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기쁨을 누리는 전수경 사모
복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 깊은 완전한 절망을 경험한 자를 수없이 다시 일으키는 능력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을 다 마친 자보다 더욱 풍성하게 누리고 안식하게 하는 능력이다. 이는 우리 주 예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이루신 복음의 참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복음의 능력을 누리며 안식하는 전수경 사모를 만났다. <편집자>
– 전북 전주 출신이시죠?
“정확하게는 김제 출신이에요. 어머니는 남동생을 낳다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고, 저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할머니 집이 넉넉해서 부족함이 없었는데, 제가 초등학생 때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후로는 스스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 그런 부분 때문에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셨는지요.
“학창시절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어요. 친구들과 싸운 일이 한 번도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예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킬 기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먼저 이해해 주고, 받아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 미용 봉사로 섬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미용기술을 배우시게 되셨나요?
“사실은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동생들이 많아 미용 자격증을 따서 살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셨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용 기술을 배웠어요.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었죠.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목표도 없었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특히 학벌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외모를 꾸미는 데 많은 것을 낭비했던 것 같아요.”
사랑과 인정받고자 했던 어린 시절
–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아버지 회사가 가톨릭 재단이어서 성당에 다녔어요. 그런데 전주 시내의 큰 미용실에 면접을 보는데 교회를 다녀야한다는 조건을 내걸더라고요. 그래서 취직을 위해서 교회를 나가게 되었죠. 당시에는 교회를 다니면서도 하나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소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었죠.”
– 예수님의 십자가복음이 의미 있게 다가온 때는 언제였나요?
“처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 1996년이었어요. 그리고 한 7-8년이 지난 이후에 당시 우간다에서 사역을 하시던 선교사님이 복음학교라는 곳을 소개해주셨는데 그곳에서 진지하게 복음을 들고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 당시 복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하나님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게 되었어요. 학벌에 대한 열등감 같은 상처들도 사라지고요. 하지만 복음을 깊이 깨달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단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때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 다짐 이후에 어떤 구체적인 삶의 변화가 있었나요?
“전주를 떠나 서울로 이사를 갔어요. 주님만 의지해서 선교사로 나갈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심정으로 삶의 터를 옮기기로 한 거죠. 그게 2005년이에요.”
– 서울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돌아보면 부끄러운 시간이었어요. 당시 저희 가정에는 갚아야 할 빚이 있었어요. 아이 셋과 함께 반 지하 좁은 집에 살면서 남편은 영업을 하고 저는 어린이 집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저는 어린이집 교사자격증이 없어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일을 하다가, 어떤 분의 소개를 듣고 자격증을 돈을 주고 샀어요.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어요. 죄에 대해 무감각했던 거죠.”
– 그럼 십자가복음 앞에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존재적 죄인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동의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약 4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전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그때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죠. 스스로 믿음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존재적으로 죄인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죠.
그러다 제 주변에 한 형제가 이성적으로 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싫지 않더라고요. 그것을 즐기고 이용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제가 손가락질 했던 간음이라는 죄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상황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제 자신이 얼마든지 어떤 죄라도 저지를 수 있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때서야 두렵고 떨림으로 복음을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복음으로 내면을 깊이 다루시는 주님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 같은데요.
“2013년 1월에 중국의 한 지역으로 아웃리치를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일주일간 느헤미야52기도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일주일간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면서 ‘이 기도만 하다가 죽어도 좋겠다. 복음과 기도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순회선교단에서 진행하는 복음사관학교에 가서 복음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고,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죠.”
“복음과 기도면 충분하다” 경험
– 복음사관학교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복음사관학교에서 저는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제 자신이 ‘자기 의’로 가득 찬 존재라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절망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훈련 시간을 통해서 주님은 제 마음에 ‘나는 한 번도 너의 전부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도전하셨어요. 그때 저는 겸손하게 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어요. ‘내가 3년 동안 주말부부하면서 애들 셋 데리고 어떻게 헌신을 했는데, 어떻게 살았는데 억울합니다.’ 이러면서 한 달 동안 울었어요.
그런 몸부림 속에서 구원의 확신이 흔들릴 만큼 제 밑바닥을 보게 되었죠. 순종하기 싫어하는 나, 지체들을 판단하며 결코 사랑할 수 없는 나, 생활의 모든 면에서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나를 발견하게 되었죠.”
– 마음에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 힘과 지식으로 일어나 보려고 했는데 안되더군요. 결국 이런 나도 구원해 주실 수 있냐고, 나 좀 살려달라고 울면서 기도하며 매달렸어요. 그때 말씀기도를 통해서 주님께서 ‘너는 내 손 안에 있다. 아무도 빼앗을 자가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믿게 되는 것도 넘어진 곳에서 일으켜 세워주시는 것도 은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죠.”
– 사관학교 이후 믿음의 삶에 대해 나눠주세요.
“주님을 알아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얼마나 소망이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절망이 아니라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된 것이죠. 무슨 커다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주님은 소소한 일상에서 세밀하게 제가 얼마나 교만하고, 존재적 죄인인 지 알려주세요. 그럴 때면 저는 정말 은혜로밖에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항상 인정하게 되죠.”
–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최근 제가 살고 있는 전주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복음과 기도로 세우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섬겼어요. 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책임자의 권위에 순종하기보다는 여러 번 섬겼던 제 경험을 의지해서 제 의견을 저도 모르게 주장하고 있더군요. 물 떠온 하인들처럼 이해되지 않아도 순종해서 영광을 보자고 약속의 말씀을 받고서도 그런 반응을 하는 저를 보면서 매순간 죄인인 저를 보게 된 것이죠. 그러나 하나님은 저를 더러운 정욕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은혜죠. 그때마다 주님은 ‘그래서 너에게 내가 필요해’라고 말씀해 주시죠.”
– 앞으로 믿음의 걸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이전에는 뭔가 사역을 하고 있지 않거나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불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 셋을 아동센터에 내버려놓고 저는 늘 사역 현장에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님이 제게 안식을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게 부르심은 곧 안식이에요.”
절망할수록 하나님의 은혜 깨달아
– 부르심이 안식이다. 무슨 뜻인가요?
“제가 복음을 누리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조금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제가 원하는 모양의 헌신을 빨리 하고 싶어서 늘 조급해했던 거죠. 그런데 주님은 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곳에서 주님이면 충분한 자로 안식하는 것이 곧 부르심을 따라 사는 삶인 것과 선교완성 외에는 제가 살아 숨을 쉴 이유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곧 안식인 것에 대해 가르쳐주셨어요.
사실 제 마음 속에는 구체적인 선교사로서 걸음을 걷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자고 깨고 먹고 만나고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것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과 연관이 있는 부르심을 가진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이 먼저에요. 현재 6개월간의 공동체 훈련을 받고 있는 남편이 돌아오면 구체적인 순종의 행보가 결정이 나겠죠.”
– 끝으로 기도제목이 있으시다면?
“오늘 아침 묵상했던 다윗의 고백이 제 고백이었어요. 평생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자로 살아가고 싶어요. 동일하게 저희 가정이 정말 주님 때문에 행복한 그런 가정이 되어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기도제목이에요. [GNPNEWS]
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