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균형이라는 허상
#1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은 포식자인 육식동물보다 빠르다. 영양(가젤)은 최고 시속 약 90km, 소과에 속하는 누(Gnu)라는 동물은 최고시속 약 80km에 이른다. 반면, 육식동물인 사자와 표범의 경우 빨리 달려봐야 시속 60km 정도에 불과하다. 달리기 속도만을 단순 비교하면 사자와 표범은 모두 멸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육식동물은 오랜 기간 종을 유지해 왔다. 그들의 사냥 기술 때문이다. 그들은 몸을 낮추어 초식동물에게 보이지 않도록 은폐하면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사자의 경우 보통 30m까지 접근한 후 사냥을 시작하고, 표범의 경우 5m 정도에서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먼저 가속하면 초식동물의 달리기 속도가 제아무리 빨라도 포식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평화를 사랑하는 초식동물 입장에서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초원 곳곳에 자라난 덤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자였고 표범이었던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달리기 시합을 했으면 상대도 안 될 것들이 비겁하게 매복을 하고 있다가 덮치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러니 영양과 누의 입장에서 사자나 표범은 늘 경계해야 하는 상종 못 할 족속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할 수만 있다면 박멸하고 싶을 것이다.
#2
내 글을 읽는 사람 중 일부는 나를 극단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으로 오해한다. 우파가 있으면 좌파도 있어야 균형이 맞추어진다는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마치 영양과 사자가 총소리와 동시에 출발하여 결승선을 통과하는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 마냥 순진한 착각을 하고 있다.
좌파가 있는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렵다
내가 좌파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이 달리기 시합이 아니라 사냥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사냥하려는 상대와의 대화는 있을 수 없다. 생존을 건 싸움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진정한 민주주의는 좌파가 사라져야 가능하다.
좌파의 이념적 기반이 되는 마르크스의 이론은 다양한 주장들이 상호 연계되어 하나의 거대 담론을 이루고 있다. 그가 다룬 주제는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회과학 분야에서 마르크스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마르크스의 이론 중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일부분만을 인용하다 보니 개별 주장들이 연계되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마르크스의 결론은 간단히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러운 세상, 때려 부숴라.”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자들과 민주주의를 한다고?
좌파는 발톱을 감추고 숨어있다가 급습하는 사자나 표범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마르크스 이론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내가 그들을 경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설마 그들이 대한 민국의 체제 전환까지 시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5년간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가 취임식에서 한 낯 간지러울 정도로 입에 발린 정치적 수사는 발톱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내막을 잘 아는 어르신 중 위기를 직감하여 나를 설득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나라의 시스템을 신뢰하였다.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법률이 작동하는 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들 역시 양심을 가진 자들이어서 법률과 민주주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3
사실 문재인 정권의 대담함에도 놀랐지만,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일이 일어나는 데도 나라가 잠잠하다는 사실이 나를 더 놀라게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들이 지난 수십 년간 물 밑에서 매복하여 기초 작업을 이미 끝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들이 매복한 첫 번째 장소는 공교육기관이었다. 우리의 목을 겨누고 있는 좌파의 칼날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22년 10월 청주의 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공청회였다. 대학에서 5년간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생각이 급격하게 좌경화됨을 느꼈었는데 그 이유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을 특정 정치 이념의 전파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를 ‘더러운 세상’으로 간주하는 자들이 법을 존중할 리 없었다.
좌파가 매복한 공교육기관과 민간위원회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공교육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편향된 정치 이념을 전파하고 있었다. 특히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후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동성애 홍보 프로그램에 대하여 항의하니 담당자는 “지금은 당신들이 시끄럽게 해서 몇 개 프로그램을 취소시킬 수 있겠지만, 십 년만 지나면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안 될걸?”이라고 했다. 이들의 사악한 계획에 몸서리쳐졌다. 이미 공교육을 장악하여 아이들에게 불온사상을 주입해 놓았으니, 이 아이들이 하나 둘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서 점차 ‘자신들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두 번째 매복 장소는 행정기관 곳곳에 설치한 민간위원회였다. 직접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을 의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위원회 정치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힌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Erik Olin Wright)는 자신의 책 <리얼 유토피아>에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먹고 사는 것에 바쁜 일반 시민이 정치위원회 활동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몇몇 좌파들만 신난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경우 위원의 상당수가 맘카페 소속의 좌파들이며, 이들이 학교별로 실시하는 교육 내용 등을 심의하고 있다. 서울시 성평등지원센터장이 장악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경우 문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출판법 제18조에 명시된 “~과 그밖에”를 “~중에서”로 해석해야 한다고 우기며 심의를 거부하였다. 법제처를 거친 후에야 마지못해 심의하였지만, ‘항문성교를 하면 전립선과 요도 측선, 그리고 음핵을 자극하기 때문에 큰 쾌감이 느껴진다’는 내용을 담은 도서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위원장과 직원을 직무 유기로 형사 고발하였으나 공무원이 아니라는 사유로 각하되었을 때 좌파의 계획이 얼마나 주도면밀한지 다시 한번 몸서리치게 됐다.
