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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칼럼]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전도자 아버지

사진: Jeffrey Hamilton on Unsplash

딸 결혼식 때문에 두 달 간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선교지에 돌아와 여정을 푸니 ‘여기가 내 집이구나’라는 평안함이 든다.

한국에서 지내는 내내 내 뇌리에 가득했던 것은 평생을 전도자와 목사로 살아오신 아버지 생각이다.

아버지의 행보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 마음을 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날은 나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난 그 날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하나님이 평강의 평강으로 나를 이끄실까?

심장박동기를 다신지 이제 1년 6개월이 지났다. 아버님의 몸은 더욱 쇠약해 가셨다. 산책을 나가면 조금 걷다 벤치에 앉으셨다. 폐암선고를 받으셨고 방광암 선고도 받으셨다. 아버님은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계신다. 파킨슨 선고도 받고 약을 드시고 계신다. 그리고 아무 통증이나 불편함을 모른다고 하셨다.

한국에 있는 두 달 동안 아버님은 많은 일을 하셨다. 먼저 보건소에서 연명치료 거부 등록을 하셨다. 시골집도 내 명의로 변경해 놓으셨다. 어머님 몫으로 2천만원만 통장에 남겨 놓고 결혼 안한 손주들까지 조금씩 나누어 주셨다. 치매로 자식도 잘 못알아보시는 동갑인 어머니를 향한 지극정성도 귀감이 된다.

아버님과의 대화

주저하고 머뭇거리다가 아버님께 질문을 드렸다.

“아버진 목회하시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보셨잖아요. 이제 아버님이 당사자가 되신 그 마음은 어떠세요?”

“내가 알고 있는 내 친구들 다 죽었지….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인생을 보았지….”

“난 2년 전에 혈당이 700까지 올라가고 맥박이 33까지 내려가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에 꿈인지 환상인지 천국문을 보았고 하나님이 젊었을 때 주님 만난 기억을 상기시켜 주셨어”.

죽음에 대한 하나의 두려움도 없이 기쁨으로 충만했던 경험을 말씀해 주셨다.

“내 마음에 간직한 것은 주님의 보혈의 공로와 은총이야”

“영원하신 하나님 영원하신 예수님의 보혈의 은총이 믿는 자들에게 세대를 넘어 영원토록 흘러감을 나는 믿어”라고 말씀하셨다.

라오스 감옥에서의 체험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의 보혈의 은총이 정말 나를 감쌌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것은 폐쇄공포증이 있는 내가 라오스 감옥에 갇혔을 때이다.

모든 물건을 압수당하고 감옥 앞에 섰을 때 그 공포는 헤아릴 수 없었다. 심장은 크게 요동치고 숨이 막혀 올랐다.

쇠창살 문 안에 갇혀 있는 자들은 모두 머리카락을 민 상태였고 방안에 선풍기조차 없어 더워서인지 모두 팬티 하나만을 걸친 채 아우성거리며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감옥 안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팬티만 입고 있었고 칼자국과 문신 가득한 왕초가 지정해준 자리에 앉고 자고 해야 했다. 매일 샌드백처럼 얻어 맞는 사람도 있었고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구타를 당했다.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대화가 불가능한 가운데 하나님이 주신 마음은 “섬김”이었다. 이들이 무서워가가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지압과 안마를 해주었고 감방 내 청소도 했다.

거드름을 피는 왕초도 내가 지압해 줄 때는 아프다고 소리쳤다. 나는 그리스도인임을 알리기 위해 기도하고 찬송도 했다. 3박 4일의 짦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한 달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나를 존중해주었고 헤어질 때 뜨거운 아쉬움도 표했다. 감방 안에서 하나님의 평안을 맞보았고 출소 이후에 폐쇄공포증이 상당히 많이 해소되었다.

사망의 줄이 나를 두르고 스올의 고통이 내게 이름으로 내가 환난과 슬픔을 만났을 때에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시편 166: 3, 8)

환란날에 주님의 인도하심이 이런거구나 라는 것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의 인생의 마지막도 주님께서 이렇게 인도해 주시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경건한 자들의 죽음

그의 경건한 자들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한 것이로다(시편 116:15)

오늘이 토요일이라 형님네가 아버님댁에 오는 날이라 전화했다. 아버지는 그 연약한 몸을 이끌고 이십 년 가까이 이끌고 계신 “민들레 전도협회” 모임에 가셨다고 했다.

아버님은 지금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전도지를 들고 밖에 나가 전도하신다. 아버님과 함께 주일 오후예배를 가까운 교회에 갔는데 여집사 한 분이 아버님께 인사한다.

“저는 체육공원에서 목사님께 전도받아 소개해 주신 교회에 와서 신앙생활 잘하고 있어요.”

난 아버님이 분명 여호와 하나님 보시기에 귀중한 죽음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살아서 주님을 보고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경건한 자의 죽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정성국 | 캄보디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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