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인도 ‘방갈로르’ 시의 한 교민 분이 긴급한 연락을 주셨습니다. 갑자기 인도를 떠나게 되셨다고, 그러니 만화 전도책자를 긴급히 보내 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땅에 쓰신 글씨’ 팀의 본진인 인도에서는 한번 프로젝트 때 5만 권에서 10만 권을 배포합니다. 그것도 각기 다른 여러 언어 버전들을 동시에, 여러 지역으로 보내지요. 그러다 보니 각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고, 각 파일을 최신화하고, 필요한 금액을 마련하는 등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턱없이 늦어지곤 합니다. 빠르면 한두 달, 늦으면 반년도 더 기다려야 각 선교사와 사역자들이 만화 전도책자 박스를 받는 게 인도 내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이 교민은 사실 하나님의 비밀 병기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혈통은 한국인이지만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갖고 계시고, 그 나라에서 인도로 파견된 외교관이셨거든요. 그러니 면책 특권도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박해의 중심지 방갈로르 한복판에서도 열정적으로 “예수 님만노 쁘리티 수타네(카르나타카 어로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를 외치시며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어도, 출국 전에 원하시는 만큼의 만화 전도 책자를 받으시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저희 땅글 팀에서는 긴급 공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방갈로르에 계신 다른 선교사님들께 요청해서 이미 갖고 계신 만화 전도책자를 교민분께 양보해 주실 수 있는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인도 기독 출판사 측에도 연락해서, 구형 만화 전도책자(LIfe of Jesus)라도 좋으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빨리 해당 주소로 보내 주실 수 있는지를 타진했습니다. 출판사 측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를 취해 주어, 교민 분께서는 인도 출국 전 한 달간 열심히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뭄바이 – 한국 – 하이드라바드(출판사 소재지) – 방갈로르가 기민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소통하는 가운데, 다행히 만화 전도책자는 방갈로르에 잘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비밀 병기 되신 그분은, 언제 다시 밟으실지 모르는 땅에서, 아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열정적으로 나누셨습니다.
우리 선교사들은 하나님 나라의 외교관들인데, 왜 면책 특권이 없을까요? 이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하다못해 미국 같은 강대국의 시민권이라도 있으면, 비자 발급이나 전도 적발 시의 불이익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제 아내는 이러한 선교를 하고 싶어서, 외교관이 되고자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희는 다만 한국인 선교사입니다. 미국의 경우, 외국에서 옥에 갇혔던 선교사가 온갖 외교 채널을 통해 풀려나고, 그 선교사를 맞이하러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교사가 선교하다 불이익을 당하면 국민에게 욕을 먹고, 같은 크리스천에게도, 심지어 동료 선교사들에게까지 비판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왜 더 지혜롭게 하지 않았냐고, 왜 다른 선교사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냐고…
그러나 이번 방갈로르에서 마지막으로 보내진 사진과 소식들, 짧은 기적의 장면들은, 망설임 없이, 두려움 없이 나누어질 복음의 소망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땅글 선교사들과 동역자들에게 미래의 소망으로 소중하게 간직되었습니다. 이렇게 전해질 날이 올 것입니다. 현지인들의 손을 통해, 선교사들의 손을 통해, 복음이 끊임없이 증거될 날이 올 것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지요. 믿음으로 우리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받기도 합니다. 현실이 어떠하든, 저희는 마치 돈이 많은 것처럼, 법적으로 완전히 안전한 것처럼, 조국과 동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복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방갈로르의 기적을 저희 삶에서 누리고 싶습니다. 더 오랜 시간 몰래 동역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분들이 안타깝게 떠나시지만, 저희는 더욱 힘을 내어 인도 땅을 지키겠습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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