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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이가혜’로 불러달라는 어머니

▲ 프레이포유 제공

2014년 1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을지로입구역에서 매일 뵙던 어머니, 오병남 어머님과, 또 한 분의 어머니와 함께 세 분이서 서로 거리를 두고 한 쪽 모퉁이씩 자리를 잡고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거리로 나온 지 십 년은 넘었다는 것만 주변 노숙인 및 상가 주인을 통해 들어서 알 뿐, 다른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었다.

한때 간호사였다는 여성 노숙인

한 겨울 을지로입구역은 사통팔달 바람길이 뚫려있어 지하 광장이 얼마나 추운지 있어본 사람만 안다. 그나마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지하통로라고 항상 이십 여분 이상의 노숙인이 넓은 통로길 양가로 길게 앉아계시거나 누워계셨다.

노숙인은 추운 겨울을 거리에서 한 차례 보내고 나면 몸과 정신이 상하게 된다. 남성도 견디기 힘든 추위인데 여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가혜 어머니를 비롯한 세 분 어머니는 겉으로 보기에만 평범할 뿐 대화를 이삼십 분 이상 나눠보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다.

조현병으로 가기 전인 망상장애가 보이고 현실지각능력이 많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기의사에 반하는 강제입원이나 치료는 할 수 없기에 그렇게 거리에서 십 년 이상 살아오신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세 분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 친구가 되어준, 정기적으로 찾아가 대화 나누고 필요한 물품과 간식을 드린 시민이 십 년 이상 없었다고 보는게 맞는 말이다.

“이가혜”

본명은 말씀해주시지 않고 이가혜란 이름을 좋아하셨는지 계속 그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하신다. 광화문 광장 그 어딘가에 예전 병원이 있던 시절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것만 들었을 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셨는지는 하나도 말씀하지 않으신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는 수년 아니 십년은 감지도 자르지도 않은 듯 이가혜 어머니의 지난 십 년 간의 고통과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마음이 한 없이 좋으신 어머니, 날 보고 아나운서 김동건이라며 함께 사역하는 유 목사를 깜짝 놀라게 한 어머니, 매주 만나지만 떠날 때 뒷모습이 너무나 서럽게 외로워 보이는 어머니, 오늘은 그 어머니가 정말 천사 같아 보인다.

ps. 몇일 전 프레이포유 사역 중 시청 앞에서 만난 이가혜 어머니께 부탁을 드리고 촬영하였습니다. 이가혜 어머니는 십 년 이상 을지로입구역, 종각역에서 노숙하였으나 2017년 여름 이후로 역장 및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이 짐을 빼앗고 지하철에서 내쫓아서 다동공원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어머님을 위해 생각나실 때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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