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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No problem

사진 : Gerd Altmann on Pixabay

교회에 사다 놓은 빗자루가 또! 부러졌다. 쓰레받이도 또! 반 토막이 났다. 대걸레의 솔이 다 빠져버렸다. 삽의 자루는 어디에 갔는지 머리만 남았고, 망치는 자루만 남았다.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이들의 손만 거쳐 가면 다들 이렇게 되는가? 손에 독이라도 묻은 거야? 왜 물건이 남아 나는 게 없을까?’

처음에는 공동 물건을 아끼지 않아서 속상했다. 마치 나의 마음이 버림받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빗자루가 없어서 청소를 어떻게 하나?’라는 나의 근심과는 달리 그들은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다. 나뭇가지 엮은 것으로 청소하고, 손으로 먼지를 쓱쓱 훔친다. 그러고는 솔이 거의 빠진 대걸레로, 부지런히 닦는다.

좀 불편할 뿐이지,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의 마음만 불편할 뿐이었다. 나는 공동의 물건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의 청소용품은 나의 것과 달랐다. 나뭇가지 엮은 것으로 충분했다. 물 귀한 나라의 흙바닥 집에서 사는 그들에게 대걸레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특별히 귀한 줄도, 필요도 없는 물건을 뭘 그렇게 애지중지 사용할까 싶었다.

손에 익지 않은 낯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서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가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험하게 사용한 모양이 되었을 것이다.

불편하다고 느낀 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들에게는 ‘No problem’이다.

어느 날은 마을 학교에 갔는데, 교사는 어디 가고 아이들끼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린 동생을 업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2단 구구단을 가르치고 있는데, 2 곱하기 4는 9요 2 곱하기 8은 20이다. 완전 엉망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바로 잡아 주기로 했다.

“You need to know it well. Don’t get me wrong.” 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하나 같이 ‘No problem’이란다. “아냐! 문제 있어. 심각한 문제야. 손으로 쓰레기를 쓸어 모으는 거랑은 다른 거야. 물걸레질하지 않아도 문제없지만, 이건 문제가 있어!”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나의 미천한 부족어 실력은 안타까운 진심을 담기에 어림도 없었다. 대신 아이들에게 구구단을 정확하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런데, 잠에서 깬 어린 동생이 나를 보고 자지러지게 울었다. 어떡하지? 싶었는데, 아이를 업은 꼬마 선생은 ‘No problem’이라고 하더니, 우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가버렸다. 수업 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아이가 바지에 오줌을 쌌다. 큰일이다. 어떡해!! 했더니, ‘No problem’ 하더니 집으로 가버렸다. 수업 중에.

몇 분이 지나자, 아이들은 슬슬 몸을 비틀면서 집중력의 한계를 보였다. 구구단을 모르면 안 된다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No problem.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을 수 있고,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집이 있고, 마실 수 있는 물이 있고, 죽지 않을 만큼 아프지만 않다면, 모든 것이 문제없다.

No problem.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될까? 설마 나만의 고민거리는 아니겠지? 대책 없는 이들의 낙관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물어보고 싶었다.

“진짜 아무 문제 없어? 괜찮아?” 왜 이들은 Problem이 없는지. 제발 Problem 의식을 갖고, 무엇인가를 개선해야 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그런다. 당사자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네가 문제를 만드냐고.

내전을 겪은 나라다. 하루하루가 목숨을 걸고 있는 삶들이다. 언제 또다시 내전이 터지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잠식당할지, 언제 말라리아에 걸리고, 맹장이 터질지. 그들에게는 바로 죽음과 연결이 되어있다.

하루하루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한 이들에게 무슨 문제 될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나의 눈에는 이 문제 없음이 문제로 보였다.

그들이 No problem 할 때마다, 아파요. 도와주세요. 어떻게 할까요? 라고 들린다. No problem으로 숨기고 있는 불안. 두려움. 회복되지 않은 아픔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보인다. 어떻게 No problem일 수 있겠는가?

예수가 없는 모든 인생이 ‘Problem’이다. 예수가 없는데 ‘No problem’은 절망이자 체념이며 재앙이다. 그래서 분명하게 전하고 싶다.

예수님 안에 있을 때만 ‘No problem’ 인생이라는 것을.

예수가 없는 우리 인생은 Full of problem이라는 것을.

There’s no problem when you’re in Jesus.(예수 안에 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어)

Without Jesus, it’s full of problems.(예수 없으면 모든게 문제야)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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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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