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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십자가인가 나의 십자가인가?

티치아노, , 1545년. 오른쪽: 티치아노, , 15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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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1545년. 오른쪽: 티치아노,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1570년
티치아노의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절을 기리며, 여러 모양으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였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흘린 눈물의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고난 때문인가, 회개의 눈물인가, 그 처절한 십자가에서 나 또한 죽고 주님과 함께 부활하였다는 감격 때문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6세기 후반의 베네치아 화파(畵派)를 대표하는 티치아노(Titian)는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를 두 번 그렸다. 왼쪽 작품은 1545년 티치아노 인생 황금기에 주문을 받아 그려진 것이고, 오른쪽은 1570년 경, 말년에 그린 같은 주제의 작품이다.

우선 왼쪽 그림에는 티치아노 특유의 세심한 묘사와 붉은색, 푸른색의 선명한 색채, 그리고 대가다운 박식함과 창의성이 드러난다.

그의 지식이 얼마나 풍부한지는 고증을 따라 그린 세부에 잘 나타나는데, 뒤에 놓인 대리석 흉상 아래에는 ‘티베리우스 시저’라 적어,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이 특정 시대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섬세하게 표현된 갑옷은 로마 군인에 의한 고난임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교차하는 막대를 통해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창의성을 보여 주었다.

반면, 말년에 그린 그림은 사뭇 달랐다. 황제의 흉상은 이글거리는 횃불로 바뀌었고, 유독 무기가 많이 그려져 긴장감이 느껴진다. 주변 인물들의 옷은 티치아노 당대의 복장으로 바뀌어 ‘가해자’의 정체는 후작에서 불분명해졌다.

사실, 불분명하다기 보다는 “그리스도를 죽인 자가 바로 나”라는 일종의 회한처럼 느껴진다. 전작과 비교해 불안정하고 균형이 깨어진 후작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 그것은 그림 전면에 나타난 한층 더 거칠고 두터운 붓 터치들로, 티치아노의 탄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림 속 두 부류의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언약은 그리스도에게 대적했던 자들과 이에 순종하신 예수님 모두에 의해서 성취되었다. 그러나 티치아노는 그의 후작으로 미루어 보건대, 둘 중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단 자들에게만 자신을 투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님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으신다. 대적하는 자의 편에 서서 울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나 또한 십자가에서 죽었음을 믿음으로 취할 때, 그 순간 부활이 영화로워지기 때문이다. 참혹한 이 십자가, 단지 그의 십자가인가 아니면 곧 나의 십자가인가?

이상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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