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푸네 시에 있는 ‘성 크리스핀’ 호스텔에 다녀왔습니다. 인도에서는 교회나 학교, 기관 명에 ‘성 어쩌구’가 붙는다고 다 천주교는 아닙니다. 이곳은 성공회 계통의 고아원이고, 오래전에 영국 선교사님들이 세운 곳입니다.
그런데 ‘고아원’이 아니라 ‘호스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도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난한 편부모 가정 출신 아이들, 모친이 매춘녀라 사창가에서 자라야 하는 아이들, 심지어 모친의 복역 중에 교도소에서 출산 된 아이들도 이곳에 보내집니다. 아무튼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니 ‘고아원’은 아닌 것이지요. 고아 + 불우한 아이들의 합숙 복지 시설을 ‘호스텔’이라 부르는 것은 아마 인도에서만 쓰이는 영어 용법일 것입니다.
이 호스텔에, 김자영 목사님과 푸네 시온 한인교회의 이창빈, 이예은 청년 등이 매주 몇 회씩 와서 여러 가지 사역을 돕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돕는 분들을 또 돕는’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앤드운동본부(대표 안혜권 목사님)’의 빈민식사 지정헌금으로 맥도날드 햄버거에 허쉬 드링크, 킨더조이 초콜릿 등 특식을 대접하는 것 외에, ‘기독교 대한 여자 절제회’의 인도 지부장인 손정아 선교사의 금주 금연 교육을 함께 시행한 것입니다.
김재옥 노미화 선교사님, 하누리 학교 교장이신 김희정 선생님과 그 아들 현서, 그리고 백일학 집사님과 그 운전수 가네쉬 형제, 거기에 저희 가정 네 명이 함께 힘을 합쳐 왕복 대여섯 시간을 달렸습니다. 노중에 잠깐씩 휴게소와 주유소 등을 들러 며칠에 걸쳐 준비한 약 칠팔백 팩의 ‘절제회 전도팩(만화전도책자 + 금주금연 팜플릿 + 껌 세통)’을 나누면서요.
어떤 시설에 가면 너무 굳어있습니다. 공연에서 어떤 유머가 나와도, 아무런 웃음소리가 없다가 간수(?)의 웃음소리가 나오자 다 같이 웃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 얼마나 맞았으면 저럴까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또 어떤 곳은 사람들이 야수나 진배없습니다. 또 빵 하나 받는 자리에서도 속이고 싸우는 사역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 크리스핀 호스텔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들 예의 바르고, 질서 있고, ‘땡큐’가 입에서 떠나지 않으면서도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 곳을 섬기던 사역자들과 선교사님들이 얼마나 사랑과 열심히 이들을 섬겨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고아원 등의 시설을 직접 운영하지는 못하지만, 제 주 사역(마히마 교회 빈민가 순회 어린이사역, 청년 성경 공부 등) 외에도 다른 분들의 사역지 및 곳곳의 가난한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주의 복음을 전할 수 있음이 기쁨입니다. 밥을 먹이고, 만화 전도책자를 나눌 재정이 늘 부족하지 않기를, 그리고 사역의 기쁨이 저희 삶에 늘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고아들의 아버지인 주님을 늘 대행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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