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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세속주의, 복음주의의 최대 위협

사진: Hello I'm Nik on unsplash

눈먼 기독교(7)

2011년 6월 22일 ‘미국의 종교 및 공공생활에 대한 퓨 연구센터 포럼’은 제3차 로잔회의에 참석했던 복음주의 지도자를 포함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의 2,196명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pewforum.org)에 발표했다.

전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71퍼센트가 복음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세속주의를 꼽았다. 나라별로는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경우 86퍼센트가 세속주의를 복음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이 중 북미의 경우는 90퍼센트를 상회하는 지도자들이 세속주의를 최대 위협으로 꼽았는데, 미국의 경우는 92퍼센트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세속주의의 악영향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남반구 국가들에서는 59퍼센트의 지도자들이 세속주의가 복음주의 기독교에 위협이 된다고 응답했다. 세속주의의 악영향에 대해 가장 낮은 비율로 응답한 곳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슬람의 영향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1]

복음주의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잘 사는 국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세속주의가 가장 커다란 요소가 된다는 것을 기독교 지도자들 스스로가 잘 인식하고 있다.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지금 부요를 누리고 있는 국가에서는 목회자들이 성도들로 하여금 부유함을 정당화하고, 부러워하고, 성취하는 데 적합한 방식의 목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앞장서서 성공의 쟁취를 축복의 증거라고 외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특별히 최근 한 세대 동안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는 초대형교회 목사들의 왜곡된 성경 이해와 변질된 메시지 선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과 『행복의 힘』

현재 미국 최대의 교회는 휴스턴에 위치한 레이크우드 교회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조엘 오스틴은 아버지 존 오스틴의 뒤를 이어서 같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오스틴 목사가 목회를 계승했을 당시 약 6천명의 성도가 레이크우드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3만 명이 매 주일 그 교회를 찾고 있다. 오스틴 목사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그 교회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출간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 때문이다. 한국어판 『긍정의 힘』의 부제는 ‘믿는 대로 된다’인데 이 타이틀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핵심적으로 잘 말해준다.

저자 오스틴 목사에 대해서 이 책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죄인더러 회개하라고 닦달하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정치와 주요 정책 이슈보다 철저히 성경 중심으로 돌아가, 희망과 자기계발에 관한 참신하고도 설득력 있는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 만부가 팔린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과연 오스틴 목사가 ‘철저히 성경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일까? 청중을 닦달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죄인의 회개’를 소리쳐 외치지 않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필라델피아에서 조엘 오스틴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여인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설교는 듣고 나면 기분이 나빠져요. 저 자신의 나쁜 점만 이야기하죠. 하지만 조엘 오스틴 목사님은 저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세요.”[2] 이 이야기는 오스틴 목사의 강점과 한계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오스틴 목사는 청중이 듣기에 거북한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스틴 목사는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회중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회중이 듣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우선 그가 신학이나 목회학을 공부하지 않은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엘 오스틴은 자기가 돌아가신 아버지 뒤를 이어 교회를 담임하겠다고 결심했고, 이 내용은 (실질적으로 그 교회를 경영하고 있는) 가문 회의에서 받아들여져, 교회 공동체에 통보됨으로써 최단시간에 실현되었다. 그는 공동체에 의해 목사로 임명 받은 후에도 신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태세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회중의 호응 여부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영향력이 컸던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었으므로 교회를 반드시 부흥시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더욱 그렇게 양적 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아무튼 오스틴 목사가 신학을 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영성이 하나님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신앙의 문제와 깊이 연관된다.

2005년 6월에 있었던 미국 CNN의 유명한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Larry King Live)에서 오스틴 목사는 인터뷰 중 자신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3]

(사회자) 킹: 만약 당신이 유태인이나 이슬람교도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당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면요?
오스틴: 글쎄요.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아주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수를 안 믿으면 천국에 가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조심해야 돼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킹: 당신이 믿는다고 하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안 믿는 사람들은 틀린 것이지요? 아닙니까?
오스틴: 글쎄요, 안 믿기 때문에 그들이 틀렸다라고 내가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중략)
킹: 당신은 그런 사람들(낙태나 동성애를 하는 자들)을 죄인이라고 부르지 않나요?
오스틴: 죄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킹: 죄인이라는 단어는 당신이 쓰지 않는 단어인가요?
오스틴: 저는 그 단어 안 써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2006년 12월 2차 인터뷰)
킹: 당신은 죄에 대해 별로 설교하지 않지요? 또 사탄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지요? 왜 그렇지요?
오스틴: 글쎄요. 가끔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어떤 사항들에 대해 말 그대로 죄라고 불러야 할 필요까지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확신이 없어요. 그러나 나는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지키는 것, 또 겉과 속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해 설교를 많이 하지요.

과연 이러한 세계관을 가진 목사를 ‘철저히 성경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라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긍정의 힘』 발행인에게 묻고 싶다. 물론 이 책의 내용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책이 기독교의 핵심 가치와 복음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이 홍보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겉으로는 복음이지만 그 내용은 그냥 인생 성공 가이드일 뿐이다. 성경은 결코 성공 가이드북이 아니며, 복음은 결코 성공을 위한 주술이 아니다. 그래서 이 『긍정의 힘』은 성경과 나란히 둘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비단 이 책만이 아니라 오스틴 목사의 책들은[4] 예외 없이 모두 그런 성향의 책들이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이제는 명실상부(名實相符)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작가의 반열에 오른 오스틴 목사는 인간 중심의 목회가 성공을 위해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자신은 하나님 중심의 목회를 하겠다고 확언한다.

