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는 이슬람(34)
이슬람권 선교에 대한 재고
이제까지 한국 교회는 무슬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생각하든 간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관점이라는 틀 안에서 이슬람교와 무슬림들을 만들어왔다. 그러므로, 이제 그들의 자리에서 우리의 생각이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야 하는 자숙과 재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쩌면 이제까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이슬람교와 무슬림들을 보고, 듣고, 평가해 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꾸란을 읽지 않은 무슬림들 앞에서 그것이 그들에게 커다란 모욕적인 접근인지도 모르는 채, 꾸란의 모순성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억척스럽게 고대해 왔다. 또, 평생 자기들이 믿는 이슬람이라는 고정관념 안에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은 무슬림들을 향해 잘못된 길에서 나올 것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종용해 왔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은 무슬림들이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개종 내지는 회심이라는 개념 자체가 대단한 용단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의 차가운 현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정말 이슬람교 배경을 가진 이들이 오직 믿음만으로 예수를 따르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냉대와 소외가 기다리는 자기들의 사회 안에서 버텨낼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현지인이 아닌 이상은 기독교로 회심한 이들이나 회심 대상자들을 향한 우리의 모든 격려와 위로가 이들에게 직접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 현지인이 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더욱 겸손과 존중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슬림들 선교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이제 한국 교회는 뉴노멀 시대를 현실을 직시하면서 하루빨리 이른바, ‘무슬림 회심자가 무슬림들에게’, 난민 회심자가 난민들에게(Refugee to Refugee)’, ‘이주민 회심자가 이주민에게(Migrants to Migrants)’ 즉, ‘현지인이 현지인에게(Native to Native)’라는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우리가 가진 선교의 프레임을 전폭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언어, 지식, 노동력, 문화와 같은 고유한 자산들이 있다. 이에 따라서,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회에 닥친 가장 시급한 선교의 사안은 복음을 받아들일 대상인 무슬림, 난민, 이주민 같은 현지인이 자기들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자립, 자치, 자전의 가능성을 곁에서 돕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뉴노멀(새 기준)’ 시대로 들어가면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향후 지구촌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뉴노멀 시대의 다섯 가지 경향을 ①탈세계화의 가속화, ②효율성보다는 회복 탄력성, ③디지털 전환 촉진, ④소득수준 및 건강 관심도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 ⑤높아진 신뢰의 중요성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선교에도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직시하면서 선교 현장에 적절하게 적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코로나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지금 세상은 마치,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AC)’ 시대로 갈려버렸다. 또 어떤 이들은 질병 이전(Before Disease)과 질병 이후(After Disease)로도 말한다. 정말 말도 안 되고, 믿을 수 없는 지금의 이러한 현실은, 눈으로 확인할 수조차 없는 작디작은 바이러스 하나로 시작되었고, 우리 생활을 다 뒤집어 놓았다.
그래서, 그동안 “안 된다.”, “있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등으로 생각하던 많은 것이 지금은 “된다.”, “가능하다.”, “이해할 수 있다.” 등으로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물리적 거리가 생기면서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e)’라는 이름이 생겼고, 이제는 다가가서 말 거는 것조차 꺼리게 만들어 버렸다. 다가가 친구 삼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 온 우리의 선교 현장에서도 전형적인 ‘대면’ 전도 방식에 심각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서,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다가온 중요한 선교 이슈는 “어떻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함없이 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음 전파를 중단하거나 보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변함없이 전해야 하는 ‘지상 대 사명’과 비대면의 ‘불가피한 현실’ 사이에서 복음 전도의 새로운 방법을 대안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직접 모이는 것이 제한된 현실의 불가피한 상황 가운데, 우리의 예배뿐만 아니라 각종 기도회, 성경 공부 모임까지도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우리의 교회와 선교 현장에서도 다양한 온라인 비대면 방법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이제 선교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서부터 그 방식에까지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마치, ‘코로나19’로 우리가 진행하고 있던 한국 교회 선교의 세계 복음화를 위한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국 교회와 선교지 사이의 교류가 차단되었으며, 잠시나마 선교 현장을 떠나 귀국하는 우리 사역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다음 세대 선교를 이끌어 갈 우리의 새로운 선교사 파송조차 연기되고 있다.
