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 | 음악이 있는 삶
2007년, 피겨라는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있다는 것도 생소한 때에 앳된 소녀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국제 피겨 대회에 출전한 장면을 TV 중계로 보게 되었다. 얼음판 위에서 아름다운 선을 그려가며 음악과 하나가 된 선수의 연기를 넋을 놓고 보았다. 해설자가 알려준 곡의 제목은 ‘종달새의 비상(The Lark Ascending)’.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수의 연기는 그 음악을 잘 돋보이게 했다.
처음 듣는 5음계의 아름다운 선율에 우리나라 작곡가가 만들었나 싶은 궁금증이 일어났다. 찾아보니 작곡가는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R. Vaughan Williams)였다. 5음계는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천부여 의지 없어서(Auld Lang Syne)’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찬송가의 선율이다.
협주곡 형식으로 솔로 바이올린과 곡 전반에 흐르는 잔잔하고 자연스러운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그냥 눈을 감고 있으면 제목 그대로 종달새가 광활한 하늘을 오르내리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일반적인 협주곡은 빠름-느림-빠름의 3개 악장으로, 첫 번째 악장은 소나타 형식(sonata form)으로 이루어지고,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경쟁, 대비, 조화’를 이루어가지만, 이 곡은 독특한 양식의 협주곡이다. 단악장 형식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솔로 바이올린이 자유로운 연주가 곡을 이끌어 간다.
제목처럼 한 종달새가 하늘을 나는 듯, 솔로 바이올린이 5음계로 저음에서 고음까지, 또 고음에서 저음으로, 빠르게 오르내린다. 곡의 초반에는 규칙적인 박자(beat)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새의 비상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협주곡에서 솔로 악기가 자유롭게 혼자, 오케스트라의 무반주로 기교를 발휘하는 것을 ‘카덴차(cadenza)’라고 한다. 곡 초반부의 카덴차에서 마치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난 종달새의 기지개 같은 짧은 날갯짓으로 시작하여 좀 더 높이, 좀 더 높이 올라가다가, 아주 여린 소리(피아니시모)로 고음을 길게, 길게 내며 바람을 타고 저 하늘 멀리서 종달새는 활공을 한다. 조용한 날갯짓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종달새는 곡의 중반부에 오케스트라의 생기 있는 반주와 함께 새로운 지점을 맞이한다. 주변의 다른 새들과 자연 만물 속에 종달새가 함께 어울려지는 모습이다. 모두가 춤추며 노래하는 생생한 생명력 속에 함께 하는 기쁨이 충만하게 전달이 된다.
그렇지만 수많은 새들이 아니라 ‘한 종달새’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곡의 흐름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나 한 사람이 전부인 듯 바라보고 계시는 하늘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경험하고 있는가? 내 모든 삶의 필요를 아시는 하늘 아버지. 내 기도의 간구에 귀를 기울이고 계시는 주님. 나보다 더 앞서 준비하고 계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죄와 세상, 그리고 자아에 매여있지 않고 진리 안에서 나의 영혼이 마음껏 믿음으로 날아올라 달려가길 기다리고 계신다. 믿음의 삶에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반드시 그리스도를 경험하고, 그리스도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안전한가!
곡의 마지막에서는 마치 카메라가 하늘 높이 날며 홀로 비상하는 종달새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믿음의 걸음, 그 종착지, 하늘 본향으로 시선을 떼지 않고, 우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루어가심을 끝까지 신뢰한다! [복음기도신문]
노현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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