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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죽었나 살았나

▲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현장. 조직위원회 제공

<죽으면 죽으리라>를 쓴 작가 <안이숙> 선생을 40년 전 L.A에서 만난 적이 있다. 어찌 어찌하여 그의 육필 원고를 내가 갖게 되었다. 그의 원고는 <칼빈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일부는 <총회 역사 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녀는 1939년 신사참배 반대 운동의 선봉장이었던 박관준 장로를 따라 32세의 음악선생으로 동경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박관준 장로의 외아들 박영창을 만났다. 1939년 3월 24일, 일본제국 의사당에 잠입하여 일본제국의 그릇된 신사참배 강요 정책에 불호령을 내린 일에 동참했다. 드디어 제74회 일본의 제국회의 고야마 의장을 선두로 총리대신과 내각 전원이 입장하고 의장이 개회선언을 했다. 그때 박관준 장로는 옛날 우리나라의 국왕의 어명을 받은 어사가 그릇된 관리들 앞에 ‘어사 출두야!’라고 외치듯,
「에호바 가미사마노 다이시메이다(여호와 하나님의 대 사명이다)」라고 벼락처럼 외치고 준비한 거대한 대형 봉투를 아래층 중앙의석을 향해 힘껏 던졌다. 의사당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거기 모인 500여 명의 일본인이 기겁했다. 그리고 삼엄한 경비원들은 박관준, 박영창, 안이숙을 체포했다. 그 셋은 모두가 생명을 걸었고, 말 그대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였다. 그 후 주모자인 박관준 장로는 6년의 옥고를 치르다가 순교했고, 안이숙과 박영창은 얼마간 감옥에 있다가 출소했다.

박관준 장로는 순교하기 얼마 전 유시(遺詩)를 남겼다. 죽을 사(死)자 12자를 사용하여 한시를 지었는데, 그것을 우리 말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일생일대에 한 번 죽음이 있으니, 어찌 죽을 때 죽지 않으리오
그대 홀로 죽을 때 죽었으니 천추에 죽었어도 죽지 않았도다.
죽을 때가 와서 죽지 않으면 살아 즐거움이 죽음만 못하리라
예수가 나를 위해 죽었으니 내가 예수를 위해 죽으리라!」이다.

박관준 장로의 시는, 그때 죽음을 각오하고 함께 참여했던 아들 박영창이 30여 년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내게 써준 시의 내용이다. 결국 필자에게는 박관준 장로님의 시(詩)도 있고, 필자는 거사에 참여했던 박영창과 안이숙을 만났던 장본이기도 하다. 나는 <박관준 장로님의 순교기념비>를 총신대학교 광장 중앙에 만들고 박영창 목사와 함께했다. 그리고 박영창 목사의 아들 박영남 목사와도 반세기 동안 친구로 살아왔다. 일제 시대는 모두가 친일로 돌아서고 일본에 아부하고, 한자리하는 것을 나라 사랑이라 우기던 시절에, 박관준, 박영창, 안이숙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의로 담대하게 일본 제국회의에 잠입했던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은 죽었나, 살았나! 나라가 뒤죽 박죽 되고 나라의 정치를 담당하는 자들이 교회를 개떡처럼 여기고 있는 이때, 살아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외침이 중요한 때이다. 지난 10월 27일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자들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키려는 목사, 장로, 평신도들이 100만 명 이상이 모였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장차 이 나라 젊은이들을 위해 거룩한 방파제의 몸짓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100만 명은 온라인으로 함께 기도했다. 이는 50년 전 빌리그래함 전도 집회 후 최대의 집회였다. 일어나 빛을 발하고 기울어져 간 나라의 정책을 바로 잡으려는 거룩한 함성이었다. 그리고 100만 명이 모인 집회치고 깔끔하고 상큼하게 마쳤고, 휴지 한 장 없었다. 대성공이었다. 물론 기존의 광화문 운동과는 약간의 잡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문제 될 것이 없다. 5년 전부터 해왔던 광화문 운동은, 대통령이 간첩을 존경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생명 걸고 <죽으면 죽으리라!> 하고 항거했다. 그들은 지난 5년 가까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국적으로 매 주말이 되면, 수십만 명이 모여 울부짖어 기도했던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불의와 비진리에 항거하는 것은, 종교개혁자들의 삶이었다. 또한 1638년 에딘버러 그레이 플라이어 교회당 앞뜰에서 알렉산더 헨더슨 목사님의 지도로 1200명이 모여 챨스Ⅰ세의 그릇된 <왕권신수설>을 뒤집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라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대표자의 서명 후 1200명 모두가 순교했다. 교회의 순수한 교리를 지키는 것은 생명을 내어놓는 일이다. 그러므로 산 것과 죽은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호흡하고, 반응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죽은 것은 감각이 없고, 생명이 없다. 살았다고 한들 말할 수 없는 자는 죽은 자와 마찬가지이다.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아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일곱 교회를 향하여 먼저 각각의 장점을 말하면서 새롭게 고쳐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 사데 교회에 대해서는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실상은 죽은 자로다>했다. 호흡만 있고 생각도 못 하고 행동을 못 한다면 죽은 목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 19 동안의 정부 정책에 입을 다물고 있었던 한국교회가 죽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한국교회 지도자 모두가 중도요, 중립이라 말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었고 말 한마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한 주간도 거르지 않고, 나름대로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을 깨우는 일을 했었다.

이번 10.27 대집회는 교회가 마땅히 정부, 국회, 입법부와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거룩한 방파제>로서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국교회는 지금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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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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