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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사랑은 실패하지 않는다

▲ 사진 : Markus-Schumacher on Unsplash

시에라리온에 오기 전 ‘시에라리온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라는 질문만큼이나 많이 받았던 질문이 ‘가서 뭐 할 거냐?’였다.

‘그냥 그들과 함께 살 거다.’라는 나의 대답에 그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그런 당연한 거 말고 무슨 사역을 할 거냐?’라고 물었다. ‘예배를 드릴 것이다.’라는 대답 역시 질문한 이들에게 당연한 대답이었다.

‘복음을 전하겠다.’라는 대답에 ‘어떻게?’라는 질문이 더해졌다. ‘삶과 예배와 전도’만으로 충분하다는 내 생각이 짧고, 얕고, 태만해 보였다. ‘어떻게?’라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고민하면서 ‘어떻게?’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살고, 예배드리고, 전도하는 것 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겨우 찾은 답이 영상과 기타였다.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어떤 것이었다. 문제는 영상을 찍어 ‘나 여기서 영상 찍고 있어요’라고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기타 수강생들은 학업과 노동을 겸하느라 기타를 배울 시간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뭐 하고 있느냐?’라고 묻는 이들에게 대답해야 할 무엇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었다.

어느새 나는 한글 교실 사역, 음악 교실 사역, 인형극 사역, 마을 전도사역, 심방 사역, 유치원 사역, 주일학교 사역, 방문 의료사역 등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을 하면서 선교보고서를 채워나갔다.

선교지에서 꼭 필요한 일들이었다.

복음을 전하고 구원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확신이 들자 살고, 예배드리고, 전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았던, 나는 어느새 사역 중독자처럼 열심을 내기 시작했다.

사역을 통해서 소망이 심어지기를 원했다.

사역을 통해서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고, 예수 믿는 이들이 가난과 병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분명 열매는 있었다.

사역을 통해 말씀은 선포되었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많은 이들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외에는 예배에 빠졌고,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서 예수를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고, 예수님 알기를 소망하지 않았다.

체육대회를 하고, 수련회를 하고, 성경학교를 한다고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이 당연한 진리가 시행착오를 통해 몸과 마음에 아프게 각인되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가난했고, 거짓말을 밥 먹듯 했으며, 도둑질하고, 무슬림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수님 사랑해요’를 고백하던 이들이 여전히 알라를 찾는다.

높고 두꺼운 벽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사역을 해나가야 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획기적이고 특별한 무엇이 필요했다.

더 많은 이들을 교회로 오게 하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어떤 사역을 펼쳐야 하는지 지혜가 필요했다. 한국이라면 참고자료들이 수두룩 했겠지만, 인터넷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이곳에서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어떤 사역이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되던 어느 날, ‘멈춰라’라는 마음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엇을요?” 묻는 나에게 하나님은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듯이 말씀하셨다.

“너의 생각을!! 너의 사역을!!”

언제부터인가 내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내 생각은 나의 사역. 나의 일들로 이어졌다.

그제야 예수님을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사역의 목적, 주최, 주인이 예수님인데. 배울 곳은 말씀, 예수님뿐인데.

예수님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동원하려고 했었다.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말씀 앞에 앉았다. 인류 최고의 선교사였던 예수님의 전략은 사랑밖에 없었다.

예수님에게는 빛나는 커리어도 없었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만한 배경도 없었다. 천지를 창조한 전능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나 목수의 인생을 사시다가 단 3년의 공생애 중 12명의 제자만 키우셨다.

예수님 평생에 12명이었다. 그것도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배신하고, 벌거벗고 도망간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선교사역이 일어났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양육한 전략은 예수님의 성품을 닮는 것이었다. 대단한 프로그램과 기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론, 병을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고, 귀신을 내쫓은 사역을 하셨지만, 결국은 예수님이 하신 것은 사랑이었고, 수많은 전도자의 전략은 예수님을 닮는 것이었다. 내가 예수님의 성품을 닮고 사랑을 담아내지 않는 이상, 나의 모든 사역은 실패이다.

결국은 사랑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의 본질이신 예수님을 바라봐야 했고, 예수님 자체이신 말씀을 읽어야 했고, 그 사랑이 실체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도해야 했다. 사랑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닌, 기도를 통해 사랑을 배워야 했다.

사역을 사랑으로 착각했던 나는 사역으로 사랑의 인내와 노고와 헌신을 대신하려고 했었다.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인데 사역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본질을 놓쳐버린 것이다.

나의 모든 사역은 일방적이었다. 당연하다. 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사역을 통해 사람을 키우려 했다고 하지만, 내가 키우고 싶었던 사람은 쓸만한 사람이었으니, 결국 사랑이 아닌 투자였고 나의 욕구 충족이었다. 사랑만이 예수님 선교의 전략이었다. 하나님 나라의 소망은 사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사랑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실패하지 않을 유일한 것은 사랑뿐인 것을.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 13:1~3)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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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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