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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사모하는 마음으로 듣는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2악장

▲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하는 교향악단. 출처: 유튜브 채널 Concertgebouworkest 캡처

287호 / 음악이 있는 삶

모든 그리움과 공허는 소망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10대 청소년이 재학중인 기독학교 주방을 섬기며 잠시 앉아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엄마를 따라 온 작은 아이, 샛별이에게 주방을 섬기시는 권사님이 요구르트 하나를 건내시며 질문을 던지셨다. “샛별아, 이안이 어디 갔니? 이안이 어디 간 거야?”

이름처럼 반짝이는 두 눈을 깜박거리며 미소만 짓고 있던 샛별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샛별이를 대신해 권사님께 대답을 드렸다.

“이안이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어요. 예수님과 함께 있어요.”

권사님은 얼마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작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손녀딸을 생각하셨을 게 분명하다.

그리움과 아픔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식사 시간에 맞춰 밀려오는 학생들에게 배식을 해 주었다. 주방 섬김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이 일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아이들이 깊이 잠든 시간에 나는 홀로 주님 앞에 앉았다. 그리움이란 주제가 나를 주님께로 더욱 가까이 나아가게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많은 종류의 그리움들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궁극의 그리움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성경에서는 이를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전 3:11)이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에게서 끊어지고 낙원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남은 존재적 목마름과 그리움이 시가 되기도 하고 극이나 음악이 되기도 한다. 흘러가 버린 유년이나 청춘을 향한 그리움, 헤어지거나 잃어버린 사람을 향한 그리움, 고향과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향수, 자유를 잃고 억압 속에서 고통하며 부르는 한 맺힌 이들의 노래가 그러하다. 이뿐이랴마는….

열방의 가슴 아픈 기도 제목들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님께 올려 드리고 기도를 마칠 때쯤 아주 오랜만에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의 교향곡 제9번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2악장의 아름다운 주제 선율이 떠올랐다. 잉글리시호른의 멜로디가 내 마음과 영혼을 조용히 감싸주는 듯했다. 민족주의 작곡가인 드보르작은 고향인 체코를 떠나 미국의 한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때에 9번 교향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한 체코 음악가의 눈에 비친 미국의 인상과 더불어 이방인으로 살며 느꼈을 모국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향수가 잘 어우러진 드보르작의 이 음악은 자기 고향에만 연연하는 편협한 국수주의적인 향수가 아니라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향수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 밤에 나는 가난하고 애통하는 모든 사람들의 아픔과 그리움이 결국 사람을 지으시고 궁극의 대상이 되시는 하나님께로 향하게 되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이 땅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통과 아픔들을 통해 존재의 목마름을 깨닫고 모든 인생들의 길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게 되기를 다시 한번 기도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로 인해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향한 그리움과 공허는 비로소 확실한 소망과 만족이 됨을 알기에 오늘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복음, 예수 그리스도를 기뻐하며 노래한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찾아서 들어보아야겠다. [복음기도신문]

이혜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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