#4
사자와 표범이 노리는 것은 거의 항상 어린개체이다. 더 느리고 약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사냥감도 없다. 좌파도 마찬가지이다. 어릴수록 선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청년과 학생을 노린다. “젊어서 공산주의자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슴이 없는 것이고, 늙어서까지 공산주의자인 사람은 뇌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다. 윈스턴 처칠 등 좌파와 싸운 유명한 정치가들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의 어린 학생들은 좌경화된 학교에서 좌파의 전사로 길러진다.
내가 처음 접한 좌파는 같은 독서실(지금의 스터디 카페)에 다니던 고등학교 선배였다. 당시 학생 운동을 하고 있었던 그는 우리나라의 암울한 정치 현실을 내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설명한 것은 아니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이미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인 1992년이었으니 별로 할 말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선배에게 잠깐 몇 마디 들은 것만으로도 당시 내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 현실을 벗어나 매트릭스라는 공간을 발견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선배가 나와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당시 이미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으니 5·18과 관련한 몇 가지 사진만 보여주었다면, 나도 이 나라는 ‘더러운 세상’이니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은 세상이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학생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선동에 취약하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세상이 아름답지 않음을 알게 되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님도 알게 된다. 정치적 선동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것은 이때부터이다. 현실과 당위의 괴리가 불가피함을 체득하게 된 후 말이다.
순진한 학생을 선동하는 교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세상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성숙함을 배우고,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에 대하여 느끼는 불편함 자체가 도덕성임을 배울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를 모르는 교사가 있다면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인생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배워야 하고, 이를 알면서도 순진한 학생들을 선동하여 촛불집회에 동원하는 교사가 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잠시 실각했던 모택동 역시 자신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어린 학생을 홍위병으로 내세워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무엇이 다른가?
#5
마르크스주의자가 이 땅에서 사라지면 견제와 균형이 없는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 오해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우리 시민단체 회의에 한번 와보기를 권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들은 작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충돌한다. 좌파는 저렇게 단합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분열되는가를 염려하기도 한다.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정계에서 몰아내더라도 자연스럽게 다수의 우파 정당이 만들어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합리적 대화를 통해 균형을 이루는 것은 서로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신뢰할 때에나 가능하다. 나는 문재인 정권 5년간 같은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배에 구멍을 뚫는 것 같은 불안함과 공포를 느꼈다. 내가 탄 배가 더러우니 뒤집어 엎어야 한다는 사람들과는 긴 시간을 항해하기 어렵다. 일단 이들을 몰아내고 나서야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사실 나는 이미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좌파의 황당할 정도로 비도덕적인 주장을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야 하는 나라, 도덕적이고 합리적이어도 그들의 주장과 다르면 혐오와 차별이라고 지탄받는 나라, 좌파는 무죄이고 우파는 유죄인 나라, 이런 나라가 어찌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좌파 이념의 실체를 드러내고 그들을 정계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극우 파시스트여서가 아니다. 단지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세계관 전문지 월드뷰 제공 >
[복음기도신문]
이형우 교수(한남대)
한양대학교 행정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1년 이후 한남대학교 행정학과서 행정철학과 윤리, 공무원의 동기부여와 인사관리를 위한 심리학을 교육·연구하였다. 2019년 한남대학교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교정넷(교육정상화를바라는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FIRSTKorea 시민연대 부대표 등을 맡아 교육 정상화와 악법개정 등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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