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정성구 칼럼] 한 표가 역사를 바꾼다

사진: Arnaud Jaegers on Unsplash

1620년에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의 동부 플리머스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1628년에는 화란 개혁교회 성도들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오늘의 뉴욕에 자리를 잡고 개척을 하게 된다. 사실 영국과 화란은 17세기에 해양제국의 쌍벽을 이루고, 서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영국과 화란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와 엇비슷했다. 영국이 해양제국이 되어 온 세계를 영국 여왕의 통치 아래 두고자 했고, 그래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늘 걸림돌로 신경 쓰이는 나라가 있었으니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 강한 해양제국을 꿈꾸는 화란 곧 네덜란드였다. 화란 곧 네덜란드 사람은 세계에서 키가 제일 크고 덩치가 큰 민족이었다. 지난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듯이 스피드 스케이팅의 강자는 당연히 화란 선수들이었다. 그래서인가 영국 사람들은 화란 사람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말을 만들 때는 꼭 더치(Dutch)란 말을 붙인다. 더치 페이, 더치 와이프 등등..

그런데 영국은 헨리 8세가 로마 가톨릭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종교 개혁을 했는데, 그것이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가 되었다. 성공회는 개신교이기는 하나 모든 의식이나 시스템이 로마 가톨릭과 같고 영국의 여왕이 수장이 된다. 하지만 화란은 스페인에서 독립하면서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윌리암 오렌지(William Orange) 장군을 국왕으로 추대했다. 그런데 오렌지 공은 국왕에 등극하면서 스페인의 로마 가톨릭을 버리고, 종교 개혁자 요한 칼빈(J. Calvin)의 신학과 신앙을 따른다고 공식 천명했다. 그래서 화란은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의 본산이 되었다. 또한 하계·동계 올림픽의 화란 선수들의 모든 유니폼은 오렌지 색이다. 그것은 화란 나라의 색이다. 화란은 오렌지가 세운 나라라는 뜻이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1620년에 신대륙에 도착했다. 청교도에도 여러 종류의 청교도가 있다. 장로교 청교도, 감리교 청교도, 침례교 청교도, 회중교회 청교도, 성공회 청교도 등 다양하다. 그들이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는데는 같으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룹마다 신앙의 내용은 조금씩 서로 달랐다. 그 후 1628년에 신대륙에 도착한 화란 개혁교회 성도들은 오늘의 뉴욕의 맨해튼에 둥지를 틀고 개척해갔다. 세월이 지나고 신대륙에 인구가 점점 많아지자 의회도 만들었다. 그런데 의회의 구성원도 영국계, 스코틀랜드계, 화란계, 불란서계, 독일계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의회 구성원 중에 영국계와 스코틀랜드계는 언어가 같으니,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 편이 되었다.

때마침 미국의 공식 언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의제가 나왔다. 국어로 영어를 쓸 것인가? 화란어를 쓸 것인지 표결에 부치게 되었다. 두 대표들은 막상막하였다. 17세기 화란과 영국 사이의 긴장은 다시 신대륙에서 맞붙었다. 그런데 투표의 결과는 참으로 희한했다. 영어를 국어로 쓰자는 영국계 의원들의 투표가 화란계 대표들보다 꼭 1표가 더 많았다. 1표가 승리했다. 법은 법이고 규칙은 규칙이었다. 1표 차이로 역사가 바뀐 것이다. 만에 하나 화란계 대표의 숫자가 1표만 더 받았더라도 미국의 국어는 화란어로 통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를 지배한다. 한 표 차이로 패배한 화란 사람들은, 뉴욕 맨해튼의 모든 거리 이름을 화란 말로 그대로 두기도 하고, 그랜드 레피드(Grand Rapids)를 중심으로 화란 사람들이 모여 화란 말을 쓰기도 하고, 화란어로 책도 출판하기도 했으나, 1900년대를 전후해서 모두 영어권으로 흡수되었다. 모든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니 어쩔 수 없이 영어로 말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3월 9일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다.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맥을 못잡은 분도 있고, 나 한 사람쯤이야 빠져도 괜찮겠지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또 누구를 뽑든지 다 똑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도 아는 사람, 고향 사람, 또는 내게 유익을 줄 만한 사람, 내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투표하면 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 예배시간에 장로님들의 대표 기도를 들어보면 하나님이 원하시고, 나라를 사랑하는 분이 대통령으로 세워지기를 소원한다. 그런데 그 기도대로 하려면 양심을 따라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목사님들은 늘 속내를 감추고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다”, “중도”, “중립”이라고 얼버무린다. 물론 강단에서 어느 당의 누구를 지지해서는 안되지만, 목사가 이 나라의 불의와 부정에 대해서 눈을 감는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그러므로 나의 투표가 자유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귀한 한 표임을 알아야 한다. 투표 한 번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이번에 투표를 잘못하면 이 땅에 제二의 6·25 같은 민족적 비운이 생길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부정선거도 철저히 감시해야 하겠지만, 내 한 표가 역사의 심판이 되고, 역사의 새 아침을 열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한 표는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복음기도신문]

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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