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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왕과 짐승: 다니엘 4장 이해하기

사진: Jan Huber on Unsplash

“다니엘서 4장은 동화나 정신병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교만한 사람에게 자신을 찬양하도록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신학적 설명이다”

다니엘서 4장은 구약성경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장인데, 인간이 동물로 변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들어있다. 따라서 고전적인 변신 비유, 소년들이 갑자기 돼지로 변하는 피노키오 속 이야기나 또는 신들이 인간을 치명적인 신의 결점을 나타내는 생물로 변형시키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여러 이야기가 생각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 본문은 느부갓네살의 운명을 이렇게 묘사한다.

바로 그 때에 이 일이 나 느부갓네살에게 응하므로 내가 사람에게 쫓겨나서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이 자랐고 손톱은 새 발톱과 같이 되었더라(단 4:33)

이 묘사에 대한 그럴듯한 역사적 설명을 발견하길 희망했던 빅토리아 시대 학자들은 임상적인 라이칸스로피(lycanthropy, 사람을 늑대로 바꾸는 마법) 진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구절을 읽고 미녀와 야수 같은 상황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그럼 이것이 동화 속 이야기인가? 느부갓네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동화나 정신병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교만한 사람에게 자신을 찬양하도록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신학적 설명이다.

느부갓네살과 동물적 생각

다니엘서 4장은 궁전에서 여가를 보내던 느부갓네살이 상징적인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한다. 꿈에서 왕은 하늘까지 닿아 하늘의 모든 새와 들짐승에게 먹이와 피난처를 제공하는 거대한 나무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법령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단 4:13-17). 나무는 강하고 자애로운 왕권의 이미지이며(겔 17:23-24; 31:4-7, 9), 꿈에 나오는 동물은 왕이 먹이고 보호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이 나무에게는 능력과 웅장함 그리고 여유라는 면에서 하나님을 무시하는 오만의 문제가 있다(단 4:30). “나무를 베다”는 왕의 형벌에 대한 상징적 묘사이다. 16절은 형벌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또 그 마음은 변하여 사람의 마음 같지 아니하고 짐승의 마음을 받아 일곱 때를 지내리라.” 교만이 느부갓네살의 마음을 가득 채웠기에 하나님은 그에게 새 마음을 주신다.

느부갓네살의 몸은 이 심오한 변화를 보여주는 캔버스가 된다. 그는 노출된 생활을 하며 소처럼 초목을 먹고 산다. 그의 몸은 새가 될 때까지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나 맹금류 또는 다른 종류의 동물과의 일관된 비교는 없다. 오히려 느부갓네살은 동물적이 된다. 그의 외양은 동물의 마음으로 야수처럼 집 밖에서 몇 년 동안 살았을 경우, 누구나 다 겪을 정도로만 영향을 받는다. 우리 눈에 보이는 외부 변화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내부 변화의 질을 반영한다.

이 형벌은 우주적 공급자이자 보호자가 공급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자들 중 하나인 천한 짐승이 되기 위해 창조 질서의 위계를 거쳐서 내려오는 것이다(시 8:5-7). 새와 짐승이 큰 나무 아래서 그늘과 먹을 것을 찾은 것처럼(12절), 느부갓네살도 새와 짐승과 같이 되어 몸을 드러내고 짐승의 몫을 먹는다(33절).

그러나 본문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잠시 동물이 된 느부갓네살에서 34절의 회복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핵심적인 순간은 느부갓네살이 “하늘을 우러러 눈을 들 때”이다. 성경은 심오한 계시의 순간을 눈을 들어 하나님을 인정하는 몸짓과 연관시킨다(창 22:13; 수 5:13; 사 40:26; 51:6; 시 121:1; 123:1). 말 없는 그런 몸짓은 동물이 보이는 겸손의 한 형태이다. 동물은 창조 질서의 위계에서 인간보다 아래에 위치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본능적 지식은 종종 죄로 어두워진 인간의 생각보다 더 참된 것으로 묘사된다(사 1:2-3, 렘 8:7, 욥 12:7-12). 짐승으로 살았던 느부갓네살의 경험은 하나님에 대한 그의 관점을 바꾸었다. 그는 더 이상 하나님을 무시할 수 없고, 더 이상 자신의 자신감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단 4:17; 4:25b). 그는 이제 하나님을 의지한다. 그렇기에 위를 올려다보아야 한다.

왕을 겸손하게 만들기

짐승으로 변한 느부갓네살 이야기가 동화는 아니지만, 종종 성경에서 발견하는 진리의 한 측면이 동화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옛 이야기에서 한 오만한 왕자는 사심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야수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의 성격도 외모에 걸맞게 바뀌게 된다. 느부갓네살의 교만은 그를 인간 이하로 만들었으므로 하나님은 그를 인류 중에서 쫓아내셨다. 그러나 그는 이제 동물의 마음으로 바뀌었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웠다.

이런 새로운 관점은 느부갓네살에게 형벌로 강요되었지만, 여기에는 은혜가 있다.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동물적 마음은 그의 관점을 바꾸고 그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회복시킨다(단 4:34-35).

느부갓네살의 기록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무시하는 교만을 회개하도록 초대한다. 그러나 더 심오한 차원에서 볼 때, 이 이야기는 우리를 낮추시고 올바른 정신으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고귀한 성품을 드러낸다(단 4:37). 이런 왕이 우리에게 찬양을 명령하신다.

느부갓네살의 오만함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예수께서는 겸손으로 왕좌에 오르신다. 주님은 위대한 왕이시다. 그의 왕국은 영원하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빌 2:6-7). 하나님에서 겸손한 인간으로의 이런 이동은 느부갓네살이 위대한 왕에서 낮은 짐승으로 내려온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바벨론 왕과는 전혀 달리, 왕이신 예수님은 스스로 자진해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피조물의 자리로 내려오셨다. 인간을 구속하기 위해 인간의 생각을 취하셨다. 하나님은 본인이 성취하지 않은 것을 하라고 명령하지 않으신다.

예수님의 겸손은 하늘과 땅 전체에 울리는 승영의 서곡이다(빌 2:9-11). 그러나 느부갓네살의 겸손은 하늘의 왕을 향한 찬양의 서곡이다.

그러므로 지금 나 느부갓네살은 하늘의 왕을 찬양하며 칭송하며 경배하노니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라(단 4:37)

하나님의 선하심과 영광에 대해 이렇게 찬양하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합당한 반응이다. 그러나 교만은 우리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여 하나님을 무시하게 만들면 결국 스스로를 인간 이하로 추락시킨다. 바울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인성에 대해 숙고하라고 촉구한다(빌 2:5). 겸손 속에서 빛나는 하나님의 성품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찬양으로 인도한다. 느부갓네살처럼, 또 예수님처럼 우리도 온전한 인성(full humanity)을 갖춘 자리로 올라가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느부갓네살의 기록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무시하는 교만을 회개하도록 초대한다”

알렉스 커크(Alex Kirk) | 알렉스 커크는 William Tennent School of Theology의 구약학을 가르치는 초빙 교수이다. Training Leaders International에서 사역 파트너로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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