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청년 성경공부 및 기도회를 마치고 ‘크리슈나스틸’ 빈민가로 순회 주일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들 일도 많고 피곤했는지, 오늘은 함께 갈 사람이 막내 ‘아카쉬’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순회 주일학교 사역은 빈민가에서 찬양, 성경 애니메이션 상영, 설교, 퀴즈, 주기도문, 달란트 및 간식 나눔으로 이어지는 마히마 교회의 자랑스러운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셋 이상이 함께 다니는데, 두 사람이어도 살짝 무리하면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하필 막내 아카쉬와 단 둘이라니, 그것도 야외 사역이라니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곳은 주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외진 곳입니다. 그 날은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어 릭샤(세 발 오토바이 택시)로 가야 했는데, 갈 수는 있어도 그곳에서 철수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지요.(사실 이런 순회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입니다.)
그 지역은 지나가는 택시나 릭샤가 별로 없거든요. 우버를 불러도 한참 기다려야 할 확률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릭샤를 잡아 타고 가는데, 이 릭샤 운전수가 상당히 호의적인 것입니다. 보통 그런 외진 곳은 아예 승차 거부를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장소에 도착하면, 미터를 켜 둔 상태로 우리를 한시간 가량 기다려 줄 수 있냐, 간 릭샤로 그대로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가 주는 사람도 적은데, 우범지대 빈민가 한 길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 줄 운전수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심지어 ‘기다리는 시간에는 미터를 꺼 놓겠습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호기롭게 대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걱정 말고 미터를 키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실 미터를 켜 놓더라도, 한 곳에 가만히 정차되어 있으면 값이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는 않는데, 참 마음 씀이 고마웠습니다.
사역하는 동안, 그 운전수는 가만히 핸드폰을 보며 릭샤에서 쉬는 게 아니라 저희 스크린 설치도 도와주고, 성경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관람하고, 어둠 속에서 짐을 챙겨 다시 싣는 것까지 마치 우리 청년 중 한 사람처럼 잘 도와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저희와 같이 온 귀빈 정도로 생각하며, 제일 괜찮은 의자를 가져다드리고, 한 명씩 반갑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만한 환대를 받아볼 일도 흔치 않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카쉬는 중간에 자기를 내려주고, 목사님은 목사님 집까지 이 릭샤를 타고 가라고 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냥 교회로 돌아가자고. 그래서 이 친구에게 우리 교회가 어디인지를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카쉬와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우리 교회 소개도 하고, 앞으로 사역 시에 부를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운전수는 흔쾌히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 요청하더군요. 저희의 ‘절제회 전도팩’도 감사히 받았습니다. 만일 잘 된다면, 저희 사역에 우군이 하나 생기겠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람 한 명에게 복음이 들어올 기회가 생겼다는 감격이 더 컸습니다. 이미 시청한 만화, 받은 전도책자, 들은 설교만으로도 인생의 큰 축복이지요.
이 친구와 계속 연락이 가능할지, 정말로 목요일마다 와서 우리 사역을 함께 도와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도분들이 즉석에서는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기에 말 한마디 들었다고 다 믿을 수는 없거든요. 그 시간에 다른 손님과 멀리 가 있으면 합류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왕복 요금에 약간의 웃돈을 준다면, 그 친구로서도 그다지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운전수와 오늘이 마지막일지, 또는 앞으로 계속 관계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주님께서 그분의 사랑의 섭리 속에 그를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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