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웠어. 심지어 습관까지 계획을 잡았고 삶의 규칙까지 명확하게 했었지. 하지만 내가 정한 규칙은 바인더에 적혀만 있을 뿐, 삶 속에서 구현이 안 돼. 적당하게 자고 일하고 또 경건의 시간까지 갖는 완벽한 삶을 꿈꾸지만, 아무리 수준 높은 계획을 세워도 수요일 오후까지도 채 지속이 안 돼. 모든 계획이 수요일이면 다 허사가 돼.” 내 동료의 고백이다.
당신도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되고 싶은 사람, 읽고 싶은 책, 몸에 배게 하고픈 습관까지 다 알고 있지만, 커다란 목표를 일상생활이라는 거친 현실 속에 맞춰 끼워넣기 위해서는 고군분투해야만 한다.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바인더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년 1월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할 게 아니라,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목표를 현실적으로 만드는 원칙과 동기 부여이다.
나는 네덜란드 신학자 헤르만 리델보스(Herman Ridderbos)가 바울의 “하나님 중심 관점”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목표 설정과 건강한 습관 유지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열쇠를 발견했다.
1. 하나님의 부르심은 믿음으로 충만한 훈련에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는 목표를 세울 때 미래를 내다보는 경향이 있다. 이미 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그러나 현명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먼저 상상한 다음에 역설계(reverse engineer)한다. 비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습관과 헌신에 집중한다.
저자의 말을 관리하는 편집자로서 내가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은 탁월함과 꼼꼼함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The Copyeditor’s Workbook(원고 편집자 워크북)이 제공하는 주간 연습을 통해 교정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우리는 연습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악보를 보면서 악기를 연주한다. 탁월한 편집자가 목표이기에, 나는 반복해서 교정 연습을 할 계획이다. 이런 건 계획을 세울 때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나는 리델보스로부터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동기 부여는 목표를 내다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약속과 그분의 구속 사역을 되돌아보는 과거에서 온다는 것을 배웠다. 바울이 그리스도인에게 우리의 죽을 몸에서 “죄가 왕 노릇 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을 때, 그가 그 명령의 근거로 삼은 건 다름 아니라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다. 바울은 죄로 점철된 우리의 과거 삶의 방식이 예수님과 함께 이미 죽었다고 선언한다(롬 6:6). 바울은 교회를 세우기 위해 은사를 사용하는 산 제물이 되라고 그리스도인을 도전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가 그런 명령을 내리는 근거는 다름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하심”(롬 12:1)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어엿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날것의 훈련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라”(고전 15:10)는 말씀에 뿌리를 내린, 믿음으로 동력을 받는 훈련이다. 주님께서 내게 딸들을 주셨고 아빠로 부르셨기에, 나는 가족 예배와 부녀 데이트를 계획한다. 심지어 미래의 목표 달성을 위한 중심 영역인 직업에서도 나는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 직업 속에 심어놓으신 진리에서 동기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나의 소질과 소명은 다 그분께서 이미 예비하신 결과이다(엡 2:10). 이처럼 하나님의 부르심을 돌아보는 것은 훈련된 그리스도인의 삶에 활력을 주지만, 하나님 중심의 관점은 그보다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한다.
2.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야망을 제어한다.
계획에 충실하려면 결심을 실행하기 위한 일정을 잡아야 한다. 매년 초 나는 이상적인 주간 일정을 담은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마다 그것을 참고하여 그때그때 필요한 수정을 추가한 후, 다음 주 일정을 리걸패드에 세로로 정리한다. 또 아무리 회의와 약속이 많아도 규칙적으로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일이 적힌 구글 캘린더 일정만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몇 년 동안 나름 꼼꼼하게 스케줄을 관리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내 모든 열망을 다 채우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거 같다. 때로는 게을러서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때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트위터 대신 일을 하기도 하고, 또는 딸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를 끄기도 한다. 오로지 하나님만을 향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죄 많은 게으름뿐만 아니라 지나친 야망까지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다름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또 직장인으로 나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나의 한계를 아시며 나의 날수를 세신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주간에는 계획한 모든 일을 다 실행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가도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드 드라이브가 망가진다. 아이들은 아프다. 교통 체증으로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다. 그 결과 매년 2월, 그리고 8월 그즈음이 되어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질 때마다, 나는 현실과 일치하는 목표를 만들기 위한 재조정 과정을 가진다. 나는 이것을 속임수 또는 포기로 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기도 노트를 집어 들고, 체육관에 가고, 또 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책을 읽지 못하거나 운동을 거를 때면 깨닫곤 한다. 비록 내가 하나님만큼 바라는 것이 많을 수는 있어도 결코 하나님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복종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한다는 뜻이며, 나의 모든 계획도 오직 하나님이 주신 시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바울은 시간과 상황 때문에 계획을 바꾸어야만 했지만, 그 어떤 변동도 하나님의 약속이 그리스도 안에서 여전히 “아멘, 그렇습니다!”라는 그의 확신을 흔들지는 못했다(고후 1:15-20).
바울에게 경건한 훈련이란, “내가 달음질한 것과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아니함”(빌 2:16)을 의미한다. 그것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엡 4:1). 리델보스는 이렇게 말했다. “‘합당하다’는 것은 공로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동기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운 활동에서 파생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자신을 향해서 거룩하게 하셨고, 우리를 그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만드셨다.”
당신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면, 당신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에 속한 한 사람이라면, 새해 계획은 오로지 하나님 중심의 믿음에 뿌리를 두고 세우도록 하라. 동기 부여가 필요할 때마다 그가 당신을 누구라고 선언했는지 되돌아보라.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할 때마다, 인도하시는 그분의 손길을 믿음으로 바라보라. [복음기도신문]
재러드 케네디(Jared Kennedy) | TGC 에디터이며 Keeping Your Children’s Ministry on Mission: Practical Strategies for Discipling the Next Generation(Crossway, March 2022)과 The Beginner’s Gospel Story Bible(New Growth, 2017)의 저자이다.
출처: In 2023, Anchor Your Plans with a God-Centered Perspective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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