이러한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싫든 좋든, 마지막 세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확신하는 모든 우리 교회는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복음 전파의 ‘틈새’ 사역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영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우리의 본질, 그리스도의 복음
본질은 핵(core)을 말하며, 상황에 따라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하며, 변하는 것은 결코 본질일 수도 없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 본질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의 말씀뿐이다. 비록 우리가 뉴노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와 대안을 언급하지만, 본질이신 예수 그리스도나 하나님 말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의미하거나 본질을 제쳐두고 다른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내 무슬림들을 포함해서, 지구촌 수많은 무슬림의 회심 소식이 지속해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천만여 명의 무슬림들이 기독교로 회심했으며, 2015년 이래 유럽으로 이주한 무슬림 중 최소 2만 명 이상이 기독교인이 되었다. 2018년에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 주최로 열린 서울 세미나에서 세계적 중동선교 전문가로 잘 알려진 ‘듀에인 알렉산더 밀러(Dr. Duane Alexander Miller)’는 이러한 현대 무슬림들의 회심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무슬림들을 위한 기도의 대폭적인 증가
둘째, 전 세계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의 무슬림 선교에 대한 열중과 선교사 파송 집중
셋째, 세계화와 사이버 정보 통신망 연결 등의 무슬림 세계 자체의 변화
넷째, 이슬람 국가들의 사회 정치적 혼란이 가져다준 이슬람 신앙에 대한 회의.
아울러, 무슬림들의 회심 사건 뒤에는 밀러의 분석 외에도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교의 주체이신 성령 하나님의 일 하심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선교의 주체이신 성령 하나님께 전적으로 인도하심을 받으면서 그 도구로 온전하게 쓰임 받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선교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하나 더 언급할 것은, 바로 국내에서의 무슬림 전도사역이 이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국 교회는 이슬람 지역으로 선교사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했었을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도 수많은 무슬림이 다양한 이유로 들어와 어느새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변화된 선교 현장이 생겨났다. 이에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거룩한 지상명령(마 28장) 앞에서 더는 핑계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선교 현장
지금 한국 교회의 국내 선교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의 계층에서 일하는 무슬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돈을 벌게 해 줄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상처의 땅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지금 이들이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노동자 혹은 난민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해서 그들의 인권과 영적 돌봄을 소홀히 여긴다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제적 불이익과 민간외교의 손실을 당할 수도 있고 혐한 내지 반한 정서를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이 부정적 인식으로 귀국한다면 100만 자비량 선교사의 발굴과 세계선교에서의 리더십 자리를 바라보는 한국 교회로서는 현지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한국 교회는 무슬림들을 향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올바로 전하는 것과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상한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는 일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칼빈은 이웃 사랑에 있어서 그 사람의 가치를 따지지 말 것을 얘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거의 전부가 자기 자신의 공로에 있어서 무가치하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서 사랑의 의무를 행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며, 먼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 설 것을 얘기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지금 수많은 우리 선교사가 입국하고 있다. 우리 한국 교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타 문화권에 이미 훈련된 전문 선교사들을 활용해서 3백만에 육박하는 국내 타 문화권 외국인 선교에 집중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사역의 지평을 열어주실 것이다.
끝으로, 이제 한국 교회는 최근 복음 전파 과정에서 비자율적으로 귀국하는 해외의 타 문화권 선교사들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본의 아니게 타 문화권에서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귀국하는 선교사들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서 국내 타 문화권 선교에 특화된 우리 전문 선교사들이 복음 전도사역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서 사역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교를 향해 나가야 할 우리 교회의 합당한 자세이다. [복음기도신문]
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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