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24)
저는 무대 위 공연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문화예술선교사입니다. 좀 거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전 정말 특별한 게 없습니다.
우리는 공연을 예배라고 말합니다. 그 예배를 준비하며 함께 공동체로 생활하는 이곳이야 말로 주님이 저를 빚어 가시는 무대입니다. 지금도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주님, 오늘도 주님 사랑 더 알게 해주시고, 주님이 주시는 믿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을 수 있게 제발… 믿음 좀 주세요.”
그런데 최근 준비하는 공연에서 진짜 믿음과 자기부인을 배우게 됐습니다. 정말 피하고 싶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불가능했습니다. 근심과 염려가 엄습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은 쉽게 흉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동안 믿음으로 산다고 고백했지만 정작 무대 위에서 주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나의 존재를 직면했습니다.
기도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좀처럼 믿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주님이 하신다.’ 그러나 곧 내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내면에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자 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겪으며 믿음의 원리를 깨닫게 됐습니다. 나를 부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주어진 그 역할을 바로 나라고 믿음으로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인물에 대한 이해함이 없이는 그저 그런 척 흉내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흉내 내는 것은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습니다. 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 인물이 되어야 했습니다.
동시에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복음을 만났으면서도 전 그저 흉내만 내고 있었습니다. 복음에 내 전부를 드려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애를 많이 쓰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애쓰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제 안에 예수께서 사시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흉내 낼 필요 없는 진짜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예배를 통해서 말입니다.
저를 먼저 십자가로 초대하신 주님께서 공연예배에 오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진짜생명으로 살게 되는 길, 바로 십자가로 초대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조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