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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의 땅 시리아

시리아를 가다(1)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도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2011년 반정부 시위에 대한 잔혹한 진압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지금까지 5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지난 11년 동안 외세와 여러 무장 단체를 끌어들이며 내전은 더욱 확대되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1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상황

시리아는 1971년부터 30년간 하페즈 알아사드(Hafez al-Assad) 대통령의 독재 정치가 계속되었고, 2000년에는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2011년 3월, 40년 넘게 계속된 아사드 독재 정권의 부정부패와 정치적 탄압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은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Daraa)에서 민주화 시위를 일으켰다. 시위가 확대되고 내전이 시작되면서 시리아 반군은 시리아 정부를 대항해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강경 진압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도우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은 아사드 대통령을 돕기 위해 군대 파견뿐 아니라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던 러시아까지 군사적으로 개입했다.1 반면 사우디와 튀르키예(터키)의 지원을 받았던 반군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의 여러 무장단체들로 갈라지면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북서쪽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리아 내전을 틈타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알려진 쿠르드족은 북동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독립 정부를 세우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2014년에 발현한 이슬람국가(IS)도 일시적으로 락카(Raqqa)를 점령하고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렇지만 미국 주도 연합군과 쿠르드족 주도의 시리아 민주군(SDF), 이라크 보안군에 의해 IS는 2017-2019년 사이에 거의 전멸되었고2 현재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점조직으로 테러활동을 벌이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테러와 공습

2017년 5월, 러시아와 튀르키예, 이란의 평화회담이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잦은 충돌과 공습으로 인해 휴전 합의는 실제적으로 이행되지 못하다가 다행히도 2018년 9월,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중재로 정부군과 반군 간의 휴전에 합의한 바 있고, 가장 최근에는 2020년 3월, 러시아와 튀르키예가 시리아 반군의 활동거점으로 꼽히고 있는 이들립(Idlib)에서 휴전에 합의했다.3 그렇지만 지금도 시리아 내에서 불안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쿠르드 민병대(YPG)와 IS 세력 간의 충돌뿐 아니라 시리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공습을 계속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Aleppo)에는 서로 다른 무장세력에 의한 공격이 있었다. 시리아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친정부 소속 군인 10명이 사망했고, 같은 날 두 개의 시골 마을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테러조직에 의해 로켓 공격을 받았다.4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이들립에는 휴전 이후에도 2021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러시아 공습이 계속되어 최소 60명의 아이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5 튀르키예도 시리아 북부에서 완충 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쿠르드족을 향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긴장을 고조시켰다.6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수백 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던 이스라엘은 6월 10일에도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이란과 헤즈볼라 세력의 확대를 막기 위해 군사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7 또한 IS 세력의 테러와 공격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IS 일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쿠르드 자치정부 산하의 그웨이란(Ghwayran) 수용소를 공격하여 70명 이상이 사망했다.8 시리아인권관측소(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에 따르면, IS는 2022년에만 최소 82건의 무장 작전을 수행했다.9

최악의 경제상황과 전쟁의 참상

11년의 기나긴 내전은 극심한 빈곤과 세계 최대의 실향민을 남겼다. 유엔 시리아 조사 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시리아의 1,46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고, 12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10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가 반군이 장악했던 영토를 탈환한 이후에도 국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했고, 정권의 통제 아래에 있는 국민들도 90%가 빈곤 속에 살고 있고, 시리아 화폐 가치는 무려 90%가 폭락했다.11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장인 마크 로콕(Mark Lowcock)은 지난 11년 동안 시리아인들은 “죽음과 파괴, 이주와 질병, 두려움과 절망”에 얼룩진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12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에 휩싸인 지금 시리아 경제는 더욱 깊은 침체에 빠졌고, 아사드 대통령은 2021년 3선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90억 달러였던 정부 예산을 2022년에는 53억 달러까지 긴축했다.13

이 기간 동안 특히 힘없는 여성들과 어린 아이들은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월드비전(WorldVisio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에는 과부 수용소(widow camps)라 불릴 정도로 수만 명의 미망인과 독신 여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28개의 수용소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여성의 80%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고, 95%는 우울과 절망감에 빠져있다. 그리고 여성들의 25%가 성추행을 경험했고, 이 여성들의 자녀 34%도 한 가지 이상의 폭력을 경험했다.14 유니세프의 시리아 대표인 빅토르 닐런드(Victor Nylund)는 폭력과 경제적 불행, 그리고 Covid-19로 인해 우울했던 지난 10년 동안 시리아에서 12,00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는데, 이는 약 8시간에 한 명꼴로 사망하는 수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15

전쟁의 참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BBC 탐사보도 결과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은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소 106건의 화학무기 공격을 시도했고, 1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만 5000명 이상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16 또한 시리아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마약 제조와 밀매를 계속해 왔는데, 이로 인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33%의 젊은이들은 마약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7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시리아 내전

안타깝게도 민주화의 열망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중동 아랍국가 내 종파 갈등을 들 수 있다. 시리아는 이란과 이라크와 같이 시아파(정확히 말하면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집권한 나라이다. 그렇지만 이란과 이라크는 국민의 다수가 시아파인데 반해, 시리아 국민은 다수가 수니파이다. 따라서 시리아 내전은 종파 갈등이 표면적으로 증폭되어 일어난 사건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튀르키예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가 집권한 국가들이고, 이 두 나라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러한 주변 아랍국가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시리아 정부와 반군을 지원하는 나라들이 이슬람 종파로 인해 나눠지다 보니 시리아 내전은 점점 장기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코데스만(Anthony Cordesman) 연구원은 “시리아 내전은 걸프만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라크와 레바논의 이슬람 종파 간 갈등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라고 분석한다.18

여기에 더해 시리아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던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IS 격퇴를 목표로 미국과 서방 여러 나라들이 참전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국제전의 성격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레바논의 Near East 신학교의 총장을 지낸 미카엘(Mikhael) 박사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국가와 테러 단체들은 83개가 넘었고, 시리아 사람들과 함께 시작된 시위는 이제 그들 손에 없다”라고 말한다.19 유엔 특사 페데르센(Geir Pedersen)은 “2021년 10월에 마지막으로 열렸던 유엔 주재 평화 협상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하면서 “군사적 해결책의 환상을 버리고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타협점의 의지를 갖기 바란다”고 했다.20 하지만 시리아 의회는 2021년 3월, 시민권 박탈 법안을 비준하면서 아사드의 통치에서 벗어나거나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21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시리아 국내외 상황 속에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무고하고 선량한 시민들 몫으로 남아있다.<계속>[복음기도신문]

출처 : Aljazeera, BBC, Economist, IBMR, New York Times, SANA, UN News, WorldVision

<자료제공: 한국선교연구원(KRIM) 파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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