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원정하 칼럼]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릭샤 운전수

사진: 원정하 제공

엊그제는 청년 성경공부 및 기도회를 마치고 ‘크리슈나스틸’ 빈민가로 순회 주일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들 일도 많고 피곤했는지, 오늘은 함께 갈 사람이 막내 ‘아카쉬’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순회 주일학교 사역은 빈민가에서 찬양, 성경 애니메이션 상영, 설교, 퀴즈, 주기도문, 달란트 및 간식 나눔으로 이어지는 마히마 교회의 자랑스러운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셋 이상이 함께 다니는데, 두 사람이어도 살짝 무리하면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하필 막내 아카쉬와 단 둘이라니, 그것도 야외 사역이라니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곳은 주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외진 곳입니다. 그 날은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어 릭샤(세 발 오토바이 택시)로 가야 했는데, 갈 수는 있어도 그곳에서 철수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지요.(사실 이런 순회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입니다.)

그 지역은 지나가는 택시나 릭샤가 별로 없거든요. 우버를 불러도 한참 기다려야 할 확률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릭샤를 잡아 타고 가는데, 이 릭샤 운전수가 상당히 호의적인 것입니다. 보통 그런 외진 곳은 아예 승차 거부를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장소에 도착하면, 미터를 켜 둔 상태로 우리를 한시간 가량 기다려 줄 수 있냐, 간 릭샤로 그대로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가 주는 사람도 적은데, 우범지대 빈민가 한 길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 줄 운전수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심지어 ‘기다리는 시간에는 미터를 꺼 놓겠습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호기롭게 대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걱정 말고 미터를 키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실 미터를 켜 놓더라도, 한 곳에 가만히 정차되어 있으면 값이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는 않는데, 참 마음 씀이 고마웠습니다.

driver 230408 2
사진: 원정하 제공
driver 230408 3
사진: 원정하 제공

사역하는 동안, 그 운전수는 가만히 핸드폰을 보며 릭샤에서 쉬는 게 아니라 저희 스크린 설치도 도와주고, 성경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관람하고, 어둠 속에서 짐을 챙겨 다시 싣는 것까지 마치 우리 청년 중 한 사람처럼 잘 도와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저희와 같이 온 귀빈 정도로 생각하며, 제일 괜찮은 의자를 가져다드리고, 한 명씩 반갑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만한 환대를 받아볼 일도 흔치 않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카쉬는 중간에 자기를 내려주고, 목사님은 목사님 집까지 이 릭샤를 타고 가라고 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냥 교회로 돌아가자고. 그래서 이 친구에게 우리 교회가 어디인지를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카쉬와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우리 교회 소개도 하고, 앞으로 사역 시에 부를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운전수는 흔쾌히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 요청하더군요. 저희의 ‘절제회 전도팩’도 감사히 받았습니다. 만일 잘 된다면, 저희 사역에 우군이 하나 생기겠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람 한 명에게 복음이 들어올 기회가 생겼다는 감격이 더 컸습니다. 이미 시청한 만화, 받은 전도책자, 들은 설교만으로도 인생의 큰 축복이지요.

driver 230408 4
사진: 원정하 제공

이 친구와 계속 연락이 가능할지, 정말로 목요일마다 와서 우리 사역을 함께 도와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도분들이 즉석에서는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기에 말 한마디 들었다고 다 믿을 수는 없거든요. 그 시간에 다른 손님과 멀리 가 있으면 합류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왕복 요금에 약간의 웃돈을 준다면, 그 친구로서도 그다지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운전수와 오늘이 마지막일지, 또는 앞으로 계속 관계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주님께서 그분의 사랑의 섭리 속에 그를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복음기도신문]

won jh 1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제보 및 문의: 

Print Friendly, PDF & Email

관련 기사

20241121_Workplace
[GTK 칼럼] 그리스도인과 직장 I
irises-van-gogh-241120
[TGC 칼럼] 슬픈 이야기가 필요하다
20241120_KBS
[정성구 칼럼] KBS 위에 뜬 무지개
Sam-moghadam unsplash
[GTK 칼럼] 우울증(3)

최신기사

[GTK 칼럼] 그리스도인과 직장 I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 폐지하라”
[고정희 칼럼] 복음이 실제 된다는 것
韓 청년들, “생명 지키는 데 전념하겠다”… ‘제2회 라이프워커 등산대회’ 개최
美 버지니아 부동산 중개인, 결혼 관련 성경 구절 SNS 게시해 면허 박탈 위기
극동방송, ‘나라를 지킨 영웅들’ 위한 ‘2024 가을 음악회’ 성료
파키스탄 북서부, 이슬람 계파 갈등 지역에서 복음 전하다
Search

실시간최신기사

20241121_Workplace
[GTK 칼럼] 그리스도인과 직장 I
20241121_Jeju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 폐지하라”
japan-bus-241120-unsplash
[고정희 칼럼] 복음이 실제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