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박태양 칼럼] 레프 톨스토이, 기독교가 아닌 톨스토이교를 주창한 대문호

▲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사진: 위키피디아

눈먼 기독교 (4)

레프 톨스토이는 세계적인 대문호며[1] 자신의 신념을 종교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에 정교(政敎)연합으로 타락했던 러시아 정교회를[2] 비판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체계를 만들어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독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오해며 착각이다. 톨스토이가 가졌던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생각을 다음의 글을 통해 확인해 보자.

나는 복음서에 담긴 모든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세례 요한의 수태와 탄생, 세례 요한의 투옥과 죽음, 예수의 탄생, 예수의 가계도, 예수가 가나와 가버나움에서 보여 주었던 기적, 악마와의 싸움, 바다 위를 걸었던 기적, 말라 죽은 무화과나무, 병자의 치유, 죽은 자를 살린 기적,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리스도로서 성취되었던 예언들은 생략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생략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런 내용들은 예수가 우리에게 주었던 가르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수가 살았던 동안의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기독교 정신을 포괄적인 신의 계시로 해석하지도 않으며, 역사적 현상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주었던 가르침으로 해석 할 따름이다. 내가 기독교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바로 이런 해석 때문이었다. (중략) 그의 가르침을 짜깁기하여 만들어낸 괴물 같은 전통을 기독교 교리라고 내세우는 현재의 기독교에 대해 그리스도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편견에 찬 기독교 교리도 그리스도의 진정한 가르침에는 모순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성경에 나오는 기적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성경은, 특히 복음서는 ‘가르침을 주는 글’ 이상의 어떤 것이 아니었다. 윤리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자신만의 성경을 만들어낸 톨스토이는 이단적이며 반(反)기독교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성경을 삭제하거나 추가시키는 것은 이 시대의 유행이기도 했는데, 그것을 이미 한 세기 전에 톨스토이가 앞장섰던 것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 역시 성경을 짜깁기해서 자신만의 성경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물론 그것은 성경이 아니라 그냥 도덕책일 뿐이다.

톨스토이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의 다른 모습을 통해서도 잘 증명된다. 그는 당시 러시아 귀족 남자들이 흔히 그랬듯이 십대 시절부터 색욕(色慾)을 즐겼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모습이 결혼 후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아내 소피아와[3] 48년이나 같이 살면서 그는 문자 그대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영위했다. 톨스토이는 50세에 회심했다고[4] 알려져 있는데, 그 전이나 후에나 동일하게 결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는 절대로 결혼하지 말 것을 역설하고 다녔으며 결혼은 합법적인 매춘일 뿐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성경적 결혼관이나 가정관을 전혀 갖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예수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 성경을 해석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그는 “(예수가)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라는 구절을[5] ‘물질의 비소유화‘라고 주장했다. 예수의 성육신을 믿지 않았던 그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성경 구절을 윤리적으로만 해석하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가진 종교관에 대해서는 그의 작품과 편지를 살펴보면 자세히 알 수 있는데, 다음의 글들을 보라.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인) 레빈은 계속 사색한다. “만일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첫 번째 증거가 선의 존재에 대한 주님의 계시라고 한다면 어째서 이 계시는 단순히 기독교에만 국한되어 있는가? 마찬가지로 선을 역설하고 선을 실천하고 있는 불교도나 마호메트교도의 신앙은 이 계시에 대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그러다가 마침내 레빈은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 하느님의 존재에 관한 명백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유일한 표시는 … 전 세계에 계시되어 있는 선의 율법이다. 나는 그것을 내 마음속에서 느끼고 있다”[6]

레빈은 계속 ‘사색’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에 이르렀다. 사색의 결론은 선의 율법이야말로 하나님 존재의 증거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레빈은 톨스토이 자신이다. 자신이 깨달은 것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1859년에 쓴 편지 중) 저는 불멸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이 그리스도교와 유사하다는 것에 저는 놀랐고, 그리하여 스스로 알아내기보다는 복음서를 통해 알아내고자 했습니다만, 거기서 발견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신도, 인류의 속죄자도, 신비도 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7]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철학이 불교와 유사함을 인식했다고 하는데, 톨스토이는 자신의 깨달음이 기독교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선행이 기독교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의 핵심은 아니란 것을 그는 몰랐다. 톨스토이는 하나님도 모르고 속죄자도 몰랐다. 그는 정말로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했고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어찌 기독교를 아는 자의 모습이겠는가.


[1] 「안나 카레리나」, 「부활」, 「전쟁과 평화」와 같은 대작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2] 러시아 정교회는 로마가롤릭, 개신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정통 기독교인 정교회(正敎會, Orthodox Church)의 러시아 분파다. 러시아 정교회는 톨스토이의 비기독교적 사상을 문제 삼아 그를 파문(破門)했다.

[3] 18세에 34세이던 톨스토이와 결혼하여 아홉 명의 자녀를 낳았다.

[4] 톨스토이의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돌아오는 회심이 아니라 남은 인생을 타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것을 말한다. 그의 이러한 윤리적 회심이 기독교적 회심으로 오해되고 있다.

[5] 빌립보서 2장 7절

[6] 석영중,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예담,277쪽

[7] 석영중,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예담,279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제보 및 문의: 

Print Friendly, PDF & Email

관련 기사

20241117_KJI_Column
[김종일 칼럼] 모든 무슬림 형제자매에게 보내는 복음편지(16): 기독교에 대해 궁금해할 핵심 질문 6가지
20241115_GTK
[GTK 칼럼] 우울증(2)
glasses-see-241115-unsplash
[TGC 칼럼]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에서 죄를 보자
20241112_Calvin
[정성구 칼럼] 불신앙과 프랑스 혁명

최신기사

[김종일 칼럼] 모든 무슬림 형제자매에게 보내는 복음편지(16): 기독교에 대해 궁금해할 핵심 질문 6가지
‘시편 150 프로젝트’, 시편 창작곡 공모
“청소년 성교육, 성기 중심에서 생명 가르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GTK 칼럼] 우울증(2)
[지소영 칼럼] 무거워지는 아들과 천로역정
인도 오디샤주, BJP 집권후 기독교인 공격 급증
인도네시아 지역 주민들, 교회 설립 거부 늘어나
Search

실시간최신기사

20241117_KJI_Column
[김종일 칼럼] 모든 무슬림 형제자매에게 보내는 복음편지(16): 기독교에 대해 궁금해할 핵심 질문 6가지
20241113_Psalms150 Project
‘시편 150 프로젝트’, 시편 창작곡 공모
1116
“청소년 성교육, 성기 중심에서 생명 가르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