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식구들을 다 데리고 방주로 들어가라”(창 7:1)는 말씀으로 주님은 우리 가족을 다음세대 선교사를 양성하는 기독대안학교로 불러주셨다.
남편과 나는 교육 선교사로, 세 아이는 다음세대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아 이전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하나님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을 위해 주님께 헌신하여 공동체로 생활한 지 벌써 다섯 학기가 지났다.
처음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아직 낯설고 어색한 부분이 많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큰 아이의 원함을 들어줄 수도 없고, 편식하는 막내가 먹기 힘들어하는 반찬이라도 나오는 날엔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세심하게 살피시는 주님이 큰 아이에게는 선택과목 중 요리부에 들어가게 하셔서 자신이 음식을 해보는 기쁨을 누리게 하시고, 막내에겐 주방 선생님께 “더 먹어도 돼요?” “이건 조금만 주세요.” 등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셨다.
주간 기숙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나는 평일에는 교육선교사로, 주말에는 아내와 엄마로 살고 있다. 학교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은 ‘000선생님’, 아이들은 ‘00 형제, 00 자매’이다. 아이들을 볼 때 물론 연약함도 있지만 학교에서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믿음 으로 잘 살고 있어서 참 감사했다.
그런데 주말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학교에서와 같지 않아 참 속상했다. 집에서는 못 본 척 좀 봐줘야 할지 아니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동일한 잣대와 기준으로 훈계하는 게 맞는지 나조차도 정리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어쩌다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에게 잔소리와 야단이 되어버려 마음이 무거웠다.
관용과 훈육 사이에서 갈등
그즈음 참 교사이신 주님은 복음 교과과정으로 진행된 이번 학기를 통해 어떻게 학생들을 하나님이 처음 창조하셨던 원형의 생명으로 볼 것인지 가르쳐 주셨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복음 앞에서 자신의 존재적 죄인의 실상을 빛 가운데로 드러냈다. 평소에 잘하던 아이들의 숨겨진 죄가 드러날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처럼 당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원형의 생명으로 바라보며 죄에 대한 권면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이 아침 묵상 중에 말씀하셨다. “걸려 넘어지지 않으면 복이 있다.” 아이들의 모습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믿음의 눈으로, 원형의 생명으로 보면 네가 복되다는 의미였다. “아멘!” 이후 학생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믿음으로 바라보도록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다 아는데 게으르고, 다 아는데 고집부리고, 다 아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어리니까, 커가는 과정이겠지.’라고 간과할 수 없었다. 하나님을 사랑하여 말씀 앞으로 나아가고 순종하는 것이 원형의 생명이었다.
어느 날 치열하게 믿음의 싸움을 하던 아이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듣고 나서 마음에 든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엄마는 선생님과 똑같은 이야기만 해.”라며 섭섭해 했다. ‘내가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고 학생으로 대했나?’ 순간 여러 생각이 오갔지만 교사의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다를 수 없었다. 학교와 가정, 교회가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우리 반 학생들과는 매일 묵상과 일기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나누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는 기상과 묵상, 과제, 주변 정리, 빨래하기 등을 믿음으로 하도록 권면하고 있다. 전에는 이런 가사노동에 지치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다음세대 선교사로, 원형의 생명답게 살도록 섬기는 교사와 어미로의 부르심이 주님의 명령임을 안다. 한 명의 다음세대 선교사에게 주님의 꿈이 있고 열방을 살리는 부요함이 있음을 믿음으로 본다. 주님의 열심이 그 일을 이루실 것이다. [GNPNEWS]
정미혜 교육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