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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위해 희생당한 전쟁고아들의 이야기 ‘감독판 김일성의 아이들’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남겼을까?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이 오랜 세월을 바쳐 ‘70년전 북한 전쟁 고아의 삶’을 담은 영화 ‘감독판 김일성의 아이들’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목소리로 ‘고통과 비극’이라고 외치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1950년대초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북한 어린이 5000여명이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 ‘위탁교육’이란 이름으로 보내지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실린 이들은 며칠 동안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끝에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시레트에 도착했다. 아직 앳띈 아이들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웃으며 자신들을 환영하는 주민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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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감독이 동유럽에서 북한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고하는 생존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덕영 감독 제공.

이 영화는 동료 영화감독 박찬욱을 통해 들은 북한인과 결혼하자 곧 헤어진 루마니아 여성의 기막힌 러브스토리와 함께 김일성 어린이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일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덕분에 언론인 조갑제 기자는 이 영화를 본 뒤, 북한판 ‘닥터 지바고’라고 명명했지만, 영화의 상당 시간은 이들 북한 전쟁 고아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할애됐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무려 16년간 당시 북한의 공산권 동맹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5개국을 뒤졌다. 한 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아내의 동의 아래 집 팔고 자동차 판 돈으로 이 기간 동안 ‘체제에 희생된 북녘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전쟁 직후 남한은 개인과 관련기관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미국 등 선진국 가정의 ‘입양’을 통해 전쟁 고아 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위탁교육’이란 이름으로 동맹 공산권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산주의 체제의 우위를 홍보하고 ‘6.25전쟁에 대한 미국 개입의 결과’를 비판하려는 북한과 소련의 고도로 계산된 고아처리를 위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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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사진: 김덕영 감독 제공.

하지만 그 대상이었던 전쟁 고아들은 불과 10년 채 안되는 시간을 동유럽에서 보내며 잠깐 자유로운 일상과 삶을 통해 꿈을 키웠을 뿐이었다. 1950년대 후반이 되면서 동유럽 국가에서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헝가리 자유혁명 당시 어린 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북한 유학생들이 기관총 작동법을 알려주고, 실제 시위대에 참여한 북한 학생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정권은 움찔했다. 또 김일성이 불가리아 방문중 3파전의 종파투쟁으로 그를 권좌에서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북한 정권은 자유로운 세계를 경험한 아이들이 훗날 체제 유지에 부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여겨, 이들에 대해 갑자기 소환령을 통보했다. 유럽에서 새로운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 잠시나마 애틋한 사랑을 경험한 북한 어린이들 중 일부는 떠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기도하고 자신들이 있었다는 흔적을 남겼다.

폴란드에서 오스트리아로 탈출하려던 북한 고아 두 명이 붙잡히기도 하고, 어떤 어린이들은 ‘림기종’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그들이 머물던 학교 근처 숲에 비석이나 오벨리스크에 새겨놓은 흔적을 영화는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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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사진: 김덕영 감독 제공.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인 러브스토리는 이들 북한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기 위해 갓 교대를 졸업한 당시 18살의 미르초유라는 루마니아 여성이 수도 부쿠레시티에서 약 100km 떨어진 시레트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북한 어린이들의 학교 교장으로 이곳에 와 있던 조정호(당시 26세)의 책임감과 그의 자상함에 이끌려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렵게 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마침내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은 루마니아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북한 정권의 소환령에 따라 멀고먼 북한 평양에 가야 했다. 조정호는 당시 두 살배기 딸과 아내 미르초유와 함께 평양으로 돌아갔지만, 갑작스럽게 숙청되어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북한은 당시 주체사상을 내세우며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동시에 외국인과 심지어 북한 주민의 배우자까지 추방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미르초유와 그녀의 딸은 1962년 루마니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며, 디사는 북한에 재입국할 수 없게 됐다. 그녀는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남편과 연락할 수 없었으며, 북한 정부에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이후 유엔을 비롯 숱한 방법을 동원해도 북한 정권은 묵묵부담이었다.

그녀는 결혼 생활의 추억과 사랑을 간직하기 위해, 또 나중에 남편 조정호를 만나면 대화를 할 수 없을까봐 루-한(루마니아어-한국어) 사전을 출간했다. 그리고 미르초유는 이렇게 말했다. “한번도 남편 조정호가 죽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정말 보고 싶어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설원(雪原) 풍경은 마치 닥터 지바고의 배경 러시아의 설국을 떠올리게 한다. 또 패티김의 노래 ‘이별’의 연주곡을 배경으로 미르초유와 조정호의 애틋한 사연이 펼쳐질 땐, 애틋함과 애잔함이 관람객의 가슴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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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사진: 김덕영 감독 제공.

이와 함께 80년대 학생운동권 주사파의 정신의 뿌리였던 주체사상이 만들어낸 수천명의 비극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영상에 담겼다. 이 길고 긴 스토리를 영상에 담은 첫 열매는 지난 2020년 6월 25일 ‘김일성의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개봉했다.

그러나 당시 남북 대화를 통해 평화무드를 조성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북한의 뼈아픈 역사를 다룬 이 영화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16년간의 피와 땀의 결실인 영화의 관람객은 고작 ‘1780명’에 그쳤다. 주체사상에 사로잡힌 북한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영화가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기에, 당시 관계자들은 이 영화의 흥행성공을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진실의 힘은 강했다. 김 감독의 후속작 건국전쟁이 다큐영화로는 드물게 117만 관객몰이라는 흥행성공을 거두며 영화계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그의 이전 작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이 ‘감독판 김일성의 아이들’을 스크린으로 소환했다.

18일 서울에 이어 23일 충남 공주 메가박스에 진행된 시사회를 마치고 관객과 대화시간을 통해 김 감독은 먼저 첫 개봉일을 2020년 6월 25일로 잡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해는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였습니다. 우리의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그 역사적인 사건을 당시 정부는 그 어떤 기념행사를 준비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영화개봉이라는 행사를 통해서라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 한 관람객이 이렇게 소중한 역사를 알려줘서 감사하다며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립’을 중요하게 여기고 기렸습니다. 그런데 독립과 함께 우리나라가 어떻게 건국됐는지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독립’과 ‘건국’의 역사를 다음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날 주일예배를 마치고 시사회에 참여했다는 한 관람객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허락된 신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게 됐다.”며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함께 단체관람하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영화 ‘감독판 김일성의 아이들’은 전쟁발발일인 6월 25일 전국 97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시네큐 등의 개봉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김 감독은 자유와 인권을 소재로한 영화를 대상으로 지난 2021년 리버티 영화제를 시작한데 이어 영화학교를 만들어 우리의 소중의 역사를 기억하며, 다음세대를 양성할 꿈을 꾸고 있다. 또 그의 마음에 동조하는 시민들은 ‘건국전쟁동지회’를 결성, 마음을 모으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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