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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고인은 국립묘지로 갈 수 있습니다”

사진: Rhodi Lopez on Unsplash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가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모님 두 분을 떠나보내는 과정의 이야기였다.

먼저 코로나 시기에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는 1년여를 보지못하다가 화장터에서 유골로 대면했다. 그리고 그 가족은 납골당이나 수목장 등을 생략하고 화장터가 마련한 유골함에 부어버리는 것으로 장례일정을 끝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마저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화장터 관계자는 공동유골함에 유골을 붓기 전에 마지막 확인 절차까지 거쳤다고 했다.

“고인은 국가 유공자로 국립공원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말씀하시면 중단하고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시겠습니까?”

고인이 국가 유공자인 것을 확인한 화장터 관계자가 유골을 그저 공동 유골함에 부어버리는 일이 못내 아쉬웠는지 재차 유족에게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쳤다. 그러나 유족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골 인수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정한 유족 대표는 크리스천이라고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주님 다시 오실 그 날을 소망하며, 우리 육신이 다시 부활할 그 날을 기다릴텐데… 그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터인데.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유족이 경제적으로 가난해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도대체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의 유골을 그처럼 폐기물 처리하듯 버리는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된 것일까?

고인이 무연고자라면, 아무도 돌아볼 수 없으니 충분히 이해되고 납득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 고인의 유족은 대학을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적어도 중산층 이상이라고 한다. 더욱이 고인이 남긴 유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유족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정이 그 가족의 다른 형제와 그 다음세대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해봤을까?

유목민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장례할 때, 막대한 거금을 들여 막벨라굴을 구입해 그곳에 안치했다. 그만큼 한 인생의 삶은 존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부모님의 유골을 그렇게 공동 유골함에 부어버리고 끝낼 수 있는 우리의 굳은 심정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우리 부모 세대, 우리 조상들의 수고와 노력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으로 묵직한 심정이 달래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선배들이 남긴 수많은 유산과 흔적들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전 세대의 수많은 사건과 상황들이 오늘 우리의 관점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러나 그 시대 그 선택은 불가피했으며 최선이었을 수가 있다. 우리 모두가 시대의 아들, 딸일 뿐이다.

꿀꿀이죽 같은 거친 식사마저 기다려야 했던 고단한 삶, 머리카락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야 했던 선택,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했던 고단함, 어음 부도 등 수많은 이유로 몰락한 가장의 실패로 온 가족이 겪은 수많은 고난의 시간들.

어떤 선택은 부끄럽고, 어떤 과정은 안타깝고, 어떤 결정은 분노마저 일게 하는 지난 날들이 우리의 기억을 감싸고 있다. 6.25 무렵 춥고 배고픈 시절 무료보급소 같은 곳에서 “개(開)판 오분 전이요~”라던 통보를 오늘 많은 사람들이 개(犬)판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을까?

개(開)판을 개(犬)판으로 알고 있는 후손들의 착각

오늘은 그 어제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선물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서 온 것이 아니다. 그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이른 날이 오늘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 과거의 시간을 대해야할까? 그렇다.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며 뼈저린 교훈과 감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태도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분열과 대립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갈등이 있는 가족은 한때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든 방송국에서 제작한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한번 죽은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히 9:27)이라고 성경은 밝히 말씀하고 있다. 모두가 맞게 되는 그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존중받고 싶어한다. 또 에베소서 1장 4절에서 모든 인생은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택함받은 생명이다.

나의 삶이, 나의 죽음이 그렇게 소홀히 여겨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면 오늘 우리의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 나와 다른 그 누구이든, 그를 용납하지 않으면 나 역시 동일하게 버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나온 시간이 후회스럽다고 그 시간을 함께 만든 누군가를 버린다면 우리 역시 그렇게 버림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용납하지 않았던 나의 옹졸함과 그로 인해 누군가는 아프고 힘들었을 그 시간들에 대해 회개하고 용서를 구한다.[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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