내 문제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 애쓴다는 점이었다.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굳게 결심을 했다. ‘이제 나는 본연의 내가 될 거야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할 거야.’ 회중의 99퍼센트는 뒤에서 나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일부는 내 목회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또 일부는 내 운영 방식을 못 마땅히 여겼다.[5]

근작 『행복의 힘』에서 그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목회를 하기 때문에 사람의 비판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 자신의 목회 철학과 방침을 확고히 붙잡고 있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확신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 확신은 하나님이 아닌 자신을 절대적으로 따르고 있는 회중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99퍼센트의 지지면 더 이상 바랄게 무엇이겠는가! 나머지 1퍼센트의 비판세력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오스틴 목사는 지금 자신이 그 99퍼센트의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데 최고의 관심을 둔 목회를 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며 또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아버지는 ‘믿음의 말’, 아들은 ‘긍정의 힘

조엘 오스틴 목사의 성공 지향적 목회는 그의 아버지 존 오스틴 목사의 목회 스타일을 이어받고 한충 업그레이드 시킨 모습이다. 아버지 존 오스틴 목사는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소위 ‘믿음의 말’(Word of Faith) 운동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운동은 자신이 선포한 말의 내용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강조하는 기독교 분파로서 오순절 계통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엘의 아버지 존이 살아있을 때에는 예배 중에 온 회중이 다함께 큰 소리로 선포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주택 대출금을 다 갚았어. 자동차 할부금을 다 갚았어. 청구서를 다 처리했어. 나는 빚이 한 푼도 없어. 내 은행 계좌에 돈이 있어. 나는 구두쇠가 아니야. 나는 탐욕스럽지 않아. 나는 세계를 복음화할 거야.[6]

‘믿음의 말’ 운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바라시는 가장 큰 기대가 바로 인생의 형통과 성공과 부요이므로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믿음의 말’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가 바로 ‘인간이 신으로 창조되었다’는 주장이다. 믿음의 말 추종자들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정복하고 다스리라고 한 것을 하나님이 인간을 신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목적이 인간의 구원이 아니라, 인간을 본래의 위치인 신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믿음의 말’은 이렇게 명백히 성경적 믿음의 개념을 왜곡한다. 믿음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힘을 믿는다. 또한 하나님을 주권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주 법칙에 종속된 존재로 본다. 이들에게 있어 신은 하나님과 같은 종으로 창조된 인간 자신이다.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은 이런 교리를 배후에 깔고 있는 책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은 성경적인 용어로 포장된 비성경적인 책이다.[7]

조엘 오스틴 목사나 그의 아버지 존 오스틴 목사에게 있어 주된 관심은 성도들이 자신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듣고 인생이 잘 풀리고 교회가 성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성경 말씀을 구원과 회복을 위해 하나님이 죄인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패배감에 젖어 있는 인간에게 자신감과 성공 의지를 불어넣어 주기 위한 세상의 좋은 말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물론 조엘 오스틴 목사의 메시지가 세대와 계층을 모두 포괄해서 어필되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첫 번째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에 8개월이나 머물렀고 다른 책들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기독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조엘은 책을 쓰기도 전에 먼저 출판사로부터 인세를 받는 정도에 이르렀다. 무슨 책을 어떤 주제로 쓰던 간에 출판사는 그 글을 받아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가 쓰는 책이 한결같이 자기 계발서나 인생 성공 지침서 같은 성격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인데, 그럼에도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그의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뿐 아니라 조엘은 텔레비전 설교와 라이브 순회 설교 행사에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 이 시대 최고의 흥행 챔피언이다. 그의 이러한 대박 신화가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를 흠모하고 추종하는 조엘 키즈(kids)가 향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은 명백하다.


[1] 2011년 6월 29일자 「기독신문」에서 인용했다. 이 설문조사는 전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로잔회의 기간을 전후한 8월부터 12월까지 조사된 것으로, 전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바라보는 복음주의 신앙관과 각 국가의 복음주의 기독교 실태 및 정책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세속주의에 이어 ‘과도한 소비주의’가 67퍼센트로 2위를 차지했으며, ‘팝 문화 속 과도한 섹스와 폭력’이 59퍼센트, ‘이슬람’은 47퍼센트,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스타일’이 30퍼센트,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부도덕한 성윤리’가 26퍼센트, ‘정부의 종교규제’가 22퍼센트, ‘가톨릭교’가 10퍼센트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 리처드 영, 『조엘 오스틴과 레이크우드교회 이야기』, 긍정의힘, 219-220쪽

[3] 옥성호,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부홍과개혁사, 209-226쪽에서 수정, 발췌, 인용

[4] 『잘되는 나』, 『최고의 삶』, 『나를 응원하라』, 『자녀를 위한 화살기도』, 『행복의 힘』 등

[5] 조엘 오스틴, 『행복의 힘』, 생각연구소, 132-133쪽

[6] 리처드 영, 『조엘 오스틴과 레이크우드교회 이야기』, 긍정의힘, 61-62쪽

[7] 김태한,『뉴에이지 신비주의』, 라이트하우스, 51-52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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