 담고 보니 이렇게나 많다.
두어 달이 지나면 맛있는 매실액이 나온다. 이것은 매년 우리 집 주방의 비밀무기이다. 요리에 향기를 더해주고 맛을 더해준다. 얼음을 탄 우메쥬스는 더운 여름에 내 집을 찾는 이들에게 더 없는 시원함이 된다. 올해는 매실이 많아서 우메보시(梅干)도 만들어 보았다.
우메보시(장아찌)는 일본인들이 예전부터 먹어오던 음식이다. 매실액과 만드는 방식도 다르고 먹는 방법도 다르지만 왜인지 같은 느낌이다. 설탕이 아닌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는 먹는 순간 생각보다 그 짜고 시큼함에 깜짝 놀라긴 한다. 처음 이 땅에 와서 어디서나 파는 우메보시가 궁금해서 먹어 보았던 기억은 지금도 강렬하다. 이제는 그 강렬함이 익숙해진다. 그만큼 그립다.
각각의 통 뚜껑에 만든 날짜와 매실액, 우메보시 이렇게 메모해 두고 나란히 놓여있는 통들을 바라보노라니 뒤섞인 감정들이 소리를 낸다.
크게 사랑하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장 9절)
일제 시대가 배경이 된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 어느 일본인 노부부가 부산 바다 해변에 서서 ‘얏또 킷다나~(드디어 왔구나)’ 하며 시작된다. 일본인이지만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 결혼까지 한 부부는 1945년 일본이 전쟁에 패하므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자국(自國)으로 가게 된다. 일본인이기에. 하지만 부부는 일본 땅에서 살면서 그리운 것은 그리운 채로 남겨둬야 했다.
일본 땅에서 태어나 자라 살고 있는 조선인들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을 ‘조총련’이라고 부른다. 삶의 방식이 좀 달랐어도 그 원가지는 같거늘. 내 할아버지, 할머니 나라, 내 나라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거늘. 사람 마음이 그리 다르랴!
이름이 문제인가.
주님은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기 위해서 사마리아를 거쳐야만 했다. 유대 사람은 사마리아인을 상종하지 않았던 때이다. 그런데 그 땅에서 조차도 차별받는 가장 비천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이 다섯이나 되어서 아무도 다니지 않는 한 낮에 우물가로 물 긷는 여인이다. 주님은 그 여인을 찾아 우물가로 가셨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주님이 가셨다. 땅끝이었다. 복음은 땅끝을 갈망한다. 그 땅끝에서의 예배를 기다리신다.
여인에게 남편 다섯이 아직도 문제인가. 주님이 거쳐 가셨는데.
우리(조선)학교 여름방학을 이용해 조선인들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내 나라를 가보자고. 나눠진 것이 하나 되어 함께하는 여행이다.
유다의 포로와 이스라엘의 포로를 돌아오게 하며 그들을 처음과 같이 세우시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조선의 포로를 돌아오게 하며 이 나라를 처음과 같이 세워주소서. 이 땅의 죄악을 정하게 하며 사하여 주소서. 이 땅을 치료하며 고쳐 낫게 하고 평안과 성실이 풍성함을 그들에게 나타내소서.
이 땅의 예배가 세계 열방 앞에서 하나님의 기쁜 이름이 될 것이요 찬송과 영광이 될 것임이다.
우리는 부르신 곳에서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않기를 기도하자. 아니 피곤하지 않기를 기도하자. 그리고 크게 사랑하자.
주님이 나를 거쳐야만, 주님이 사마리아를 거쳐야만 갈 수 있다고 하신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예레미야애가 3장 26절)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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