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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꿈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카렌족 사람들. 사진: 오영철 제공

낯선 여성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제 저의 꿈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Finally, my dreams almost come true).”
“이런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메시지를 보면서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녀는 2019년에 1월에 연락이 온 카렌 출신이다. 3년 전 일이어서 희미한 기억을 되새겨 봤다. 당시 그녀는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마침 그때 나는 카렌 청년들을 한국에 합법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한국에 있는 태국인들을 위한 자비량 선교가 목적이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소식을 듣고 혹시 내게서 무슨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였던 것이다. 갈 수 있도록 도와만 준다면 교회에 헌금도 하겠다고 하였다. 기독교인도 아닌데 헌금할 수 있다는 그녀의 약속이 특이하였다. 이후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합법적인 노동자로 가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녀에게 꿈에서나 가볼 수 있는 땅이었다. 그녀의 배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녀는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에서 태어난 카렌족이다. 그녀가 보고 들으면서 경험한 세계는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충돌, 피신, 불안정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까이에 있었던 단어들이다. 불안정한 변두리의 소수부족의 사연 많은 삶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였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합법적으로 한국에 가서 노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그 꿈을 위해 준비하였다. 한국어 공부 기간을 합하면 3년 이상 준비한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꿈과 같은 상황이 이루어지게 됐다.

그녀가 일하게 될 곳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있는 한 공장이다. 찾아보니 시골에 있는 단무지 제조식품 회사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주 5일 근무에 191만 1440원의 월급이다. 숙박비는 본인 책임이므로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으면 160만 원 정도 받을 것이다. 주말이나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 수입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런 액수는 그녀가 살아온 환경에서 불가능한 금액이다. 전화를 통하여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속에 얼마나 기대가 큰지 다가온다.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꿈과 관련된 또 한 부류의 대조적인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다. ‘꿈이 없어 신음하는 한국의 젊은이’라는 단어를 얼마전에 들었다. ‘7포세대’라는 단어로 이들을 표현하였는데, 7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이다. 일곱가지는 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희망 그리고 인간관계라고 한다. 참 서글픈 표현이다.

‘어쩌면 이렇게 대조적인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34살의 노다라는 카렌 청년은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꿈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또래의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현재 한국에 사는 것만으로도 꿈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만약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 카렌 청년이 일하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면 꿈이 없는 청년이라고 할 것이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그들이 느끼기에 사회에서의 출발선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의 기준으로 세운 출발점이 현실과 너무 멀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는 꿈이 이루어지는 땅인데 누구에게는 꿈이 없는 땅이다.

이 세상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상대적이고 한시적인 가치판단 기준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생각하는 한국은 선진국이고 문화 강국이며 기회의 땅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쉽게 생각한다. 정작 그곳에 사는 젊은이들은 꿈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기대하는 꿈의 기준과 너무 멀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그녀가 경험한 세계와 내가 경험한 세계가 거의 중첩된다. 카렌, 태국, 한국이다. 소위 선진국인 한국과 이제 제법 살만한 태국 그리고 여전히 낙후된 카렌 지역이다. 분명한 것은 세 곳이 경제적인 소득의 차이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전투가 있는 카렌 지역에서도 감사와 행복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며 한걸음씩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 노다 청년이 그런 경우이다. 반면 소위 선진국인 한국에서도 꿈도 희망도 없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만든 세상의 한시성과 유한성을 다시 느낀다. 더불어 영원한 나라의 가치기준을 알고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 나라의 기준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다’라는 카렌 여성이 한국에 가서 이루어진 꿈의 기쁨을 얼마나 누릴지 잘 모르겠다. 그곳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니면 고향의 식구들을 돕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이루어진 꿈을 누릴 수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에게 이루어진 꿈이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꿈의 의미를 생각한다. 1985년 대학 2학년때 선교사로 헌신하고 선교사를 꿈꾸었다. 37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27년 전인 1995년에 선교사가 되었다. 참 과분한 자리이다. 지금 돌아보니 선교사라는 꿈은 그 자체가 영원한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원한 꿈을 위한 하나의 작은 꿈이었다. 영원한 꿈은 하나님 나라였다.

하나님 나라의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차별하지 않는다.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주지 않는다. 인종이나 수입이나 국적이나 지역이나 나이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다. 소외된 변두리에서도 그 나라는 퍼져 나가고 있었다. 전쟁과 충돌과 갈등 중에서도 그 나라는 확장되고 있었다. 그 나라를 맛본 사람들은 이 세상 나라의 기준이 상대적임을 분명히 알게 된다. 한국의 젊은이나 카렌의 젊은이나 차별 없이 경험할 하나님 나라를 소망한다. 이 세상의 소리가 너무 커서 잘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 나라는 누룩처럼 퍼져 나간다.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큰 은혜이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가 결국 이 땅에 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실제가 꿈을 잃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카렌 여성 노다의 한국 생활 속에서 경험되기를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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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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