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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부질없는 일들

사진: 지소영 제공

“중동의 겨울은 빨리 찾아옵니다. 그리고 정말 춥습니다. 한국에선 입지도 않던 내복을 10월 말부터 입었습니다.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방안이 13도, 냉장고 안에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잘 때는 내복 위에 얇은 잠바를 입고 그 위에 침낭을 덮고, 다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잡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찌뿌둥한 상태로 떨며 깹니다. 연료비, 전기료가 비싸서 어떻게 난방을 해결할지 고민이 큽니다.”

중동에 계신 J선교사님의 편지를 읽으며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리 상황을 먼저 조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집안 온도를 18도로 맞추었다. 각 방의 불을 끄고 주방으로 모였다. 한곳에 모이니 전기료 절약은 물론 공간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J선교사님은 비자문제로 나왔다가 지난 주말 다시 들어가셨는데 살림살이를 정리하며 전화를 주셨다.

“급히 출국하면서 살림을 정리 중인데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실까 해서 연락드렸어요.”
“아주 들어가시게요?”
“네, 아주 들어가요”

선교사님 가족은 비자가 나온 지 사흘 만에 한국을 떠나셨다. 그분께 받은 살림살이를 정리한 후 나는 며칠간 잠을 설쳤다. 새벽이면 비행기 소리에 잠을 깼다. 집이 공항과 가까운 이유도 있지만 웬일인지 평소보다 비행기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폐허와 방치, 무질서의 나라, 하루에 12시간은 전기가 끊기고, 폭동과 종교전쟁도 빈번하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복음에 무관심하던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돌아오고 있다고… 그것이 그 땅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유라고 했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어 보였다. 속전속결, 그분의 걸음이 너무나 신속해 보였다. 내가 잠을 못 잔 이유다.

“난민 사역을 하며 제가 부질없는 일들을 손에 쥐고 산다는 걸 깨달았어요. 부질없는 일을 내려놓자 평안이 찾아오더군요. 제 삶의 문제는 여전한데 이제는 산처럼 보이던 문제가 정말 작게 보여요. 난민들을 도우며 이 땅에서 나그네로 하루하루 순종하는 삶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선교사님의 편지는 두 번씩 읽게 되는데 그분의 첫 인사가 늘 내 마음을 흔든다.

“오늘도 본향을 향한 순례의 길을 믿음으로 걷고 계신지요? 날마다 주님을 더욱 닮아가고 계신지요?”

주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질문처럼 들린다. 해결 능력도 없으면서 부질없이 붙잡고 씨름하던 문제들, 부질없이 허비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남편이 곁에 와서 질문한다.

“여보, 복음이면 충분하다고 적힌 옷을 즐겨 입는데… 당신 정말 복음이면 충분한 삶을 살고 있소? 혹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간은 없는지 한번 돌아보면 좋겠소.”

부질없는 일들을 이제는 그만 떨쳐내야겠다. 요 며칠 날씨가 정말 춥다.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복음기도신문]

jisy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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